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정보 노출로 스토킹처벌법 위반등…명단 작성·게시자 첫 구속
선(?) 넘은 <응급실 부역>란 신설뒤 아카이브 "갱신 중단 고정" 게재로 논란충돌 여전
...다만 고래 싸움 난 줄 아는 새우는 '없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을 작성·게재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됐다. 일명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게시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모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인 정씨는 지난 7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뒤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감사한 의사'라고 비꼬며 이름, 연락처, 출신 학교, 소속 병원·학과 등을 명단에 담아 게재했다.
정씨는 2020년 의료파업 당시 참여하지 않거나 복귀한 이들 명단도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당초 개인정보보호법 등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정씨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지속·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이날 낮 12시 5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서는 재킷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혐의를 인정하느냐', '리스트를 왜 작성했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고 떠났다.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와 의대생 명단을 작성·게시한 전공의가 구속된 가운데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이트가 갱신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카이브에 의사 실명을 게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임한 전직 전공의 외, 해당 아카이브의 접속 링크를 게시한 이들로 입건된 나머지 3명에 대하여는 현재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근무 중인 의사의 실명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사이트엔 전날 "추가적인 업데이트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이제 리스트를 고정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해당 아카이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일부 수정된 상태로, 여전히 근무 중인 의사와 학교에 남은 의대생들의 이름이 버젓이 공개돼있다.
운영자는 "어느 정도는 (아카이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언론에 소개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갱신 중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악의적 실명 공개가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의사 증원 등을 추진 중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의사 명단을 잘못 올렸다가 삭제한 점을 거론하며 "가정의학과 사건 때문에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아서 번아웃(burnout)이 왔다"고도 했다.
그는 갱신 중단 이유를 이 정도로만 설명했지만, 이번 결정은 전날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 씨는 전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었다.
실상 블랙리스트 작성·게시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고려한 듯 '감사한 의사' 아카이브 운영자도 이용자들에게 '보안(?) 가이드라인'을 안내한 것이다.
그는 "(아카이브) 링크를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댓글 등 국내 사이트에 올리면 안 된다", "제대로 된 가상사설망(VPN)과 익명 네트워크 토르(Tor)를 같이 써야 한다" 등 지침을 안내하면서 이를 어기는 건 '저를 잡아가 주세요'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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