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성폭행 사주 佛남편 징역 20년…공범 50명은 3∼15년형

피해자 지젤 "온 사회가 증인 되기 바랐다…재판공개 후회 안해"

유럽 정상들도 응원…숄츠·산체스 "지젤 고마워요"

佛남편 공범들, 유죄 판결에 항소

지젤 펠리코 사건을 1면에 다룬 세계 신문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작년 12월19일(현지시간) 아내에게 몰래 약물을 먹이고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게 한 프랑스 남편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 있는 1심 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도미니크 펠리코(72)가 아내였던 지젤(72)에게 약물을 먹이고 수십명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펠리코의 범행에 응한 남성 49명에 대해서는 성폭행이나 성폭행 미수, 성추행 혐의가 인정돼 3∼15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중 2명은 형량 일부에 대해 집행유예를 받았다.

펠리코의 범행 수법을 모방해 자기 아내에게 약물을 먹이고 펠리코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장피에르 마레샬은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펠리코에 대해 징역 20년을, 나머지 50명에 대해 4∼18년을 구형했었다.



피해자인 지젤은 방청석에 앉아 선고를 지켜봤으며, 그가 법정에 들어가는 동안 지지자들은 손뼉을 치며 "고마워요 지젤"이라고 외쳤다.

지젤은 "부끄러움은 가해자들의 몫이어야 한다"며 공개 재판을 요구했고 법정에서 가해자들을 마주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수사 당국은 가해자를 72명으로 보고 있으나 상당수의 신원이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인 펠리코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지젤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펠리코의 제안에 응해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들도 기소됐고 지난 9월부터 재판받았다. 이들은 범행 당시 연령이 22세부터 74세까지 광범위했으며 트럭 기사, 군인, 소방관, 농부, 언론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지젤은 여성들이 약물에 취해 성폭행당하는 "화학적 강제 복종(Chemical submission)"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얼굴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고 법정에서 당사자 증언했다.

아비뇽 법원에서 차를 타고 프랑스가 완연한 완만한 언덕들을 넘어 몽 바투 마을을 둘러싼 포도밭을 지나 30분 가량 달리면 고풍스런(?) 중세 마을인 마잔이 나오며 이 곳에서 살던 그녀의 남편이었던 도미니크 펠리코가 온라인에서 만난 현지 남성들을 불러다 촬영한 것이다.

마잔 시장 루이스 보넷(74)은 해당마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다른 마을 출신이며 펠리코 부부 역시 이곳에 오래 살지 않은 외부인이라 주장을 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사실상 그는 피고인들과 그들의 가족을 향한 위협은 예상된 일이며 그 측면이 더 위험하다고도 했다.

보넷 시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여기서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펠리코가 아내를 죽였더라면 훨씬 더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고 프랑스인들은 그의 태도에 공감보다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보넷 시장은 지젤이 겪은 성폭행이 이웃 마을인 카르팡트라의 다른 피해자가 겪은 강간보다 덜 심각하며 약물도 없이 남편에 의해 지젤과 유사한 성폭행을 당한 “그 피해자는 강간당할 때 의식이 있었기에 훨씬 더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라는 주장과 같이 "아이들이 연루된다거나 여성이 죽는다면, 그건 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았으니, 여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등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자신의 마을이 영원히 이 사건으로 낙인 찍히기를 원하지 않았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한 무관심으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대부분이 거부감이 더 큰 '부정적'인 것이었다.

이 마을은 한때 영국 배우 키이라 나이리의 결혼식으로도 유명해졌던 곳이다.

지젤 펠리코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가 살고 있는 마잔시의 중세마을.


프랑스 마잔시 고풍스런(?) 중세도시에서는 지젤 펠리코외 이웃 카르팡트라 또한 남편에 의한 강제 성폭행 사건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도미니크 펠리코는 바로 이곳 이웃에 살면서 온라인에서 만난 현지 남성들을 촬영했다.



펠리코와 일부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했으나 수십 명은 지젤을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사실상 책임을 펠리코에게 돌리고 있다.

그보다 약 80여명에 이르는 성폭행 가담자들중 약 30명은 신원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펠리코와 지젤의 자녀 세 명은 "낮은 형량에 실망했다"고 말했다고 한 가족이 전했다.

펠리코를 제외한 공범 전원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고 일부는 수감 상태로 수사 및 재판을 받아 선고받은 형기를 거의 채웠다.

지젤은 재판 며칠 전 이혼을 마무리했지만, 손주들이 펠리코라는 성씨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재판 과정에서 자신도 전남편의 성은 그대로 쓰기로 했다.

지젤은 이날 선고 후 취재진의 질문에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이후 낸 성명에서는 "이 재판은 대단히 힘든 시련이었다"면서도 "이 재판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온 사회가 여기서 일어나는 논의에서 증인이 돼 주기를 바랐고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남녀가 똑같이 모두 존중과 상호 이해 속에 살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찾을 우리의 역량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와 유럽 각국 정상들은 지젤에게 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야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지젤 펠리코, 당신의 용기에 감사합니다"라며 "세상은 당신 덕분에 더는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대단한 존엄성"이라며 "지젤 펠리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부끄러움은 자리를 바꿔야 한다. 지젤 펠리코, 고맙습니다"라며 "당신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강한 목소리를 줬다. 부끄러움은 언제나 가해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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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후 법원을 떠나며 언론 앞에 선 피해자 지젤 펠리코 [AFP 연합뉴스]

남부 프랑스 보클뤼즈에 속한 코뮌 아비뇽의 한 벽에 칠해진 문구 :

“사람들은 지젤이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그는 진정한 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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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코 사건 법정 스케치 [AFP 연합뉴스]


BFM TV는 27일(현지시간) "한 남성의 제안에 따라 약물에 취한 그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수십명의 피고인 중 최소 15명이 1심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항소한 피고인 가운데 핵심 인물인 피해자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펠리코의 제안에 따라 6차례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3년 형을 받은 피고인 등이 항소에 나섰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재판에서 일부 피고인은 펠리코에게 책임을 돌리며 범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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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앞에 모인 지젤 지지자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