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도 싫네···세르비아서 '리튬광산 개발' 반대 대규모 시위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8.12 00:50 의견 0

글로벌 기업 리오 틴토 리튬광산 채굴 재개…환경오염 우려

río[리오]는 에스빠뇰어로 강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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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리튬 광산 개발 재개 반대 시위
1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리튬 광산 개발 재개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4.08.10.

발칸반도 내륙국 세르비아에서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AFP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환경단체를 비롯한 수만명이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를 행진하며 "리오 틴토는 세르비아에서 나가라", "채굴 안 돼"를 외쳤다.

세르비아 내무부는 시위 참가 인원을 2만4천∼2만7천명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베오그라드의 주요 기차역에 진입해 철로 점거 농성도 벌였다.

시위 주최 측 즐라트코 코카노비치는 앞으로도 철로 점거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밤낮으로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비차 다치치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시위 주최자와 주도자들을 모두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은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전기차 수요와 맞물려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지만 채굴, 정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에 따르면 세르비아 서부의 자다르 광산에는 약 12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유럽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연간 유럽 전기차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약 1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과 호주 자본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2004년 발견된 자다르(Jadar) 광산의 수익성을 눈여겨보고 2021년 세르비아 정부의 개발 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환경 영향 평가와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개발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세르비아 정부는 2022년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었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세르비아 정부가 리오 틴토(Rio Tinto)의 리튬 채굴 라이선스를 유지하고 광산 개발을 재허가 했고, 2024년 7월 19일 유럽연합(EU)과 세르비아 및 독일이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수십억 유로 규모 리튬광산 개발협정 ‘리튬딜 프로젝트’ 전략적 동반관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정은 독일 숄츠(Olaf Scholz) 총리와 세르비아 부치치(Aleksandar Vucic) 대통령, EU 집행위원회 셰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 부위원장 참석 하에 이루어졌고, 숄츠 총리는 세르비아 방문 중 리튬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하며 유럽의 전략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중요한 단계라는 점에서 이 협정을 ‘신의 선물’에 비유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세르비아는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문제가 누적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민감도 또한 극도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해 유럽의 대기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럽 대륙에서도 대기질이 가장 나쁜 15개 지역 중 5개 지역이 세르비아였다.

2020년 세계 보건·공해 연합에 따르면 세르비아에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75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세르비아 정부는 이 번 리튬광산 개발이 침체한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르비아가 EU와 독일에 리튬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공장 또한 유치하기로 했다. 리튬 채굴뿐만 아닌 리튬카보네이트 가공 공장도 세울 계획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중요한 공급망을 갖추게 되며,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나 이탈리아의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같은 세계 유수 기업들도 이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는 것.

세르비아 정부는 이러한 전략적 관계 구축을 통해 10년 넘어 추진해온 EU 가입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 가능성등 리튬 채굴, 정련 과정등에 수반되는 상급 위험 난이도의 환경오염 가능성을 비롯 막다른 골목에 이른 세르비아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하여 향후 어떤 조치가 취해지게 될 지 모든 손익 계산에 앞 서 우려가 더 앞 서는 실정이다.

참고로,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내륙의 국가로 "발칸"은 튀르키예어로 '거칠고 숲이 많은 산악지대'를 뜻하는 발칸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왔다. 실상 오랫동안 동로마 제국의 영토로 그리스도교권 지역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자 오스만의 영토가 되어 발칸이라고 불렸고 튀르키예인들 외에는 세르비아등 발칸반도 국가 내에서도 반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부유럽 및 동유럽의 경계 지역으로 서유럽인들은 대체로 발칸반도를 아시아로 '취급'하였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도 차별이 심하여, 사실상 현재 좀 더 경제적 이유로 인한 개발이자 친 서유럽화 행보인 셈이다.

발칸 반도에는 그리스, 불가리아, 알바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북마케도니아, 튀르키예 등이 포함되며, 몰도바나 터키(보스포루스 해협 서쪽 유럽 지역 한정)가 포함되기도 한다.

발칸반도를 최대로 확장하면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슬로베니아 국경 근처에 위치) 지역까지 발칸반도에 포함된다.

고대 무역 중심지로 접해 있으나 중세 십자군 전쟁등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아 왔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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