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40분만에 종료 진행형...서울구치소에 구금

변호인만 조서 열람·날인…尹측 "큰 틀에서 답변, 의견서 낼 것"

내일 조사 재개 뒤 구속영장 청구할 듯…체포적부심 청구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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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5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43일만인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에 체포됐다.

법원이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처음 발부한 지 15일만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검찰로부터 한 차례, 공수처로부터 세 차례 출석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은 끝에 이날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게 됐다.

사태 발발 이후 윤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소환조사 일정을 통보한 건 검찰이었다.

지난달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필두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을 차례로 조사한 뒤 윤 대통령에게 '12월 15일 오전 10시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변호사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검찰은 이튿날 곧바로 2차 소환 통보일을 12월 21일로 정해 윤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같은 날 공수처도 '18일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석하라'고 1차 요구를 보냈다.

공수처의 18일 1차 소환조사는 윤 대통령이 별도 회신 없이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날 대검찰청이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결정하면서 검찰 특수본이 준비하던 2차 소환은 취소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20일 2차 통보를 보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2차 조사도 무산됐었다.

결국 공수처는 12월 29일로 3차 조사일을 정해 마지막 출석 요구를 보냈다. 통상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 차례 출석 요구하면 체포영장을 검토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후통첩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3차 통보에도 변호인 선임계나 불출석 사유서 등을 제출하지 않으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는 12월 30일 오전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공수처가 아닌 서부지법에 변호인 선임계를 내고 영장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부지법은 12월 31일 새벽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관저 부근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경찰 기동대가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적극적인 체포 저지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발부 나흘만인 지난 3일 경찰의 인력 지원을 받아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그러나 200여명의 경호처·군 인력이 막아서면서 5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집행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공수처는 1차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6일까지 재집행을 시도하지 않고 만료일에 법원에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해 다음날 2차 체포·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았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차 영장 집행이 임박해진 지난 12일 공수처에 선임계를 내며 수사팀에 '체포시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 방어권과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경찰과 집행 전략과 인력 지원 규모 등을 지속해 협의하며 전력을 가다듬은 뒤, 영장 재발부 8일 만인 이날 2차 집행을 시도해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새벽 4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공수처 차량이 도착하며 영장 집행이 본격화한 지 6시간여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차량 옆으로 국민의힘 의원 등이 보이고 있다. 2025.1.15. (사진 :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5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첫 조사가 약 10시간 40분 만에 종료됐다.

공수처는 15일 공지를 통해 "금일 체포영장이 집행된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오후 9시40분쯤 종료됐다"고 밝혔다.

조사를 마친 뒤 경호 차에 탑승한 윤 대통령은 곧장 구금 장소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호송됐다.

공수처는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해 정부과천청사로 데려온 뒤 오전 11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휴식 시간까지 포함해 조사 종료까지 약 10시간 40분이 걸렸다.

오전 조사는 사안의 중요도와 현직 대통령 예우를 고려해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직접 맡았다. 오후부터는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차례로 윤 대통령을 조사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으로는 윤갑근 변호사가 입회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조사 내내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윤 변호사는 "부인할 혐의가 없다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라며 "큰 틀에서만 답변을 하고, 개개 질문에 대해서는 변호인 의견서로 갈음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조만간 의견서를 공수처에 낸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조사가 끝난 뒤 조서 열람·날인을 하지 않았고, 윤 변호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조서를 열람 후 날인했다. 피의자 본인이 날인하지 않은 조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배제를 시도해 최종적으로는 유죄를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는 증명력 자체를 갖지 못하게 원천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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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공수처 조사 동행한 윤갑근-송해은-김홍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떠난 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왼쪽부터), 송해은 변호사,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5.1.15 [공동취재]

공수처는 16일 윤 대통령을 다시 정부과천청사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조사 시각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후 48시간 내인 17일 오전 10시 33분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날 관할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것은 공수처 수사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적부심사를 청구받은 법원은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수사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해 체포를 유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체포적부심사가 열릴 수도 있다.

다만 16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기일과도 같이 윤 대통령의 출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된 피의자의 경우 법정 출두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허가할 경우에만 외출이 가능한데, 공수처가 고강도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탄핵심판의 2차 변론 기일 또한 윤 대통령 없이 대리인단만 출석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등을 집중 변론할 전망이다. 탄핵심판 당사자는 변론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피의자 조사를 마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고 16일 이후 변론기일에도 윤 대통령의 출석이 불가능해질 경우 방어권 보장이 침해될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는 않다.

구치소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탑승 차량.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5


이번 적부심 청구는 ▲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 재확인 ▲ 체포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겠다는 시도 ▲ 향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법정 공방의 무대를 불리한 서부지법이 아닌 중앙지법으로 옮겨가겠다는 전략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체포했을 경우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하기에 체포적부심은 자주 이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로 다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것은 공수처가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그동안 주장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현재 헌법재판소 심판의 피청구인이자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된 초유격 사건의 당사자로 향후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어 한 가늠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국면전환용' 혹은 '절치부심' '사생결단' 등의 용어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절치부심(切齒腐心)'(?)만이 요구될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에 앞서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을 전면 부정하며 증거가 충분하다면 법원에 기소를 하거나, 조사가 필요하다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주장해왔다.

공수처가 이날 윤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했지만,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없고,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관련범죄로 수사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관할권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는 입장에서 체포가 부당함을 법정에서 다시 한번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공수처가 주도한 윤 대통령 수사에 대한 거부 명분을 강화하고 지지층 결집을 통해 본격적인 탄핵심판을 앞두고 유리한 여론 조성을 시도하려는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형 언도까지 가능한 피의 혐의로 체포된 만큼 '절대절명'의 '절치부심'일 것도 사실이다.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원래 체포적부심사는 '관할 법원'에 하게 돼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 체포·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발부했고, 첫 영장에는 군사기밀이나 공무상 비밀 장소의 압수·수색에 승낙을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의 적용 예외를 명시한 점 등을 이유로 서부지법에 불신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적부심을 중앙지법에 청구했고 중앙지법이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과도 같이 향후 다툼의 무대를 중앙지법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임박한 구속영장에도 대비하는 현실적 필요성도 담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에서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하도록 돼 있고 이때 재판관할권은 중앙지법에 있다면서 구속영장 청구 역시 중앙지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의 체포적부심 청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