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전범 사면된 것 아니다"…일본 정부, 국회 답변서 채택
'사면론 옹호' 다카이치 총리 과거 주장과 배치
아침 햇살 아래 숭배의 참배하는 사람들.
2025. 8 15. 도쿄 치요다구 야스쿠니 신사 (사진 : 도쿄 신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당시 지휘부를 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A급 전범에 대한 국회의 사면 요구 결의 등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면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채택했다고 도쿄신문이 2일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11월 28일 내각 회의에서 전범 복역 중인 전범에 대한 사면(범죄 용서과 처벌 면제)과 전범 가족에게 생존자 연금을 지급하는 법률 개정에 대해 '사면'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과거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헌시된 A급 전범들에 대하여, "전범들이 종신형에서 감형을 받고 석방된 뒤 국회의원과 각료가 된 것에 대하여 '사면'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던 것 등과는 배치된다.
당시 '사면' 되었다는 취지와 같이, 야스쿠니 신사에 헌품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하거나, A급 전범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분사(다른 곳으로 분리함)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면론'을 제시하며 반박했었다.
다만 자유민주당과 다른 보수 성향 의원들이 당시 총리에게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요청하며 전범들의 명예가 회복되었고 방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다카이치 내각의 답변은 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 도쿄 재판은 1946년 5월에 시작되었고, 28명이 침략 전쟁을 수행한 A급 전범으로 기소되었다. 1948년 11월 판결에서 재판 중 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제외한 2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전 총리 도조 히데키를 포함한 7명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복역 중 사망한 7명을 포함해 총 14명의 A급 전범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다.
▷ 신사(神社じんじゃ)는 일본 민속신앙 신토(神道)의 신을 모시는 종교 시설이다. 신사의 관리와 의식진행을 맡는 사람을 신직(神しん職しょく) 또는 간누시(神主)라고 부른다.
신토는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만신사상에 가까운 신앙으로, 신사 안에는 위패가 아닌 신체(神體)로서의 신상(神像)이나 거울, 또는 기타 물건을 안치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신사 참배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우스개도 있다.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강제로 김일성을 참배하도록 시킨다는 것.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실에 들어오는 모습 (사진: 도쿄 신문)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1945년 12월, 연합군 총사령부(GHQ)는 국가와 신토의 분리를 명령했고 이로써 국가의 관리에서 벗어난 종교 법인이 됐다.
1978년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포함한 14명의 A급 전범이 공동 헌액(獻額)되었다. 다만 이로 인해 일본 천황의 방문은 중단되었다고 전해진다.
1985년,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첫 "공식 방문"을 했을 때, 중국 등 일본과 전쟁을 겪은 국가들 및 식민 통치를 겪은 국가들의 항의가 있었고 외교적 문제로 발전했다.
그에 대한 돌파구로 제시된 해결책 중 하나는 A급 전범의 '별도 헌액'이었다. 당시 나카소네 총리는 공식 방문 뒤 야스쿠니 신사에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적 접촉을 제시했으나 신사에서 거절당했다. 2004년 신사가 발표한 견해에 따르면, 종교적 이유로 A급 전범만을 영혼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모든 유족이 분할에 찬성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를 별도로 모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총리측은 신토 우선의 신사와 국가의 분리 문제에 대하여 해결이 요구되어 온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신사 방문을 둘러싼 소송에서 후쿠오카 지방법원 등이 신토의 신사 참배 행위는 "종교 활동에 해당하며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므로" 위헌으로 판결했다.
1985년 8월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엄격한 경호 혹은 호위를 받으며 야스쿠니 신사를 첫 공식 방문했다.
됴쿄 신문에 따르면 무소속 오가타 린타로 의원은 '전범은 국내법상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1952년 5월 1일 정부의 통지 등을 들어 "전범을 사면한 것 아니냐"고 정부에 질의했다.
오가타 의원은 사면론의 배경으로 복역 중인 전범의 사면을 요구하는 1953년 8월 3일 중의원 결의, 전범이나 유족에 대한 연금 지급을 위한 1953년의 관련법 개정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제시한 사례) 어느 것도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형을 받은 사람을 사면한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채택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 주장은 물론, "전범은 사면이 됐으므로 총리나 각료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한다"는 극우파 정치인들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앞 서 2010년 민주당 정권 당시 자민당의 일부 의원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요구했지만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문제가 있다"며 참배하지 않았고, 당시 내각이 "전범을 사면한 것은 아니다"라는 정부 답변서를 채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