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상승과 빙하기 반복이 자정노력 지구의 섭정...잔인한 5월의 폭설은 제철 산나물 피해 눈덩이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5.16 17:04 의견 0

때아닌 눈폭탄에 피해 속출…유례없는 설경에 관광지는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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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데기 마을, 눈 쌓인 산나물 피해. [촬영 이상학]

"한창 수확을 해야 할 판에 눈 폭탄을 맞았으니 믿어지지 않네요."

16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 마을 고랭지 농삿꾼 주민들도 산나물에 쌓인 눈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진 고지대 산간마을은 하룻밤 계절이 뒷 걸음질을 쳐버렸다.

5월에 쏟아진 눈은 누구에게는 색다른 절경이지만 모진 오월로 기억되게 생겼다.

안반데기 마을 주민에게 눈은 일상이지만 5월의 폭설은 아무래도 당혹스럽다.

주민들은 갈맷빛 산을 지운 새하얀 5월 풍경에 "무슨 조화냐"며 아연실색 했으나 모진 자연은 나름 정화작용이랄 게 틀림없다.

겨울철에는 눈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언덕길을 오가던 베테랑 주민들이지만 더 이상 5월 햇살에 펼쳐지는 설경에는 이러는 것이 자연인가 믿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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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폭설 맞은 안반데기 봄나물 [독자 김봉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단지인 안반데기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 남쪽 고산지대다. 교과서로 쉽게 아는 고랭지 채소 지역이다.

고루포기산(1천238m)과 옥녀봉(1천146m) 사이 남북 능선에 있는 이 마을의 해발은 해발 1천100m로 드넓은 고랭지 배추밭이 약 200만㎡에 이른다.

5월쯤 되어가면 맹춘(孟春)에도 고랭지 봄철 산나물이 제철이었지만 때아닌 눈으로 덮여 버렸다.

더는 4계절이 아니다. 지중해 기후도 한 5월에 이렇게 서늘하지는 못할 것이다.

멀리 서쪽의 발왕산(1천459m)도 짙은 운무의 하늘과 새하얀 봉우리가 구분되지 않았다. 그 위 하늘이야 얼마나 맑든, 태양이야 얼마나 올랐든, 더 높은 고기압 아래 내려 앉은 구름은 야속하게도 그렇잖아도 고랭지로 차가운 눈발마저 뿌려댄 것이다.

푸르름이 짙어가던 고랭지 밭은 지난 15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내린 눈이 약 15cm가 쌓여 눈밭으로 변해 버렸다.

수확이 한창인 눈개승마와 곰취 줄기가 무거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군데군데 꺾였다.

절기상으로도 이미 입하(立夏)도 지나 여름에 들어섰는데 생뚱맞은 폭설에 애써 기른 산나물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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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내린 겨울
16일 오전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 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2024.5.16.


때아닌 폭설에 눈개승마와 곰취 등 재배중이던 줄기가 꺾이고 설상가상 냉해까지로 피해는 눈덩이가 됐다.

왕산면 농삿꾼들은 "다년생 산나물이라 내년까지 피해가 이어진다"며 "3년 전 5월 초에 눈이 내린 적이 있지만, 수확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산나물 피해뿐 아니라 다음 달 10일 전후해 심을 고랭지 배추밭 토사 피해도 적지 않다.

비탈진 밭에 올여름 농사를 위해 흙을 고르는 작업을 해놓았지만, 눈이 녹으면서 토사가 흘러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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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 피해 발생한 안반데기 배추밭 도로변 [촬영 이상학]

마을 사랑방에서 만난 주민 모(69)씨는 "폭우가 내리면 경사면을 따라 계속 흘러가지만, 눈은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무거워지면서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며 "30여가구 가운데 일부 주민이 이런 피해를 봐 황당하다"고 말했다.

토사 피해를 본 권모(57)씨는 "전날 밤 불안한 마음에 계속 밭으로 나가면서 노심초사했는데 새벽에 내린 많은 눈으로 배추밭 곳곳에 토사가 흘러내리는 피해가 났다"며 "24년 농사를 지으면서 간간히 5월에도 눈이 내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큰 피해가 나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눈은 이날 오전 사이 구름 사이 떠오른 햇살에 곧 녹아내렸지만, 푸른 농작물은 냉기에 푸석푸석 생기를 잃은 듯 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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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눈 쌓인 발왕산
16일 오전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 눈이 수북이 쌓여 한겨울을 연출하고 있다. 2024.5.16.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백두대간 고원지대는 한겨울의 스키 시즌이라도 돌아온 듯 설국을 이뤘다.

이제 점점 더 고랭지 채소지는 5월 눈 소식에 반복되는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가 온난화 소식, 폭염 소식이 들릴 수록 가슴을 더 졸여야 되게 생겼다.

잠깐의 설경은 지속되는 설경의 기후보다 더 눈이 시리게 잔인한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말씀이다.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야 될 지 뚜렷하게 잘라 마련하기도 감 잡기도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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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백두대간 두문동재 도로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 와중에 기온이 1.2도까지 내려간 평창 발왕산 정상에는 계절을 뒤바뀐 이색 추억을 만들려는 관광객도 반짝했다.

태백산 주변 백두대간 두문동재 고갯길 등에도 한겨울이 연출되자 주민과 관광객이 때아닌 겨울 정취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7시부터 해발고도 1천m 이상의 높은 산지에 10㎝ 이상의 눈이 쌓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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