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 OUT 뿐이랴, 전기차늘자 일감 준 카센터… 충전기 정비등 '전환' 추진 효과는 글쎄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5.26 14:56 의견 0

환경부, '자동차 정비업자→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인력' 추진

정비 수요 적은 전기차 증가에 대안 마련…해결할 과제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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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일거리가 줄어든 자동차 정비업자를 공공 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에 투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의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일환이나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

26일 환경부와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환경부와 자동차 정비업계는 올해 초부터 정비업자들을 자동차환경협회 교육에 참여시켜 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 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르면 상반기 중 자동차 정비업계, 전기차 충전 사업자 등과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환경부 계획이다.

환경부는 자동차 정비업자에게 공공 급속충전기 관리·정비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 급속충전기는 현재 전국에 8천132기가 있다.

자동차 정비업자가 전기차 충전기 정비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이번 정책은 정의로운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고탄소 분야 관련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온실가스 감축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정의로운 전환'으로 규정했다.

대표적인 산업이 전기차 증가로 타격을 입은 자동차 정비업이다.

엔진과 흡배기 장치가 없는 전기차는 총 부품이 1만5천여개로, 많게는 3만개 정도가 들어가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다. IBK경제연구소는 2018년 보고서에서 내연기관차 부품 37%가 전기차에서는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부품이 적다 보니 전기차는 정비받을 일도 적다. 내연기관차에 견줘 전기차 정비 수요는 70%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주기적으로 엔진오일을 갈아줄 일이 없는 등 소모품 교체 수요가 훨씬 적다"라면서 "차선 이탈 경보처럼 운전 보조장치가 많아지면서 사고가 감소하고 자동차 수리 수요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공 부문 디젤차 전면적 '퇴출(OUT)' 시한이 2030년으로 다가오고 있고, 서울특별시의 노후 내연 (중고)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가운데 전면 out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다른 지차체들도 탄소배출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여 조기 폐차 지원등 전면 시행을 앞 당겨 도입해야될 경우 정비업체들의 일감은 지금보다 더 현저히 줄어들 게 될 것이다.

유럽의 디젤 경유차 OUT 정책등 영향으로 지난 몇 년간 유럽산 중고차가 물 밀듯 들어와 현재 지자체마다 년식을 가늠하기 힘든 폐차 직전의 것부터 속칭 '외제차' 브랜드까지가 부쩍 눈에 들어 왔었다.

디젤엔진 관련 특허를 독일의 벤쯔사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만큼 구식부터 최신 년식까지 고가로 하루에 한 번 지나가는 것도 보기 힘들었던 메르세데스 벤쯔차가 연이어 지나가는 모습까지 보일 지경이었으나 그 또한 서둘러 끝내야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전기차 보급의 확대와 같이 정비업체가 경영난에 처했다는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자동차(원동기 포함) 정비업체는 2023년 9월 기준 3만6천192곳으로 10년 전인 2014년 12월 3만5천156곳에서 1천36곳 늘었다.

시도별로 보면 12곳에선 정비업체가 늘고 5곳에서 감소했는데, 감소율이 특히 높은 3곳은 서울(-19.1%), 제주(-11.7%), 대전(-6.0%)이다. 공교롭게 이들 지자체는 전체 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큰 곳이다.

전력거래소가 발간한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5월 말 기준 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가장 큰 광역지자체는 '전기차 섬'으로 불리는 제주(5.1%)였고 이어 대전·대구(2.2%), 서울(2.0%) 순이었다.

전기차 증가로 인한 정비업체 위기는 점차 심화할 전망이다.

작년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 인력 현황 조사·분석' 보고서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886개 정비업체 가운데 '미래 차에 대비해 사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업체는 29.7%에 그쳤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업체는 1천600곳 미만이고 이 가운데 배터리를 포함해 차 모든 부분을 수리할 수 있는 업체는 170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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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전기차 충전기 [촬영 유형재]

반면 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공공 급속충전기는 최소 매월 한 차례, 이용이 많은 충전기는 매일 점검하고 있지만 민간 충전 사업자들은 인력과 비용 문제 때문에 공공만큼 점검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달 24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34만3천48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급속충전기 14만5천기와 완속충전기 108만5천기 등 123만기의 충전기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자동차 정비업자를 전기차 충전기 정비·관리 인력으로 양성한다는 정책은 '완벽한 대안'처럼 보이지만 아직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정비업계에서는 충전기 정비업 진출이 투자한 만큼 되돌려 받을 것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를 관리·정비하려면 관리나 정비 후 충전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할 용도의 전기차부터 필요하다. 또 급속충전기는 고압 설비여서 전기기능사 자격을 갖춰야 다룰 수 있다.

결국 전기차 가격만 고려해도 초기에 수천만 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자칫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자동차 정비업계에서 나온다.

정비업자들 사이에서도 규모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

차가 고장 난 곳에 가서 수리해주는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로 부가 수익을 기대하지만, 직원 없이 혼자 업체를 운영하는 영세 정비업자들은 가게를 비우고 충전기를 고치러 갈 수 없으니 '그림의 떡'이 될 것으로 본다.

전체 자동차 정비업체 가운데 80%가 '카센터'라고 부르는 전문정비업체이며, 앞서 한국자동차연구원 설문조사에 응한 업체 중 64.6%가 1인 사업체였다.

한 자동차 정비업 관련 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했을 때 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업 진출이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일로 나타났다"라면서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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