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방화 유력용의자 유서 남기고 사망…추락 등 6명 부상

60대 남성, 농약 살포기에 기름 넣어 방화 추정…1시간40분만 진화

주민들 "어마어마 큰 소리"…유서엔 "어머니 병원비로 쓰라" 5만원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서 방화사건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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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서 화재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21층 규모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압 중이다.

관악소방서는 현재까지 이 불로 3명이 추락하고 다른 3명은 연기흡입, 호흡 곤란 등 경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 중이다. 2025.4.21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가 현장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 A씨라고 밝혔다. A씨의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한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소방당국은 오전 8시 17분께 "검은 연기와 폭발음이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1시간 40분 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이 불로 남성 1명이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층 거주민 최모(81)씨와 70∼80대로 추정되는 여성 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4층에서 1층으로 추락했다.

연기를 마시거나 호흡 곤란을 호소한 50∼80대 거주민 4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맞은편 아파트의 한 주민(86)은 "집 안에 있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가 나 놀랐다"고 했다. 50대 정모씨는 "'펑'하는 소리 이후 소방차 소리가 들렸다"며 "하필 임대동이라 어르신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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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 살펴보는 소방대원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5.4.21

경찰은 이에 앞선 오전 8시 4분께 아파트로부터 1.5km 떨어진 빌라에서 "남성이 화염 방사기를 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이후 이 남성의 오토바이를 불이 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확인해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용의자 방화범의 농약살포기 화염발사기 발포 장면.


출동한 경찰은 용의자가 현장에서 남겨둔 농약 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아파트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추적에 나섰으나 이미 현장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변사체와 지문이 동일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A씨의 주거지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유서는 딸을 향해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어머니 병원비로 쓰라"며 5만원이 동봉돼 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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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추락 등 6명 부상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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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그을린 아파트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진화 후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5.4.21

유력한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 A(61)씨는 인근 주민들과도 갈등을 겪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말까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살며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9월에는 윗집 주민과 폭행까지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이후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형사처벌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층 거주민 최모(81)씨와 70∼80대로 추정되는 여성 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난간 줄에 매달려 있다 4층에서 1층으로 추락하여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로 원한에 의한 방화로 추정되는 가운데 경찰이 방화 원인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A씨는 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 전 직선거리로 약 1.4㎞ 떨어진 빌라 인근에서도 불을 질렀는데, 이곳에는 A씨의 어머니가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빌라 인근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윤모(26)씨는 “혼자 계속 욕설하며 화를 내다가 불을 내더니 휘발유가 담긴 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타고 갔다”며 “다른 주민들한테서 다투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빌라에 사는 신 모(20) 씨는 "A 씨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하거나 시비를 걸어서 경찰차도 몇 번 왔다"며 "인근에 공사할 때는 책임자와 계단에서 서로 싸우다가 밀쳐서 벌금을 부과받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인근 거주민 김 모(23) 씨는 "A 씨가 밖에서 학생들이 농구공을 튀기거나 하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했다"며 "최근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빌라 화재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1층 규모에 불을 낸 유력 용의자가 이에 앞서 한 빌라에 지른 불로 담벼락이 그을리고 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