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유죄, 김여사 검찰수사 향방은…주가조작 인지 여부 관건
김 여사 계좌 통정매매 등에 동원 의혹…주포와 직접 연락 정황도
김 여사 7월 조사서 '시세조종 몰랐다' 진술…검찰, 계좌주 전수조사
단순무식이냐? (미필적)고의냐? 역사적 기록의 그 향방의 기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법원이 12일 전주(錢主 -이하 쩐주-) 손모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이하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처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가 투자 목적으로 단순히 계좌만 빌려준 것인지, 시세 조종 범행을 알면서 가담하거나 방조했는지를 따져 최종 처분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가 통정매매 등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난 데다 쩐주에 대한 유죄 판결까지 나오면서 김 여사에게 적어도 방조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이날 손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씨가 도이치모터스 시세 조종 일당의 범행을 알면서도 그에 편승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그 주가의 부양을 위한 이상 매매 주문,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한 매도 물량 통제 등에 협조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김 여사 사건에서도 김 여사가 시세 조종 사실을 알았는지, 일당의 요구에 따라 주식 거래 시간, 주문 수량·가격을 정한 것인지 등이 처분 방향 결정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1심 재판 등에서 공개된 검찰 수사 내용에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공소 시효가 남아 있는 2차 시세조종 시기(2010년 10월 21일 이후) 주가조작에 이용된 정황이 등장한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2010년 10월 28일 주가조작 가담자 민모씨가 '2차 시세조종 주포' 김모씨에게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여사 계좌에서 10만주 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는 몇 분 뒤 민씨 등이 사 갔다. 전형적인 통정매매 양상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같은 해 11월 1일엔 김씨와 민씨 사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란 대화가 오간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가 매도됐다.
검찰은 이종호 씨가 운영한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컴퓨터에서 김 여사의 2개 계좌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을 정리해 '김건희'로 파일명을 붙인 엑셀 자료(2011년 1월 13일 작성)를 확보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 하락 방어에 쓰인 정황도 있다.
2012년 7월 25일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김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 있으시면 조금씩 방어라도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같은 날 김 여사 계좌에서 1천500주가 매수된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손씨처럼 시세조종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한 상태에서 주포의 요청에 따라 이상 매매 주문 등을 수락한 것인지가 수사의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2심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긴 했지만, 1차 시세조종(2009년 12월 23일∼2010년 10월 20일) 당시 김 여사가 주식을 매매하면서 주포와 직접 소통하거나 그 요구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있다.
검찰은 2010년 1월 김 여사와 그의 계좌 관리인인 증권사 직원이 나눈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는데, 김 여사가 주포 이모씨를 가리켜 "그분이 더 원하시면 해주세요", "오늘 뭐 내일 뭐 빨리 팔아준다 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주포가 바뀐 2차 시기 이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이나 주포인 김씨와 주식 매매와 관련해 소통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시세 조종 기간 계좌가 동원된 계좌주 91명의 혐의를 개별적으로 따져 보기 위해 김 여사 모녀를 포함해 아직 기소되지 않은 85명을 상대로 사실상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에는 김 여사를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보안청사에서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조사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함께 조사했다. 김 여사는 주식 매매를 일임했을 뿐 시세조종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도 지난 7일 검찰청사에서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최씨의 계좌 1개는 권 전 회장의 차명계좌로 쓰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전체 계좌주들과 비교해 김 여사의 관여 정도를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의 사실관계가 달라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각 사실관계에 맞는 증거와 법리를 적용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 진행 중인 사건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진 주식 거래가 40억여원으로 전체 계좌주 중 상당히 규모가 큰 편인 데다가 이날 손씨까지 유죄 판단을 받으면서 적어도 김 여사를 방조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또 다른 전주인 김 여사가 법의 심판대에 오를 차례"라며 공세에 나섰다.
특히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가 일었던 만큼 검찰이 얼마나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특검법을 둘러싼 여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단순무식이냐? (미필적) 고의냐? 역사적 기록의 향방의 그 기로에도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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