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보험사 "화재 비용 너무 커져" 수년간 캘리포니아서 보장 축소
남은 건 정부 보험뿐…'벼랑 끝' 美 서부 보험 시장 중대 위기
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이튼등 고급 주택·상가등 부촌으로도 대거 번져
...LA (재)보험사 시스템 사실상 무장해제(?) 부재 손 들고 토낀 상태
돌풍 '샌타애나' 타고 민가로 급속히 번져...초미의 악마의 바람 산불로 키워져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덮친 대형 산불로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보험사들이 이 지역에서 보험 규모마저 줄여온 터라 피해 복구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민간 보험사들은 이번 산불이 발생하기 전부터 최근 수년간 급증한 화재에 따른 비용 부담 탓에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아왔다.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민간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 제너럴'은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있는 주택 및 아파트 7만2천채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번 LA 산불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 주택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당시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가입된 스테이트 팜의 보험 계약 중 69%가 취소됐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줄줄이 보험 계약을 취소하거나 갱신을 거부하며 발을 빼는 것은 최근 수년간 이어져 온 현상이다.
기상 이변으로 인해 미 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수익을 보전하기 어렵게 되자 캘리포니아주 이용자들과 계약을 거부하는 이른바 '대탈출'이 빚어진 것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보험사들은 25년간의 수익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며, 그 뒤로 주택 등에 대한 화재 보장 계약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민간 보험 회사들이 산불 발생 지역의 주택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 계약을 취소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이는 보험사들의 대탈출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 주의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주택 보험 계약이 취소되는 비율은 매년 증가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의 많은 카운티들은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보험 갱신 거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 보험사들로부터 거부당한 주택 소유자들은 '최후의 보루'로서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인 '페어 플랜'(FAIR Plan)을 통해 보장받고 있다.
이 보험은 민간 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 범위는 적지만 민간 보험을 찾지 못한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9월 기준 페어 플랜 가입 액수는 전년 대비 61%가 늘었다.
이번 화재 피해가 집중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는 페어 플랜 가입 건수가 2024년에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85%가 급증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 정부 보험이 이번 LA 화재 피해를 보전할 만큼의 충분한 재원과 시스템, 인력을 갖췄는지다.
스탠퍼드대의 마이클 와라 기후 및 에너지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주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은 이번 산불로 인해 발생할 보험금 청구를 감당할 수 있는 보험 감정사와 인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페어 플랜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잉여 현금은 2억달러(약 2천912억원)이며, 페어 플랜이 가입한 재보험 액수는 25억달러(약 3조6천410억원)이다.
이러한 우려에 페어 플랜 측은 성명을 내고 "(LA 산불 피해) 보험금 청구가 이제 막 제출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페어 플랜은 보장된 모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보험을 포함해 지급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이미 위기에 처해 있는 캘리포니아의 보험 시장이 중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는 페어 플랜이 자체적으로 보험금을 지불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운영되는 민간 보험사들로부터 자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이미 악화된 이 지역 보험사들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해쳐 결국 더 많은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철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와라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번 화재 피해가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캘리포니아의 보험 시장을 벼랑 너머로 밀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서부 최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강타한 대형산불의 확산이 아직 잡히지도 않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각계 유명 인사들의 호화 저택도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AP 통신,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가족이 사는 말리부의 420만 달러(약 61억원)짜리 주택이 이번 사태로 전소됐다.
이 매체는 자체 입수한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유리창들이 있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흰색 건물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그을린 석재더미와 여태 서 있는 굴뚝 두 개만이 있을 뿐이었다"고 전했다.
헌터는 아내 멜리사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스튜디오가 딸린 이 집에 살면서 그림을 그려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그는 집주인에게 매달 1만5천800달러(약 2천30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데일리메일은 덧붙였다.
