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황령산 전망대 제동…항소심 "마하사 사찰림 수용 취소"

법원 "전통사찰 보존지 수용 문체부 장관 동의 없어 하자"

부산 황령산 마하사 범종각.
부산 황령산의 마하사는 5세기경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부산지역 최초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신라 법흥왕에 의해 불교가 공인되기 전 박해를 피해 당시 금관 가야에 더 가까운 황령산에 창건한 것으로 보인다.
아도화상은 고구려 사람 고도령(高道寧)과 위나라 사신 조위인(曹魏人) 아굴마(我堀摩) 사이에 태어났다고도 하고, 오히려 고구려와 사이가 좋지 않던 오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도 하고, 서역 인도 사람이 건너왔다고도 전한다.
임진왜란 때 사찰의 건물이 전소되었으나, 18~19세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복원되었다.
일명 수영 8경 중 한 곳으로 전망대처럼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절경이다.

부산 황령산에 전망대를 조성를 목적으로, 문체부 장관의 동의 없이 사찰의 토지를 수용한 것은 취소돼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박준용 재판장)는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사찰인 마하사가 부산시와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낸 '실시계획인가 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에서 1심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수용 재결을 취소한다"며 승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는 2020년 1월 황령산유원지 개발사업 실시계획안을 공고하고 6월 마하사 사찰림이 포함된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고시를 했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12월 공공 개발용 토지의 비축사업계획을 승인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듬해 7월 마하사의 사찰림 5개 토지에 대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해 지난해 11월 재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마하사는 해당 사찰림이 '전통 사찰 보존지역'에 해당해 이를 수용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누락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마하사 측 주장대로 해당 사찰림이 1989년 구 전통사찰 보존법에 따라 '경내지'로 지정돼 현재의 전통사찰보존법의 '전통사찰보존구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산시도 2020년 11월 2차례에 걸쳐 문화체육관광부에 마하사 소유인 토지 보상과 수용을 위한 협의와 동의를 요청하면서도 정작 동의는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전통사찰 보존지임에도 수용재결에 이르기까지 문체부 장관의 동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면서 "이는 법률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황령산 전망대 조성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이 난 5개 토지는 황령산 전망데크와 내부 도로가 조성될 예정이었던 곳으로 크기는 4천900여㎡(1천494평)에 불과하지만, 해당 부지보다 뒤늦게 수용된 마하사 사찰림 2개 토지 3만4천여㎡(1만475평)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체부 장관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 2020년으로 돌아가 실시계획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마하사 관계자는 "부산시는 전통 문화유산을 개발의 걸림돌로 취급하지 말라"면서 "법원이 경종을 울린 만큼 이제라도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전통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황령산 전망 쉼터.

SNS 등에 게재된 황령산 야경.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달 24일 오후 도시관리계획(황령산 케이블카 2단계 조성계획) 변경안을 조건부 의결했었다.

대원플러스건설은 지난 7월 황령산 정상에 높이 125m 전망대를 조성하고 이곳과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 레포츠공원을 잇는 길이 539m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1단계 사업의 실시계획인가를 부산시로부터 받았으며, 부산 도심에 있는 황령산 정상에서 길이 2.2㎞ 케이블카를 연장하는 2단계 사업 또한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에서 조건부로 통과된 것.

심의위원들은 케이블카 승차장 주변으로 차량이 몰릴 경우에 대비해 도로 폭 확보, 도로 경사도 완화 등 교통 부문 개선과 공공 기여 확대 등 6가지를 조건으로 사업안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기여는 대원플러스건설이 사업 수익의 3%를 내다가 손익분기점부터 5%로 늘려 환원하기로 했고, 그 수익금으로 자연 녹지에서 해제된 땅 일부를 매입해 공사로 인한 환경 훼손을 복구하는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조건부 의결된 케이블카 2단계 사업은 향후 조성계획 변경·지형도면 고시, 교통·환경·재해 심의, 실시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가운데, 사실상 이 번 판결로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한편,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연장은 대규모 지주대와 주차장 건설 등으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도심 허파이자 공동 자연 자산인 황령산이 난개발로 인공 놀이시설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지속적으로 부산시의 부결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 한복판에 있는 황령산에는 2007년 한 업체가 스키돔인 '스노우캐슬'을 지었지만 부도로 문을 닫은 뒤 17년째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사실상 황령산은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 당시 비용 문제로 부산시가 매입하지 않으면서 90% 이상이 사유지인 셈으로, 도시계획 시설상 보전녹지가 아닌 유원지로 돼 있어 공원 등 개발주체가 시가 될 수 없고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부산 황령산 정상에 높이 125m 전망대 가상도

(; 대원플러스그룹)

2025.10.01. 경 황령산 케이블카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