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궐위 또는 사고'시 권한대행 가동…해석 두고 다양한 의견
확립된 판례 없어…'내란죄 수사대상 된 때부터 사고 상황' 해석도
12·3 비상계엄(령) 사태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며 내란 혐의의 최후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구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경우 국정이 어떻게 운영될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바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 상황으로 보고 국무총리 등 권한대행 체제로 이행한다고 봐야 하는지, 반대로 수용 중에도 보고받고 결재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의 권한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는지, 헌법 등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여러 해석론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12·3 비상계엄(령) 사건은 국회의 철회 결의에 따른 절차로 해령되었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발령·선포의 권한에 있어 당해 비상계엄(령)의 이유·연원에 대한 헌재의 위헌 여부의 판단도 아직 없으므로 어떤 판단(결)도 없는 상태다.
다만 검찰, 경찰, 공수처 각 고발 등에도 따른 내란등 혐의로 수사·조사가 계속 되고 있고 그 과정에 체포·구속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하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형국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다 구속된 전례는 없어 이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 상황은 '궐위'나 '사고'로 나눠 상정하고 있다.
◇ '궐위'란 취임했지만 재직 않는 상태…사유 명확한 편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궐위(闕位)는 대통령이 취임은 했지만 재직하지 않는 상태다. 즉 자리는 있는데 사람이 없는 경우다.
참고로 법학(교과)서에 궐위 사유로는 취임 후 사망하거나 사임한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경우, 취임 후에 피선자격 상실이나 당선무효 판결이 확정돼 그 자격을 상실한 경우가 포함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궐위는 그 사유가 명확한 편이다.
따라서 궐위는 파면, 사망, 사임 등의 이유로 대통령직이 아예 공석이 된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을 (아직) 궐위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통설·중론이다.
◇ '사고'는 정상직무 불가 상태…프랑스의 경우 헌재가 판단
문제는 헌법상 '사고'를 어떻게 해석할지다. 사고의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인지, 누가 이를 판단할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사고는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질병, 요양,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중병에 걸린 경우와 같이 그것이 사고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국정 운영의 연속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과거 판례로 확정된 전례가 없고 유권해석이 확립된 상태도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 헌법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의 '장애' 여부를 선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판례 없어…구속·체포될 경우 '사고'로 볼 수 있나
'체포·구속'을 사고 상황으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는 학자들의 의견이 나뉜다.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 판례로 확립된 게 없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의 '사고' 여부 판단은 대통령이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대통령 구속 시에는 '사고'로 보고 권한대행이 직무를 수행하는 게 맞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대통령이 가진 국군통수권 등 권한의 중대성·시급성을 고려할 때 구속 상태로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속 시에는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로스쿨의 한 헌법학 교수는 "사고의 경우 판례로 확립된 사례가 없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탄핵소추로 인한 직무정지나 구속 등의 상황은 사고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할 만한 헌재 결정례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구속·유죄 선고 시 직무정지와 관련한 사안 2건이 있지만 이번 사안과는 논점이 상이해 궤를 달리한다. 지방자치법상 관련 조항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 된 사안이었다.
헌재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지자체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불이익을 가하고 그 불이익이 최소한에 그치도록 요건을 정하지도 않은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지자체장이 구속된 경우에는 자치단체 행정의 원활하고 계속적 운영에 위험이 발생할 것이 명백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유죄 인정에서 비롯되는 불이익이라 볼 수 없다면서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논점이 달라 대통령 유고 상황과 관련해선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 로스쿨의 한 교수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대행 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개인의 무죄추정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직무수행이 타당하냐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대상이 된 경우부터 '사고' 상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해 수사 대상이 된 경우, 수사하다 구속되는 경우,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 유죄가 확정된 경우 등 각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헌법상 명확한 규정이 없어 학자마다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각 단계별로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다고 보고 권한대행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때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예외로 규정한 헌법 84조를 언급하며 "내란죄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그 수사 대상이 돼 피의자로 특정되는 순간부터 권한대행으로 이행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헌법) 교수는 "사고는 대통령이 있으나 직무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며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구속 기간이 있어 구속을 장기화하기 어려운 데다, 구속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만,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 비상 상황에서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100% 다 행사할 수 있는지, 권한 위임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더라도 '옥중 결재'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형사법 전공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탄핵을 통해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 한 형사재판의 진행만으로 직무 정지나 대행 체제 전환은 어렵다"며 "법적으로는 옥중에서도 판단만 해주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믜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