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2거래일 연속 매도…기관·개인 저가매수세도 역부족
"삼성전자 HBM 낙관적 전망에 대한 예측 실패 인정" 증권가 자성도
트럼프 보호무역에 반도체산업 타격 우려…반도체株 '우수수' SK하이닉스 5% 급락
삼성전자[005930]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 끝에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 밀려났다.
지난 5거래일간 주가가 13% 넘게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300조원도 무너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하는 분석까지 나오는 등 부진의 끝을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천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천900원와 같다.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5만7천500원을 기록한 뒤 5거래일간 13.22% 하락한 끝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5만원 선을 내줬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97조8천921억원으로 300조원을 하회했다.
주가는 장 초반 0.79% 약세로 5만200원까지 내린 뒤 이내 반등, 한때 2.37% 강세로 5만1천800원을 기록하는 등 5만2천원대 회복까지 넘봤다.
그러나 장 후반 들어 상승세가 약해졌고 마감 직전 매물이 쏟아지면서 5일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4천772억원어치 대량 순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총 3조원 이상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저가매수에 나선 개인과 기관이 각각 3천724억원, 773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주가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4천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매출화 시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데 입을 모았으나 주가 반등 시기를 점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D램의 코어 경쟁력 회복"이라며 "차기 제품인 HBM4와 이를 위한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참여자의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한국 반도체 업황의 향방 전반에 대한 우려도 겹치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신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분쟁이 고조될 경우 반도체 산업 자체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은 결과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은 임기 중 삼성전자 등과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번복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저조한 실적 가운데 정책적 불연속 예측 등은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더더욱 힘들게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인텔·마이크론 등은 여전히 계약과 관련해 일부 주요한 세부 사항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다른 소식통들을 인용해 "대만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일부 업체는 협상을 마무리했고 조만간 최종 보조금을 발표할 전망"이라고도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가운데 90% 이상을 배정했지만 구속력 있는 계약은 한 건만 발표된 상태다.
20여개 기업은 여전히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달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반도체법에 대해 "정말 나쁘다"면서 직접 보조금보다 관세가 반도체 산업 진흥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최근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이미 체결된 계약을 끝내고 재협상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트럼프 캠프 측이 그러한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업체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협상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고 했고, 다른 소식통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주춤했던 반도체법 관련 논의가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도 했다.
실상 올가을에는 미 당국과 삼성전자 측 실사 회의가 한달 넘게 열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부진을 언급하면서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의 신설 공장과 관련해 아직 새로운 주요 고객사를 발표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미 상무부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텔의 경우 향후 사업 부문 매각 가능성과 관련한 이슈가 전해졌고 마이크론은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참여 요구 등과 관련한 이슈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사실상 기업들이 중국과 어느 정도 사업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맺을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00% 하락했고, AMD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Arm홀딩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이 3% 넘게 떨어졌다.
한편, 지난 7월경 248,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던 SK하이닉스[000660]는 전날보다 5.41%나 급락한 176만3천원을 기록했다. 년중 최저가는 지난 년말 이어 올 1월경 124,500원이었다.
장중에는 6.12%까지 낙폭을 키우며 17만1천7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한미반도체[042700](-1.22%), 피에스케이홀딩스[031980](-5.59%), 테크윙[089030](-3.10%) 등 주요 반도체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반도체 업종 자체를 선호하진 않는다"며 "인공지능(AI) 시설투자(캐펙스·CAPEX) 흐름과 그에 따른 반도체 업종의 수혜를 잘 보여주는 미국 제조업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감한 베팅보다는 데이터 증가 여부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게 안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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