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오패산 총격범' 성병대는 실명·얼굴 공개

인천 연수구 송도 한 펜트 하우스에서 60대 조모씨가 30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쏘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송도 사제 총기난사 사건 현장.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아버지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자택에 폭발물을 설치한 충격적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모(62)씨는 이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외부 노출을 피했다.

조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꼭대기 층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B(3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당시 며느리와 손주들 앞에서 사제 총기를 이용해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산탄'을 B씨에게 연달아 발사한 뒤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조씨로부터 “서울 도봉구 쌍문동 소재의 자택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체포 이후 경찰특공대가 도봉구 자택을 수색한 결과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폭발물 15개가 점화장치에 연결된 채 발견됐다. 이 점화장치는 21일 낮 12시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및 유튜브 등으로 숨진 아들이 유명 에스테틱 약손명가 대표의 아들로 알려지고 있으며, 아버지 조씨가 폭발물을 설치한 도봉구 자택도 약손명가 대표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인천 총격사건 피의자가 사제 폭발물 설치해둔 서울 자택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제총기 살해 피의자 자택서 발견된 폭발물

인천 연수경찰서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을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의 피의자 자택에서 발견된 폭발물 모습. 2025.7.21 [인천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과거 사제 총기로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성병대(53) 사례를 비춰볼 때 조씨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예상했다.

성씨는 2016년 10월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로에서 사제 총기와 둔기로 이웃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뒤 현장에 출동한 김창호 경감(당시 경위)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경찰은 당시 범행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범죄 예방 효과 등을 고려해 성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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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공개된 사제 총기 총격범 성병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사제 총기와 폭발물 등을 다량으로 제작·소지해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범죄 예방 측면에서 신상 공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사제 총기 사건으로 또다시 수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데다 어린 손주들 앞에서 범행한 점도 매우 악랄하다"며 "기본적으로 신상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피의자의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을 때 신상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함께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에 해당하며 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경찰은 현재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조씨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조씨는 아내인 알려진 에스테틱(미용) 그룹 대표 김모씨와 20년 전에 이혼했으며, 그 원인을 놓고 아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김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행복하고 잘 살게 하기 위해 산다"거나 "아들한테 좋은 것만 하고 싶다"고 밝힐 만큼 아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이혼 후에도 김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던 조씨가 가정불화에 따른 열등감과 분노를 쌓아두다가 전처를 향한 일종의 복수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 교수는 "조씨는 술·마약을 하지 않고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여러 가족 가운데 아들만 특정해 살해했다"며 "아내에게 가장 큰 상실의 고통을 주려는 의도나 배경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전처가 사회·경제적으로 이룬 성공의 측면에서 아들이란 존재를 계승자라고 여겼을 것"이라며 "장기간 누적된 열등감과 복수심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인 만큼 수사 경과를 지켜본 뒤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