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족주의 '일대일로' 10주년…지난달 탈퇴통보 이탈리아 포함 G7 정상 모두 불참 대응 촉각

중국 공들인 환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 아프칸 탈레반 참석...푸틴 정상포럼 참석

류임현 기자 승인 2023.10.16 14:46 의견 0

중화민족주의 '일대일로' 10년…핵아름다운 미래공동창조 인프라 돈보따리의 중국몽굴기

대국이 일어서다 '중국몽' 대외 확장 플랫폼…저개발 개도참여국들 '부채의 덫' 비난

10주년 기념 제3회 정상포럼 140여개국 4천여명 이상 참석...한국 불참석 통보

'푸틴 참석' 정상포럼에 국제사회 주목…이·팔 전쟁 등 놓고 미국 견제 목소리 조율할 듯

지난달 이탈리아 탈퇴 통보...미국판 '일대일로 구상' 발표 이탈리아 설득전 대결도

2016.05.03. 당시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순찰도는 중국 공안 (밀라노 AP.) 중국 공안(오른쪽)이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이탈리아 경찰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연간 300만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안전과 유사시 지원을 위해 로마와 밀라노 등 2곳에서 2주간 시범적으로 공안과의 합동 순찰에 들어갔다. 중국은 이를 위해 공안 4명을 로마와 밀라노에 파견했다.
2023.09.22. 이탈리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 '일대일로'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올해로 발표 10주년을 맞았다.

시 주석이 제창한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인 대국 굴기(大国崛起) '일대일로'는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역설적으로 참가국들의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견제 또한 강화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10주년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130~140여개국 4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진핑의 일대일로가 '향후 10년' 어떻게 진행될 지를 짚어보기 위한 관심도 적지 않다.

◇ 2013년부터 참여국에 '돈 보따리'…美 패권 맞서 '정치·외교 우군' 확보 일로만로

일대일로의 시작은 시진핑 주석의 국가주석 취임 6개월째인 2013년 9월 7일경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한 강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국민우의 증진 아름다운 미래 공동창조'라는 주제 강연에서 시 주석은 새롭게 내륙의 실크로드 경제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함으로써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의 서막을 알렸다.

두 달 후인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채택되었고 시 주석의 대국굴기라는 중국몽 야심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의 일대일로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가 양대 축이다.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인프라 협력이 핵심 사업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계산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중국몽의 실현을 통한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핵)아름다운 미래공동창조 인프라 돈보따리의 대외 확장 전략이 선전 포고된 것이다.

중국 명문 푸단대 교수 출신으로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그 설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전략은 이듬해 2014년부터 역시 시 주석이 해외순방 때마다 각국에 돈 보따리를 풀면서 주요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올 초 브릭스 회원 가입국이 더 늘어난 뒤 현재 그 박차를 가하기 위한 정상포럼을 앞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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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 (서울=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불러 18∼19일 산시성 시안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정상이 참석한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일대일로에는 현재 150여개 국가와 30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해상에서는 43개국 117개 항구, 육상으로는 유럽 25개국 200개 이상 도시에 철도로 갈 수 있는 연결망도 구축했다.

중국과 이들 국가와의 상호 투자는 누적 3천800억 달러(약 510조원)에 달한다.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는 이같은 경제적인 효과뿐 아닌, 정치·외교적 맹주로서 자리매김하고 미국의 패권에 맞서 중화민족주의 중국몽의 대국굴기를 위한 일로빨로를 확보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했으며, 내부의 높은 평가로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에도 빨신호, 아니, 청신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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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균열 노리는 시진핑…"위안화로 원유 결제"(CG) [연합뉴스TV 제공]

◇ 참여국 '부채의 덫' '디폴트' 비판 비등…미국 등 서방 견제도 갈수로 커져

그러나 중국의 야심찬 계획 추진은 일부 저개발 참가국들에는 부메랑과 같은 덫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늪과 같은 종속의 '부채의 함정'에 빠진 저개발국도 속출한 것이다.

대표적인 국가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일대 국가, 아프리카 다수 국가, 중남미 국가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2010년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함반토타항'을 건설하며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고, 현재는 항구 운영 실적부터 해당 차관을 갚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적자가 쌓였으며 2017년 항구 지분 일부를 중국 국영기업에 팔아치운 뒤 결국 항만 운영권까지 중국에 넘겨야 했다.

