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1세…우아함·미니멀리즘 상징, 할리우드 스타들 애호 브랜드

패션업계 "역사를 만든 거인을 잃었다"…伊 총리도 추도

조르지오 아르마니 4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생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가운데 감색옷 흰머리의 노인)와 그가 협찬한 헐리웃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의 리처드 기어.


이탈리아 패션계의 거물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4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91세.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은 성명에서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이자 창시자, 그리고 끊임없는 추진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망을 알린다"고 밝혔다.

그룹은 그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 가운데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창업자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그의 폭스바겐을 매각한 대금으로 창시한 아르마니는 프라다에 이어 현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로도 알려졌고 연간 약 23억 유로(약 3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 6월 밀라노 패션 위크 당시 건강상 문제로 처음 행사에 불참했는데, 그 달 말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엔 자신의 시그니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 하우스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획 중이었다.

그는 1934년 7월 밀라노 남쪽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으나 그의 부모님은 아르마니안인으로, 그의 아버지 우고 아르마니는 1915년 튀르키예의 전신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감행한 당시 이를 피해 유럽으로 정착했다.

아르마니는 애초 의사를 꿈꿨으나 밀라노 백화점에서 창문 장식 보조로 일하며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아르마니는 1975년 사업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자신들의 폭스바겐을 1만 달러에 팔고 남성 기성복 라벨을 창업했다. 여성복 라인은 그로부터 1년 뒤 선보였다.

그는 2015년 자서전에 "나는 남성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 최초의 디자이너였다. 남성들을 여성의 원단으로 입히고 여성들이 원하고 필요로 했던 것, 파워 슈트를 남성들로부터 훔쳐 왔다"고 접근법을 설명했다.

이후 아르마니는 기본적인 베이지와 회색 색상에 섬세한 디테일, 고급 소재, 밝은 색조를 더해 스타일을 부드럽게 발전시켰다.

1980년대 명작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는 아르마니와 배우 리처드 기어를 할리우드 커리어의 길로 이끌었다. 아르마니 의상을 입은 기어는 미국의 새로운 인기 배우로 부상했고, 그와 함께 아르마니 역시 인기 있는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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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할리우드와 인연으로 아르마니는 200편이 넘는 영화의 의상 크레딧을 얻었다. 2003년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배우들도 그의 의상을 즐겨 입었다. 숀 펜, 앤 해서웨이, 조디 포스터, 조지 클루니, 소피아 로렌, 브래드 피트 등도 아르마니의 오랜 애호가였다.


아르마니 스타일의 영향력은 사람들의 옷차림뿐 아니라 패션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변화시켰다. 이에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아르마니의 패션계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실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한다. 실용적이지 않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드는 건 전혀 가치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 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며, 최고의 본보기가 되는 것들을 사랑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23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그의 아르마니 제국은 9천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진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7개의 산업 허브와 6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2년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쇼.


의류와 액세서리 외에도 향수, 화장품, 가구·실내 장식품을 생산하며, 자체 브랜드의 사탕, 꽃, 심지어 책까지 판매한다. 아르마니는 여러 개의 바와 레스토랑, 클럽과 농구팀도 소유하고 있다.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세계 200대 억만장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르마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데도 앞장섰다. 어린이를 위한 여러 자선 단체에 직접 참여하고 에이즈 퇴치를 강력히 지지했다. 2002년엔 유엔 난민 친선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아르마니의 뒤를 이어 그룹을 누가 이끌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르마니의 생전에는 오랜 기간 남성복 총괄을 맡아 온 레오 델'오르코와 여성복 총괄을 맡고 있는 조카 실바나 아르마니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으나, 현재 2016년에 설립된 재단으로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법 외 각종 명품 브랜드 업계의 M&A 관심도 크다.

패션업계와 생전 그가 아꼈던 모델들은 아르마니의 사망을 애도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오늘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 그는 역사를 만들었으며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추도했다.

아래는 패션업계 관련자들의 애도사이다.

몽클레르의 최고경영자(CEO) 레모 루피니 "'우아함은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다'. 고마워요 조르지오"

베네통의 알레산드로 베네통 "진정한 이탈리아의 천재였다"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 "그의 엄청난 재능과 그가 패션에 가져온 변화, 또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에 경의를 표한다"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성명 "그는 전후 황금기 패션 디자이너 세대의 마지막 인물로, 해마다 최고의 우아함의 표본을 만들어 냈다"며 "그의 유산은 현재와 미래 디자이너들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 숨 쉴 것"

구찌 등 케링 그룹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 "이탈리아의 거장이었던 그의 영향력은 패션계를 훨씬 넘어섰고,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영감을 줄 것"

앤 해서웨이, 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그들의 소셜미디어(SNS)에 애틋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의 우아함, 절제미, 창의성은 이탈리아 패션에 빛을 더하고 전 세계에 영감을 주었다"며 "아이콘이자, 지칠 줄 모르는 노동자, 이탈리아의 최고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고 회상했다.

아르마니의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오는 6일과 7일 그가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아르마니 극장에서 공개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다.

중앙아시아 및 주변국 지도 (사진 : 한국무역협회)

붉은 색이 아르마니아, 파란색은 그 옆의 조지아.


관련기사 링크

https://sharimanzu.today/View.aspx?No=370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