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혐의' 尹 구속기소 결론…구속연장 불발에 조사없이 재판
공수처법 미비·사건 조기송부…尹수사는 '조서없는 기소'
'공수처가 연장했어야' 지적·검찰-공수처 '구속기간 나눠쓰기' 비판도
비상계엄 54일만·헌정사 초유…100여쪽 공소장에 국헌문란 폭동 혐의
전국 고·지검장회의 끝 결론…재판 과정서 수사권 등 논란 계속 예상
尹 변호인단 "각본대로 기소…공수처 기소 대행청으로 전락" 주장
역대 노태우·전두환·박근혜·이명박 (대통령) 구속기소돼 유죄 판결 확정
민주화 이전엔 윤보선 전 대통령 비상군법회의에 기소되기도
여섯 번의 기소 한 번의 위헌 결정 및 네 번의 사면
심우정 검찰총장 출근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2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자료 사진. 2024.12.10
질문에 답변하는 오동운 공수처장
오동운 공수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
대검찰청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해 기소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전국 고·지검장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기소를 지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전국 고·지검장 회의를 열어 그간 제기된 법률적 쟁점과 처분 방향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깊은 논의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수본은 회의에서 "그간 수사 경과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할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임무 종사자 등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에서 송치한 수사 기록 등을 종합할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구속기소가 타당하다"는 견해를 개진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수사팀 의견과 고·지검장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기소를 지시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법원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2차에 걸친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대검은 전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교육감 사건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송부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확정한 전례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기소 여부 결정을 위한 보완수사와 공소 제기, 공소 유지 등 검사의 책임과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등 형사사법 체계에 반하는 부당한 결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했다고도 밝혔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닌 데도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수천 명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판단이다.
법원의 연장 불허로 구속기간이 단 이틀 남은 상황에서 기소를 택한 검찰은 윤 대통령 신문 조서 한 장 없이 재판에서 유죄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범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않고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공소장은 100여쪽 분량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2회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으로 인해 피고인 대면조사 등 최소한도 내에서의 보완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했으나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없었는데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사흘 만인 지난달 6일 군검찰과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내란죄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특수본 구성 이틀 만에 내란 핵심 피의자인 김 전 장관을 조사 도중 긴급체포해 구속한 것을 비롯해 군사령관을 잇달아 조사했고,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 출석을 요구하며 수사 속도를 높였다.
그 과정에 공수처가 중복수사 방지 명목으로 이첩요청권을 발동했고, 검찰은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사건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공수처,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검찰 넘겨 기소 요구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공수처에서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관련된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
26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을 근거로 ▲ 국회 봉쇄 ▲ 선관위 전산자료 압수 ▲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및 선관위 관계자 체포·구금 ▲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의결 저지 ▲ 별도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써 서울 여의도·관악구·서대문구, 수원, 과천 등 일대의 평온을 해치는 등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 즉 내란을 일으켰다는 게 수사 결과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전현직 군·경찰 지휘부 10명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직접 또는 김 전 장관 등을 통해 내란 행위와 관련한 지시를 하달한 '정점'으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보고한 포고령 초안을 검토해 승인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을 지시하는 등 비상계엄 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의 입법권 남용과 무분별한 탄핵 등에 대한 '경고성'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이와 상반되는 인적·물적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조 청장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지시했고, 이 전 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곽 전 사령관에게는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고 했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는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대공 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라고 말했다는 게 수사 결과다.
윤 대통령의 직·간접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특전사·수방사·정보사 등의 무장군인 약 1천600명, 경찰 약 3천800명 등 5천400명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투입됐고,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 '체포조'도 편성됐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군인·경찰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고려해 내란 혐의로만 기소한 것.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은 대법원 판례 검토를 거쳐 내란 혐의가 성립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사건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행위가 원인이 돼 국헌문란의 결과가 초래됐다면 국헌문란 목적을 인정할 수 있고,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 목적 달성을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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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2025.1.23.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 된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전직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민주화 이후 다섯 번째로 형사 법정에 서는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가장 먼저 구속기소된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1995년 12월 5일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됐다.
그해 10월 19일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폭로에서 시작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이후 그가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부패 정권을 창출한 계기가 됐던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사건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졌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했다.
검찰은 앞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수사 끝에 결국 그를 노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 혐의 등으로 같은 해 12월 21일 법정에 세웠다.
1심은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 노 전 대통령에게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
이 판결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지만, 이들은 그해 12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2년여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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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 2017년 4월 17일 구속기소 됐다.
그는 현직 대통령 신분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첫 사례였다.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그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선고하자 3월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고, 열흘 뒤 구속됐다.
2016년 9월 시민단체 고발을 계기로 시작된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 )→ 박영수 특별검사팀 → 검찰 특별수사본부(2기) 등 3단계를 거쳤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며 특가법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 뇌물 요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18개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된 지 4년여 만인 2021년 1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이 확정됐다. 이에 앞서 2018년 11월 옛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먼저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해 총 22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하면서 2021년 12월 31일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장기간인 1천736일(4년 9개월)간의 수형 기간을 끝내고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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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TV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경선 중 불거진 다스·BBK 등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2018년 초 재개돼 그해 4월 9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이 적용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 수수와 횡령 등 16개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을 수수하는 등 총 111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국가정보원에서 약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2·3심 과정에서 보석 석방과 재구속, 구속집행정지를 거쳐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돼 재수감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6월 검찰은 건강 문제를 호소한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을 정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형 집행 정지 만료일에 맞춰 단행된 특별사면으로 총 958일(2년 8개월) 수형생활을 거쳐 그해 12월 28일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됐다.
한편 민주화 이전까지 포함하면 가장 먼저 기소된 건 윤보선 전 대통령이었다.
의원내각제 체제였던 제2공화국 대통령이었던 그를 1974년 비상군법회의 검찰부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수사·기소했고,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다만 당시 수사의 법적 근거는 유신헌법을 토대로 한 긴급조치 1·4호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이를 위헌이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