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신체 위협을 정당한 훈육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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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지시하는 이정효 감독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광주FC와 비셀 고베의 16강 2차전. 광주 이정효 감독이 작전 지시하고 있다. 2025.3.12
어린이날 관중들 앞에서 선수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 이정효 감독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징계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7일 아동심리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 감독은 지난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 김천 상무의 홈 경기에서 도 넘은 돌발 행동을 했다.
전반전 뒤 선수들이 라커룸을 향해 걸어가던 상황에서 이 감독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이 감독은 공격수 '이리 오라'는 손짓과 함께 고함을 쳤다. 이어 오후성의 왼팔을 잡고 불만을 토로한 뒤 양손으로 강하게 밀치는 폭행을 저질렀다.
프로연맹은 연휴가 끝난 7일 이 감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지를 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이 감독이 그간 흥분을 참지 못하고 무례한 행동을 한 게 처음이 아닌 만큼, 본인을 위해서라도 프로연맹이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번 사건이 팬들을 더 우려하게 만드는 부분은, 이 감독의 폭행이 '어린이날' 벌어졌다는 점이다.
광주 구단은 어린이날을 맞아 대대적으로 어린이 대상 행사를 벌였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6천여명의 관중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 팬이었다.
TV 중계나 인터넷 영상으로 문제의 장면을 본 팬 중에서도 어린이가 있을 터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이 감독의 폭행이 이를 목격한 어린이들의 심리와 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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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지영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폭행 폭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불안감도 유발하고, 교육적으로 하나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심리적인 영향도 있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배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감독 나름대로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이유가 있겠지만, 세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동은 아무래도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공격적인 모습에 대한 모방학습, 대리학습의 우려가 있다. 나아가 폭언과 신체적 위협을 정당한 훈육 방식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받은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감독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숙 한신대 심리아동학부 교수는 "폭력적이고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해치는 사람은 처벌받는다는 걸 알게 된 어린이는 세상의 정의와 합리성에 대해 신뢰하게 된다. (이 감독이) 징계받는 게 아이들에게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처벌이 안 된다면 세상이 이치에 맞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돈이 많거나 인기 많은 사람은 뭐든 해도 된다는 인식을 어린이들이 학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며, 거기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히 아이들에게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언어적 폭력을 포함해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아이들이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