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15.5% 매입 추진…베인 통해 2.5% 추가 매입
영풍·MBK,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법원 기각에도 '절차중지' 추가 가처분 신청
고려아연이 2일 경영권 수성을 위해 3조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면서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날 고려아연은 2조3천억원을 투입해 자사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영풍·MBK 연합에 맞서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연합해 지분 18%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를 통해 자사 보유 지분을 52%까지 높여 영풍·MBK 연합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복안이다.
고려아연의 반격은 이날 오전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허용한 직후부터 숨 가쁘게 진행됐다.
법원 판결 전 이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진행 중 법원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오자 즉각 자사주 매입 및 전량 소각 방침을 확정했다.
이어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최윤범 회장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공지했다. 이는 그동안 기조를 '수비'에서 '공격'으로 바꾼다는 신호로 읽혔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후 공시를 통해 영풍·MBK 연합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오는 4∼23일 자사주 공개 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개 매수가는 주당 83만원으로,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10.7%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를 통해 자사주 최대 320만9천9주(지분 15.5%)를 2조6천635억원을 들여 공개 매수하고, 베인캐피털을 통해서도 51만7천582주(지분 2.5%·약 4천300억원)를 추가로 매수하는 등 총 1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전량 소각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고 공격하는 데 대한 방어막을 친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한 수준이다.
영풍·MBK 연합은 약 2조3천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7%가량의 자사주 매집에 성공하면 이번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고려아연이 밝힌 자사주 18% 매입 방침은 이 같은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소극적 수성이 아닌 공세적 반격 전략을 취한 것은 혹여라도 자사주 매입 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최윤범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다 고려해 결정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7∼8% 정도의 주식을 확실히 매입하기 위해 투자자로 하여금 확실하게 저희가 제안하는 공개 매수에 참여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2조7천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 1조원은 회사채를 통해, 1조7천억원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고려아연·베인 연합이 4일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영풍·MBK 연합은 자신들이 설정한 공개 매수 기간인 오는 4일까지 공개 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하는 카드가 남았다. 이 경우 공개 매수 기간은 열흘 더 연장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베인캐피털을 '연합군'으로 소개했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베인캐피털 등 사모펀드와 추가로 공개 대항 매수에 나서는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
고려아연은 이미 공개 대항 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놓은 상태로, 이날 참전한 베인캐피털에 이어 향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추가 참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영풍이 낸 추가 가처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추가 가처분을 냈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의 주장은 법인이 승인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고의로 방해하기 위해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민·형사상 모든 조치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행위 등에 대한 신고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글로벌 기사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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