"상계 대상 인정하면 법령위반·회사범죄 조장하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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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대표이사의 가격 담합 행위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되자 주주들이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표이사 측은 담합으로 이익이 발생했다며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설령 이익이 났더라도 과징금에 따른 손해와 '상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판매하는 A사 주주들이 대표이사 B씨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최근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설령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며 한 가격담합행위로 회사에 어떤 이득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득을 B씨가 배상할 손해에서 공제한다면 이는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될 뿐 아니라 손해배상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도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씨가 2007∼2012년 9차례에 걸쳐 동종업계 회사 대표들과 부탄가스 가격을 담합해 A사는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59억6천만원을 부과받았다. B씨와 A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 1억5천만원의 벌금도 선고받았다.

이에 주주들은 과징금과 벌금 납부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1심은 "B씨의 가격담합행위로 A사가 과징금 159억6천만원을 지출하게 돼 B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B씨가 회사의 경영수지 악화를 막고자 가격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한 개인적 이익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책임은 60%로 제한해 95억8천만원을 배상액으로 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부탄가스 시장의 출혈경쟁이 지속돼 경영수지가 악화한 상황에서 가격 담합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었다"며 회사가 과징금 이상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과징금 상당액의 손해는 확정적으로 발생했지만, 담합으로 인한 이익은 증명하기도 어렵고 실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손해에 직접적으로 전보되는 것은 아니라며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과 대법원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불법적으로 얻은)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한 회사의 위법한 이득 보유를 그대로 승인하고 그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