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아기가 고개 '휙'"…유전자치료 임상시험 청력 회복 세계 첫 사례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5.10 01:09 의견 0

선천성 장애 생후 18개월 영국 여아, 임상시험서 정상 청력 되찾아

영국에서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기가 유전자 치료를 통해 청력을 회복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dpa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생후 18개월의 오팔 샌디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었지만 유전자 요법으로 유전성 난청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지금은 거의 정상 청력을 되찾았다.

유전자 치료로 청력을 회복한 것은 이 여아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더타임스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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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로 청력을 회복한 생후 18개월 오팔 샌디와 부모 [출처: 케임브리지대학병원. 재판매 및 DB 금지]

오팔은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 자극이 방해받는 청각 신경병증이란 질환으로 인해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이 질환은 귀의 세포가 청각 신경과 소통할 수 있게 단백질을 생성하는 OTOF 유전자의 결함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오팔은 공공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임브리지대학병원 NHS재단신탁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최신 유전자 치료법을 이용, 제 기능을 탑재한 유전자 복사본을 귀의 세포로 보내 결함 세포를 대체하는 시험이다.

지난해 9월 수술을 통해 이 아기의 오른쪽 귀에 미국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이 만든 유전자 복사본이 주입됐다.

오팔은 수술 3주 후에 처음으로 큰 소리에 반응했다.

이 아기의 엄마 조 샌디(33)는 "아기가 (큰 소리에) 처음 고개를 돌렸을 때 믿을 수 없었다"며 남편에게는 문자 메시지로 "너무 놀랐다. 우연인 줄 알았다.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당시 느낀 감격을 전했다.

수술 24주가 지난 올해 2월 검사에서 오팔의 청력은 속삭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팔은 지난 6주 사이에 말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임상시험의 수석조사관인 마노하르 밴스 귀 외과 의사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극적"이라고 평가하며 "(이 치료는) 일회성 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팔은 영국과 스페인, 미국에서 최대 18명의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인 이번 임상시험의 첫 번째 환자였다. 밴스 의사는 이 임상시험이 유전자 치료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약 2만명이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청각 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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