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시작 첩보에 '반독점 조사'까지 핵폭풍 속으로…일본 엔화 강세 꿈틀 혼돈속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9.04 13:44 의견 0

"정식 고발 가까워져"…AI 거품론 재부각 등에 매도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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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3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53% 급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2천789억 달러(약 374조원)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이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면서 애플(-2.72%)과 마이크로소프트(-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의 낙폭은 가장 컸다.

년간에만 118% 넘는 상승, 3년 장투 3배 도약주가 된 대목도 없지는 않으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낙폭이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다만 엔비디아 대항마로 평가받는 AMD 또한 7.8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각각 6.16%와 6.53% 내렸고 퀄컴도 6.88% 하락했다.

이에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7.75% 급락했으며 시장의 약세 속에 AI 거품론이 다시 제기되었고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

사실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에 대한 엔비디아 인증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가운데 삼성전자가 HBM3E 8단 제품의 퀄(품질)테스트를 이미 마치고 공급을 시작했다는 주장이 대두된 찰라다.

3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비해)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HBM3E 인증을 완료하고 H200용 HBM3E 8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했다"며 "블랙웰 시리즈에 대한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힌다면서다.

H200은 HBM3E(8단)을 탑재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초 H200의 출하로 올해 HBM3E 소비점유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엔비디아의 제품 라인업은 H200이 HBM3E 8단 메모리 스택을 탑재한 최초의 GPU로 큰 파장을 일으킬 예정"이라며 "곧 출시될 블랙웰 역시 HBM3E를 완전히 채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8단) 납품을 위한 퀄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당시 "주요 고객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보도를 사실상 부인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퀄테스트 통과가 이르면 9월 중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H200 GPU에 대한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H200은 올해 3분기 이후부터 엔비디아의 주요 출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대로 HBM3E 8단 제품이 출하를 시작했을 경우 HBM3E 12단 제품의 퀄테스트 통과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향후 선보일 블랙웰 울트라는 8개의 HBM3E 12단 스택을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 HBM3E에서 12단 제품 비중이 40%까지 증가하고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후속 제품인 HBM3E 12단 제품은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을 마쳤으며, 이번 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즈음 터진 것이다.

초강력 폭풍우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3개나 휩쓴 일본발 재발한 경기불안과 최소 금리동결 혹은 인상, 엔화 강세 등의 눈치로 일명 경기민감주들의 낙폭이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2024.8.7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경기민감주 중심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라는 일본발 단속은 울고 싶자 뺨 친다고 자연스럽게 엔화 강세로 기운 상황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 전망이 예상대로 단행될 경우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한 여파로 전날 달러/엔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며 엔화 강세 흐름을 연출했다"며 "이전 폭락장에서 경험했듯이 엔화 강세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과 연관이 있으며 엔화 강세가 기술주 매도 압력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쉽게 현재 일본은 흡사 국지전을 겪는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의 한 치 앞 핵폭풍에도 비견되는 재해성 경기혼돈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경기 상황을 두고 일반 눈치까지 빤하다.

한편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가운데 JP모건 자산운용 시장·투자 전략 부문 책임자인 마이클 쳄발레스트는 이날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전에는 AI에 대한 지출이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투자연구소장 장 보이빈은 "AI 도약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몇 분기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도 말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는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 우려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가장 고평가된 섹터를 먼저 강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다른 기업들에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소환장(subpoena)을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소환장은 특정인에게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명령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소식통은 "법무부 이전에 기업에 설문지를 발송했는데, 이제는 수령인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요청을 보냈다"고 전했다.

통신은 "소환장을 송부함으로써 법무부의 조사는 정식 고발(formal complaint)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또 반독점법 담당자들은 엔비디아가 기업들이 다른 AI 칩 공급업체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의 AI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미국의 기술 분야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법무부가 AI 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경쟁업체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AMD 등 경쟁업체들은 엔비디아가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다른 업체들의 칩을 구매하는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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