앞서 피해현장 인근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를 찾아 기자회견을 한 바이든 대통령은 "내 아들이 부인과 함께 이곳에 산다. 그들은 어제 집이 아마도 전소했을 것이란 통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유명한 초호화판 주택 밀집지역이었던 까닭에 헌터 부부 외에도 유명인사 다수가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이미 1천채가 넘는 주택이 불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존 굿맨, 마일스 텔러 등도 피해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홉킨스와 굿맨의 집은 목조건물이었던 탓인지 완전히 불타 거의 흔적만 남은 수준이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텔러 역시 2023년 4월 750만달러(약 109억원)에 구매한 집이 완전히 불탔고, 이밖에도 호텔 체인 힐튼 그룹의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 등 유명인사 다수가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데일리메일은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해안가에서 시작된 불이 악마같은 바람을 타고 내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LA의 대표적인 명소인 할리우드 지역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8일 저녁 LA의 명물 할리우드 사인이 세워진 할리우드 힐스 인근에 붙은 불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인근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불은 할리우드 대로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해 '선셋 파이어'(Sunset Fire)라는 이름으로 분류됐다.
LA 소방국은 이 불이 인명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할리우드 대로 등 인근 지역에서 즉각 대피하라고 밝혔다.
"모든 게 불타고 있었다."
생지옥에 경악한 LA 주민들
"지옥 같았다. 주변의 모든 집이 불타고 있었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이 돌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시내까지 덮치면서 그간 건조한 산악 지대에서 발생한 화재를 자주 목격해왔던 LA 주민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CNN 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만여명이 거주하는 LA 북부 교외 마을 알타데나는 전날 밤 인근 이튼 협곡에서 발생한 산불이 빠르게 민가로 번지면서 곳곳이 불길에 휩싸였다.
CNN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이미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마을 곳곳에는 불에 탄 차량과 집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버려져 있었고, 하늘은 자욱한 연기와 곳곳에 남은 불길로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한밤중에 다급히 인근 패서디나의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주민들은 인근에서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불길이 이렇게 빨리 민가로 내려올 줄 몰랐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패서디나 대피소에 가족과 함께 대피한 케빈 윌리엄스는 로이터에 처음에 산불 소식을 듣고는 "가족들에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그 불이 여기까지 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두 차례 났으며 진동이 집에서도 느껴졌다면서 "나가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이 "마치 전쟁터 같았다"면서 "바람은 거세졌고, 불길은 9∼12m 높이까지 치솟았으며 곳곳에서 '펑,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했다.
LA 근교의 건조한 산악 지대에서 나는 산불을 자주 목격해왔던 주민들도 최근 발생한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를 타고 한순간에 도심까지 덮친 이번 산불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패서디나 대피소에서 만난 71세 프란시스 코렐라는 로이터에 "수년간 화재를 겪어왔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전날부터 LA 서부 해안가 퍼시픽 팰리세이즈를 시작으로 이 지역에 연이어 발생한 총 4건의 대형 산불로 5명이 사망하고 최소 7만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화재가 시작된 LA 해안가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즐비한 호화 저택들부터 불길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 의회 의장인 수 콜은 CNN에 마을의 "사실상 모든 것이 사라졌다"면서 "교회와 학교, 상점, 주유소 등 모든 것이 불에 탔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영화배우 제임스 우즈는 CNN에 대피 전 상황을 전하면서 "마치 지옥같았다, 우리 주변의 모든 집들이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급하게 옷가지와 안경, 약만 겨우 챙긴 채 대피했다는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어제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날 이 지역 주변 도로에는 대피하던 이들이 차량 행렬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자 차를 버리고 떠나면서 도로는 버려진 차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에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 불도저를 동원해 도로에 버려진 차들을 치우기도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산불이 최고 시속 160㎞에 달하는 강한 돌풍과 건조한 기후를 만나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당국은 진화 작업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LA 소방국은 이 지역 소방 인력만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화재 4건을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앤서니 마론 LA 카운티 소방서장은 이번 화재는 "일반적인 적색경보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LA 카운티에는 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소방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LA는 대형산불이 발생 할 때마다 점 점 더 거센 악마의 돌풍이 지옥불을 연출할 것으로도 예견되는 가운데 소방관 뿐 아닌 불을 끌 물도 부족하며 사실상 더는 물만으로는 불을 잡을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게다가 돌풍이 더 거세진다면 헬기에 이어 소방 비행선도 뜰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데 염려는 더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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