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홍장원 등 비화폰 삭제 당일엔 "통화도 지시도 없었다"

곽종근 등 사령관 비화폰 관련 尹과 두차례 통화는 인정

▷ 비화폰 : 祕話 + phone. 도청 및 감청, 녹음 방지 기능을 탑재한 보안용 휴대 전화.

주로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며,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통화 내용도 암호화하는 보안용 휴대전화. 보안 휴대전화, 비화기 등으로도 불린다.

한국은 비화폰을 안보폰으로 부르며 주로 대령급 이상 군 지휘관과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5G 삼성전자 갤럭시 S20 휴대전화를 군 전용으로 교체상태. 안보폰의 통화 기록은 국방부 자체 서버에 저장되며, 애플리케이션 및 보안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국군방첩사령부가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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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경호차장·이광호 경호본부장, 구속영장 기각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가운데)과 이광호 경호본부장(왼쪽 두 번째)이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5.3.21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과 관련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2일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달 30일 김 차장을 불러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비화폰 정보 삭제 관련 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계엄 사태 3일 뒤인 지난해 12월 6일에는 윤 전 대통령, 홍 전 차장,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으로 로그아웃됐다. 이른바 '보안조치'로도 불린다.

다음날인 12월 7일에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육군 사령관들의 비화폰에 대한 보안조치 지시가 내려졌지만, 경호처 실무진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반발해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현재 12월 6일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경찰 조사에서 12월 6일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화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비화폰 서버 기록이 지워진 뒤에 보고받았다는 게 김 차장의 주장이다.

김 차장은 다음날인 12월 7일에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비화폰 서버 기록에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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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3.8

윤 전 대통령은 통신 부서 출신인 김 차장에게 비화폰 서버 관련 규정과 서버 삭제가 며칠에 한 번씩 이뤄지는지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다시 전화해 비화폰과 관련된 보안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이후 비화폰 담당자인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다. 김 본부장은 이를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였지만, 실제 삭제하진 않았다.

김 차장은 조사에서 자신은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전달했을 뿐이고, 비화폰 서버 기록이 이틀마다 삭제된다는 점도 이때 김 본부장한테 처음 보고받고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박종준 경호처장이 경호처 최종 책임자였다는 진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출신인 박 차장은 올해 1월 1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물러났고, 이후 김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윤 전 대통령은 5일 뒤인 1월 15일 체포됐다.

김 차장과 같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박 차장은 김 차장과 내부 갈등을 겪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경찰은 비화폰 정보 삭제의 최종 배후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