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광 활성화 기대 커져…고가 유행음식으로 변질 우려도

이탈리아 가정식요리 시금치 프리타타.


파스타, 피자 등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요리가 인류가 보호해야 할 유네스코(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0일(현지 시각) AFP·AP, 로이터 등 통신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20차 무형문화유산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회의에는 185개국 대표가 참석했으며, 다만 무형문화유산 신규 등재 투표권은 프랑스·독일·중국 등 24개국만 부여 받았다.

유네스코는 공동체나 집단이 환경·역사·자연 등의 상호 작용으로 스스로 만들어온 지식·기술이나 문화·예술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자국 요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이탈리아 농림·문화부는 자국 요리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이탈리아 요리 문화를 '가족과 공동체를 결속하는 하나의 사회적 의식'이라고 정의했다.

"하나의 이탈리아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이탈리아 요리는 지역 다양성으로 이뤄진 모자이크"라고도 홍보해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간소한 이탈리아 요리가 계절성과 신선한 농산물, 쓰레기 절감을 중시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유네스코 측에 부각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탈리아 음식은 문화·정체성·전통·힘의 상징"이라며 힘을 보탰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단일 요리가 아닌 한 국가의 음식 문화가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2010년 프랑스의 전통 미식(美食)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이 그 전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나폴리 피자 장인 기술이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뒤 해외 전문 교육 과정이 283%, 관련 공인 학교가 420% 폭증했다.

지금까지 유네스코에 단독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문화유산은 송로버섯 채집(2021년), 시칠리아 인형극·사르데냐의 목가(牧歌)(2008), 지중해식 식문화(2010), 크레모나의 전통 바이올린 공예(2012), 거대한 구조물을 어깨에 메고 행진하는 가톨릭 기념 축제(2013), 나폴리 피자 요리 기술(2017) 등이 있다.

이탈리아 대중음식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까르보나라.



다만 전통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센 이탈리아인들은 정부 당국과 업계의 반색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전통문화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반응도 없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식품 역사학자 알베르토 그란디의 인터뷰를 싣고, "볼로냐에는 격자무늬 식탁보와 짚으로 만든 의자가 어디든 넘쳐나는데 이는 관광객을 위한 일종의 만들어진 전통"이라며 음식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식당들이 관광객의 기대에 맞는 음식을 주로 판매하다 보면, 전통적으로 저렴하지만 유래 깊은 음식들이 자칫 널리 유행을 타는 가운데 전통적 '고급'의 개념이 '고가'의 (관광)음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날 이집트의 전통 요리 코샤리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집트 서민이 많이 먹는 코샤리는, 쌀, 병아리콩, 양파에 토마스 소스를 섞은 전통음식이다.

힌두교 전통 축제 디왈리, 아이슬란드의 수영장 문화 등도 신규 등재 목록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