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면 난 어떡하라고…"크리스마스에 떠난 여행이 악몽돼

류임현 기자 승인 2024.12.29 23:51 | 최종 수정 2024.12.30 00:16 의견 0

할머니·손주까지 일가족 참변…패키지 특성상 가족 여행객 다수

탑승자들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 문자가 마지막 인사

"우리 누나 어떻게해요.."

"내 새끼 살려내요" 절규

무안공항 대합실 유가족들 통곡·절규로 가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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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하는 유가족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탑승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무안공항 대합실에는 비명과도 같은 날카로운 통곡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가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는 누군가의 절규는 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가족들의 마음에도 파고들었다.

가족을 잃은 진한 슬픔이 담긴 통곡과 절규가 이어지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살아있기만 바랐는데…"라고 혼잣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가족,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모두 황망한 마음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들 가족을 서로를 껴안거나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슬픔을 달랬지만 터져 나오는 울음은 참을 수 없었다.

패키지 여행을 주로 다니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간의 참변이 유독 많아 보였다.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60대 남성 A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가족 여행차 태국으로 떠난 가족들이 주검으로 돌아오자 오열했다.

형수와 그의 딸 부부, 부부의 어린 미성년 자녀들까지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가족여행차 태국으로 떠났다가 주검으로 돌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며느리들끼리 매년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화목했던 가족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연말을 맞아 추억을 쌓기 위해 크리스마스에 출발한 여행이 악몽으로 끝나버렸다.

유가족 B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멤버로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며 울먹였다.

공항 입구에 모인 피해자 유가족들이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발표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5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전체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7명이 사망하고 2명은 수색 중이나 실종자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연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푼 마음으로 나선 해외 나들이의 가족, 동료들이 다수 탑승해 안타까움을 더했으며 피해자들이 대부분 무안국제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광주·전남 주민들이어서 지역민들은 더욱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29일 구조 당국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 군남면에 거주하는 A(80)씨 일가족은 9명이 이날 오전 무안공항에 착륙 중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81명 탑승자 중 최연장자다.

A씨와 자녀 등 4명은 영광에 살고 있으며 나머지 친인척 등 5명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A씨 팔순 잔치를 위해 함께 태국 방콕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부모와 자녀, 손자 손녀까지 3대 일가족이 함께 희생되기도 했다.

무안공항에서 취재진이 만난 한 60대 남성은 형수와 그의 딸 부부, 부부의 어린 미성년 자녀까지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진도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위, 손자 2명 등 일가족 5명이 함께 방콕을 다녀오면서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었다.

화순에서는 과거 함께 근무한 공무원 3명과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자매 사이인 목포시 공무원 2명도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사고가 났다.

사고 여객기에는 연말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났던 다양한 연령층의 승객이 탑승했다.

탑승객 다수는 지난 25일 오후 8시 50분 무안에서 방콕으로 출발해 29일 오전 돌아오는 3박 5일 일정의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키지여행이 주를 이루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간의 참변이 유독 많았던 것이다.

최연소는 2021년생 3세 남아였으며 최연장자는 팔순 잔치를 다녀온 영광 주민 A씨다.

연령별로는 50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9명), 40대(32명), 70대(24명), 30대(16명), 20대(10명), 10대(9명), 10세 미만(5명)이 뒤를 이었다.

종일 무안공항 대합실을 지킨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한 가족은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광주·전남 지자체들은 지역 출신 탑승객이 있는지 파악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족이 동체착륙 직전 통신 가능한 마지막 순간에 주고받은 문자.

"유언해야하나"를 마지막으로 더는 읽지 않았고 연락이 끊겼다. 유족은 그냥 농담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를 받은 유가족도 있었다.

탑승자들은 기내에서 '조류 충돌' 내용을 안내받은 듯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면서 별일 아닌 듯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농담을 마지막으로 메시지는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합실을 찾아온 박모(52) 씨도 친구의 사고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친구가 얼마 전 해외여행 간다고 했는데 아침에 뉴스 보니까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하더라"며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공항에 왔는데 친구네 가족들이 여기 있는 걸 보니까 안 좋은 예감이 맞았던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스를 보던 한 가족도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김모(33) 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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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하는 유가족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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