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 '사막처럼 황폐해지는' 현상 갯녹음 심화 …바다숲 지키기 복원노력등 시급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7.09 14:18 의견 0

신천리·위미2리·일과2리·고내리 등 지역 등 '심각'

바다 생물이 살 수 없어 '바다 사막'이라고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제주도 앞바다에서 심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갯녹음 현상과 자연번성하는 성게로 인한 가속되는 심화.

11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의 '2023 마을어장 자원생태환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의 모든 수심대와 남원읍 위미2리 4∼8m 수심대에서 갯녹음이 심화 상태를 보였다.

서귀포시 하효동 4m 수심대, 대정읍 일과2리 8m 수심대,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4m 수심대에서도 갯녹음 현상이 짙었다.

갯녹음은 바다숲이 사라진 연안 암반 지역에서 점차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바다 사막화(沙漠化), 백화(白化)나 백화현상(白化現象)이라고도 부른다.

해조류의 몸체로 탄산칼슘, 탄산마그네슘의 석회질이 두껍게 침착하는 석회조류의 홍조류 산호말 등이 무성해지며 사막처럼 황폐해지는 현상이다.

오염된 물의 유입, 온난화 수온 상승, 과도한 해조류의 채취, 바닷가 항구 개발 등이 갯녹음 현상의 원인들로 지목되는데, 실상 성게의 번성도 그 이유의 부분으로 꼽힌다.

국내산 성게는 품종이 좋아 수출품으로도 각광 받아 왔으나 수온 상승의 온난화 등을 원인으로 천적인 돌돔의 수가 줄어 들자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 성게가 번성했고 이로 인하여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고 주요 원인으로까지 등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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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동부 갯녹음 현상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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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부지역 갯녹음 현상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제공]

갯녹음 현상이 40% 미만이면 정상상태, 40∼80% 미만이면 진행상태, 80% 이상이면 심화상태로 판정한다.

고산리, 법환동, 이호동, 일과2리, 추자, 평대 지역에서는 갯녹음이 '진행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아열대성 부착 산호류인 빛단풍돌산호와 거품돌산호는 제주 북동부(구좌)와 추자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으며, 남부지역은 아열대성 생물의 분포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제주 연안에 총 156종(녹조류 25, 갈조류 26종, 홍조류 110종)의 해조류가 자생하고 있으며, 이 중 어장 내 주요 먹이원인 갈조류는 감소했지만 석회조류를 포함한 홍조류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이번 조사가 제주 연안 어장 생태계의 변화상을 예측하고 해양생태계의 보전관리 방안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발간된 보고서는 연구원 누리집(www.jeju.go.kr/jori/index.htm)에 공개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올해부터 마을 어장 주변으로 유입되는 농약, 비료 등 물질에 따른 해양 수질과 해조류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정밀 조사도 하고 있다.

잘피 군락지.
서식지 복원 및 확대 사업이 시급하다.



바다숲의 복원 및 조성을 위하여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제주도지사 및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 등은 바다식목일을 개최하고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갯녹음화 현상이 발생한 마을어장등을 중심으로 전복․톳 등 해양생물자원의 급속한 감소를 막기 위한 '유용미생물'을 이용한 <바다숲 살리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LG화학은 여수 사업장과 가까운 대경도 인근 해역과 대산 등지에 2026년까지 잘피 서식지를 조성하고 바다생태계 보호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잘피(seagrass)는 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속씨식물을 통칭하는데, 다년생으로 바다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이 피는 현화식물이다. 다른 속씨 식물과 마찬가지로 씨앗과 꽃가루도 만들고 게와 새우등 해양생물이 수분도 한다. 사실상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와는 달리 잎, 줄기, 뿌리 기관을 가지고 있는 고등식물에 속한다.

잘피는 잠수부가 한 땀(?) 한 땀(?) 심어야 되는 화초와 같은 것으로 그 군락지의 복원 및 확대 사업에는 사실상 잠수부의 역할이 커져야 되는 사업이다.

잘피 군락이 조성되면 연안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군락으로 어린 물고기, 말미잘, 고둥 등이 몰려드면 훼손된 바다생태계도 복원되는 것이다.

또한 바닷속에 잠긴 잘피는 바닥에 뿌리를 내리며 파도의 힘을 약화시키고 해안의 침식을 늦추고 탄소를 흡수한다.

해초류인 잘피는 육지의 숲과 비교해도 단위면적당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우수해 블루카본(해양생태계를 통해 탄소흡수)의 주요 군락원으로도 분류되어 있다.

이미 석회암석화 및 아열대종 바다화가 심각한 제주도 인근 바다등지를 비롯 한반도 남반부 해안의 바다숲 지키기 사업은 간과될 수도 미뤄 질 수도 없으며 중요한 만큼 더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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