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강풍특보 피해 다발…설악산 3명 사상, 천재지변 배상힘들어 기상 수시확인 당부

류임현 기자 승인 2024.10.24 01:02 | 최종 수정 2024.10.24 01:26 의견 0

'초속 36.8m 강풍' 설악산 3명 사상…"입산통제 안해 사고났다"

새벽 3시 강풍 특보 6시간 만에 통제…사무소 "현지 상황 고려한 결정"

사고로 일부 등산객 치료비 배상 요구했으나 "천재지변으로 불가능"

강풍에 쓰러진 나무

강풍 특보가 발효된 23일 오전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한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인근 전신주 전선을 건드리고 있다.
이 사고로 주문진 일대 주택과 상가 649호의 전력 공급이 한때 끊겼다. 2024.10.23 [강릉시 자율방재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 동해안에 강풍 특보가 내려진 23일 쓰러진 나무에 깔린 등산객이 숨지거나 전신주 전선이 망가져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들어온 강풍 피해 관련 119 신고는 총 66건이다.

또 오전 9시 39분께 평창군 대관령면 유천리에서도 나무가 전신주 위로 쓰러졌으나 군에 들어온 정전 피해 신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강릉 옥계면 한 호텔에서는 유리창이 깨져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벌였다.

같은 날 오전 10시 23분께 동해시 단봉동에서도 몽골 텐트가 날아간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했다.

이외에도 도내 곳곳에서 "아파트 창문이 떨어질 것 같다", "비닐하우스가 날아갈 것 같다", "가로등이 쓰러졌다" 등 신고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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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쓰러진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 나무
강원 동해안에 강풍경보가 내려진 23일 속초시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에서 등산객 3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리는 사고가 났다. 2024.10.23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친 23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에서 나무가 쓰러져 사상자 3명이 발생한 가운데 일찍이 강풍 특보가 발효됐음에도 입산 통제가 내려지지 않아 사고가 야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1분께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36.8m를 기록한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에서 나무가 쓰러져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상처를 입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등산객 A(61)씨와 아내 B(57)씨는 "정상까지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등산객들 위로 나무가 순식간에 쓰러져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A씨는 "설악산에서 입산 통제를 안 하니까 당연히 문제가 없을 줄 알았고, 평일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르고 있었다"며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국립공원에서 입산 통제를 했다"고 토로했다.

강풍에 쓰러진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 나무

강원 동해안에 강풍경보가 내려진 23일 속초시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에서 등산객 3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리는 사고가 났다. 2024.10.23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에는 이날 오전 3시께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오전 8시 15분께 강풍경보로 격상됐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날 8시 35분부터 공룡능선, 서북 능선, 오색∼대청봉, 비선대∼대청봉, 백담사∼대청봉 등 고지대 탐방로부터 입산 통제를 했다.

비선대 울산바위, 토왕성폭포 전망대, 흘림골, 주전골 등 저지대 탐방로를 포함한 전 구간 입산 통제는 오전 9시부터 이뤄졌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강풍 특보가 발령된다고 무조건 입산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상 특보와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입산 통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로 찰과상 등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A씨 부부는 하산 이후 개인적으로 병원을 방문, 사무소 측에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비법정 탐방로가 아닌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용했고, 입산 통제 없이 산에 오르다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썩은 나무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그런데도 설악산 측은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계단 등 구조물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관련 보험에 따라 배상할 수 있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예측 불가능해 배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강풍에 부러진 가로수…강원 동해안 강풍경보

23일 강원 동해안에 강풍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강릉시 지변동의 도로변 가로수가 강풍에 부러져 굴착기가 동원돼 급히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설악산의 최대순간풍속은 131.4km/h, 미시령은 127.1㎞/h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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