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 참석한 자국 대표단에 철수를 명령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대표단 최고 책임자인 아나 라마스는 이날 가디언에 정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외무부에서 더 이상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그게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COP29는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11일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아르헨티나 대표단은 개회한 지 불과 사흘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취임한 밀레이는 "기후위기는 사회주의적 거짓말"이라며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해온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환경부와 여성인권부 등을 줄줄이 폐지한 뒤 각 기능을 대통령 비서관실로 이관했다. 또한 경제 발전을 이유로 산림과 빙하 보호 등에 관한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중도 철수로 불안이 더 커지게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할 것을 약속했지만,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미국 행정부는 이 협약에서 탈퇴한 전력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협약에 복귀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이 다시 파리협정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총회 중도 철수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되는 만찬행에 올랐다.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연설자로 초대했고 이날 오전 미국에 도착했으며, 이는 당선 이후 7번째 미국 방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15일 오전에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앞서 14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되는 만찬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비공개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측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모든 나라 대사관에 '해외 정상과의 회동이나 만남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공식적으로 설명해 오고 있어 비공개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왔고 미국 대선 이후 수십 개의 축하 메시지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일주일 후에 밀레이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11분간 진행된 통화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My favorite President)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히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13일 아르헨티나 리바다비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경제를 개방하고 있으며, 미국과 더 큰 무역협정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차관 협상이 진전되도록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양 정상 간의 정치적 이념 공유나 개인적인 친밀감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경제적 혜택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당시인 2018년 당시 이십년지기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도와 IMF 역사상 가장 큰 차관을 얻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으나 동시에 아르헨티나의 바이오디젤 대미 수출을 막은 바 있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마이클 시프터 조지타운 대학 교수등의 말을 인용 "아르헨티나에게는 두 정상의 관계가 갖는 외교적, 상징적 가치가 그 어떤 경제적 성과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관세 문제나 일부 제품에 대해서 어느 정도 (미국 측) 호의가 있을 수 있으나, 트럼프가 아르헨티나 경제를 구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프터 교수는 트럼프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의 관계를 그 예로 들며 "트럼프와 보우소나루 양국 정상 간의 엄청난 친밀감과 동맹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경제문제에 관한 중요한 합의는 없었다"며 "많은 미소와 포옹, 상호 존경이 있었지만, 브라질에 대한 구체적인 혜택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에 큰 공을 세운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아르헨티나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했다.
한편, '리튬 부국'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포스코홀딩스가 투자해 설립한 첫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이 준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2만5천톤(t) 규모의 수산화리튬이 생산될 예정이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배터리나 니켈 양극재 원료로 사용된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24일(현지시간) 살타주(州) 헤네랄구에메스 산업단지에서 포스코 수산화리튬 공장(염수리튬 1단계) 준공식을 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루이스 루세로 경제부 차관(광업분야 총괄), 구스타보 사엔스 살타 주지사, 라울 하릴 카타마르카 주지사, 카를로스 사디르 후후이 주지사,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 소재 총괄, 김광복 아르헨티나 법인장 등이 참석했다.
포스코 측은 옴브레무에르토 염호에 있는 인산 리튬을 뽑아내는 상(上)공정과 이를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하(下)공정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연산 2만5천t 규모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포스코아르헨티나는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동 중인 4개 공장(후후이 2곳·카타마르카 1곳·살타 1곳)에서 탄산리튬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산화리튬 생산 시설 구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소형 전기차 또는 가전제품 배터리 등 제조에 주로 활용되는 탄산리튬과 달리, 수산화리튬은 주로 고밀도·고용량을 필요로 하는 전기차 배터리나 고용량 니켈 양극재 원료로 쓰인다.
루세로 차관은 "이 새로운 단계의 프로젝트를 통해 4천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아르헨티나 리튬 산업 분야 부가가치 창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배터리 가치 사슬에서 핵심적인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준공식이 포스코 측에서 이미 발표한 16억 달러(2조2천억원 상당) 규모 투자에 따른 결실 중 일부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옴브레무에르토 염호에서의 염수 리튬 2단계 사업(탄산리튬 제조)을 포함해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대표적인 지하자원 부국 중 한 곳이다.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 및 생산량에 있어 수입 병행 정책에서 2024년 주요 수출국으로 정착되었으며, 칠레·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광업협회(CAEM)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는 약 22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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