파키스탄도 비슷한 경우다. 파키스탄 역시 일대일로 계획에 따라 들여온 차관 탓에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이 해외에 진 빚 중 3분의 1은 중국이 채권자다.

잠비아와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각국과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도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참여국들에 대한 일대일로 추진 방향을 기존의 대형 인프라 건설에서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지적하기도 했다.

일대일로가 구체화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견제와 대응도 강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의 금융 지원 정책이 개도국을 '빚의 함정'에 빠뜨린 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고 비판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미국의 패권 (팍스 아메리카나)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강력한 '중국 압박'에 나섰고 최근에는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내놓으면서 일대일로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그린에너지 정책 선언과 같이 지난해 말 2027년까지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 발전 등을 위한 총 100억 유로(13조8천억 원 상당)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동남아에서의 중국 일대일로 건설을 견제하는 행보로 상호 기시감을 부추기는 작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온 이탈리아는 지난달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 푸틴 참여에 중량감 커진 제3회 정상포럼…이·팔 전쟁 등 놓고 미국 견제 목소리 조율할 듯

중국은 일대일로 10년을 되돌아보고 추진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개최한다.

2017년 열린 제1회 포럼엔 아프리카·중남미·유라시아 등 28개국에서 정상급 대표단이 참석했고, 2019년 제2회 포럼엔 세계 37개국 지도자를 포함해 5천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올해는 참가국 규모는 130~140여개국·30개 국제기구로 대폭 늘어났지만, 대표단 규모는 4천여명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주목되는 참가국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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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푸틴의 중국행…'북중러 결속' 시험대(CG) [연합뉴스TV 제공]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압박을 견제하는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이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연맹 구상과도 잘 들어맞는다며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중국의 직,간접적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나 그 규모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을 "진정한 세계영수"로 부추기며 "임시직과의 차이"로 인하여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칭찬하고

현재 시 주석은 최근 국제사회를 뒤흔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상황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국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현재 이번 분쟁 직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한정"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강조하며 대체로 친(親)이스라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국 견제에 골몰한 모양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 평화협상 전제로 내세운 두 국가 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17일 호스트로 기조연설과 참여국 정상과의 앙자회담들을 통해 일대일로의 참여국들에 대한 중국의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다자주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 탈레반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아프간 또한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탈레반 산업부는 하지 누루딘 아지지 산업부 장관 대행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며 많은 투자자를 만나 아프간으로 초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이 정식정부로 공식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에는 중국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티베트 린즈에서 열린 '환(環)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에서 칸 무타키 아프간 외교부 장관 대행을 만난 자리에서 탈레반 정권 지지 뜻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과 도로 건설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있는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와칸 회랑 일대는 아프간 북동부 바다흐샨주(州) 동쪽에 있는 남북 16∼22㎞, 동서 350㎞에 달하는 회랑지대로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와 연결된다.

중국은 아프간에 대규모로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구리, 금, 리튬 등 지하자원 개발 사업건 외, 지리적으로 중국이 서쪽으로 확장하려는 일대일로 사업의 요충지가 되기도 하는 와칸 회랑 도로 건설 사업에 더하여 신장 지역 독립운동을 막는데도 아프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공을 들여왔다.

중국 신장 지역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은 주로 와칸 회랑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한다.

아프간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자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걸친 파슈툰인(Pashtun, 파슈토어: پښتون)을 기반으로 하며 파슈토어를 쓰는 사람들을 지칭하고, 페르시아어로 '아프간'으로 불리지만 이란계 정체성이 강하며 쿠르드 정체성은 희박한 편이다.

이번 대회에 미국을 위시한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독일 G7 그룹이 모두 불참하며 유럽연합(EU) 또한 주시 및 견제를 위한 다각도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국가들은 국제 통화 기금이 분류한 세계의 7대 주요 선진 경제국들을 주축으로 하는 만큼 사실상 G7 국가들이 전 세계의 순 국부 중 58%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치 국면의 긴장감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과거 두차례의 포럼 때와는 달리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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