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정책 반대자 언론인에 대한 국내 살인도 용납 가능한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은 살해되어도 좋은 이유인가.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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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8 11:43 | 최종 수정 2023.08.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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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중견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1958~2018)는 2018년 10월 결혼 서류 준비차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본국에서 급파된 요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되었다. 그가 터키 국적의 약혼녀와 혼인에 이르게 되는 개인사에 대하여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야 할 것이나, 다만 그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정책을 비판하던 중견 언론인으로 알려져 있었고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결혼 신고를 앞두고 고국 사우디에서 온 암살단(15명)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이다.
카슈끄지는 사우디의 유력 언론인으로, 특히 1980∼1990년대 수차례 이뤄진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의 인터뷰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인물이었다. 그는 개혁 성향 일간지인 《알와탄》의 편집국장을 지냈고 당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사회 개혁을 요구해 왔으며, 특히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중의 혁명을 지지하면서 사우디 왕실의 분노를 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2017년 9월부터 미국에 머무르면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리스트로 활동했고, 사우디 정치체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왕실과의 갈등은 더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사관에서 암살된 이후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암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사우디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고, 특히 배후로 지목된 빈살만은 부하들이 독자적으로 벌인 범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지시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제시되면서 논란이 커지게 됐고, 사건을 수사하던 유엔 수사관이 사우디의 고위 관부로 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알려졌으나 터키는 결국 관련 재판을 사우디로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2019년 12월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기소된 11명 중 8명에게 사형 또는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으나, 2020년 9월 사형이 선고된 5명은 카슈끄지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징역 20년형으로 감형됐으며, 나머지 3명에 대해선 각각 징역 10년과 7년형이 확정됐다. 터키 또한 지난 해 카슈끄지 사건에 얽힌 불편함을 덮고 사우디와 화해의 수순을 밟았다.
한편 미 국가정보국(DNI)은 2021년 2월 26일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는 기밀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DNI는 이날 공개한 4쪽 분량의 기밀해제 보고서에서 “우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생포하거나 살해하는 작전을 승인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힌 것이다.
자국 왕세자의 정책에 반대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한 이유가 민중의 혁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해도 타국의 자국 대사관에서 무참히 살해 되어도 좋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이는 북한 김정은의 정책에 반대하고 공산주의를 비판하며 도탄에 빠진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려 했다하여 타국의 자국 대사관에서 무참히 살해해도 된다는 논리와도 다를 바가 없다.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사회당 군단이 히틀러의 전쟁 정책에 반대하고 외국으로 탈영한 자국의 군인을 찾아내 사살한 사건쯤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편, 현재 영국의 해리 왕자와의 별거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메건 마클 왕자비는 결혼을 앞 두고 빈 살만 왕세자가 선물한 귀걸이를 공식 석상에 착용하고 나와 피의 귀걸이를 착용했다는 국제사회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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