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없이 극미량 바이러스RNA 직접 검출
…차세대 새로운 크리스퍼 진단기술 개발
생명연, 감염병 검사시간 단축, 검사기관 시간·비용 절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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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실험장면 (사진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이하 생명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 연구팀은 우의전, 박광현 박사팀과 공동으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도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CRISPR 진단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기존 PCR 진단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정확한 감염병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PCR 방식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여러 번 복사해야 했으며,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과 같이 긴 검사 시간이 필요했다. 감염병이 급속 확산될 때 이 같은 절차는 현장에서 신속한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CRISPR 효소인 ‘Cas12a2’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를 하나씩 밝히면서, 가장 잘 작동하는 조건을 찾아냈다.
이 기반 연구를 바탕으로 결국 유전자를 증폭하지 않아도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Cas12a2의 가장 큰 장점은 더 정확하고, 더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연구팀이 설명했다. 이 효소는 바이러스 RNA가 맞는지 두 번에 걸쳐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엉뚱한 신호에 속을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
또한, 목표를 찾으면 주변 분자를 빠르게 여러 번 자르는 성질이 있어 아주 약한 신호도 포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해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11가지 도구(crRNA)를 만들었다.
여러 조합을 시험한 결과, 서로 다른 네 가지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하나만 사용할 때보다 네 가지를 동시에 쓰면 바이러스를 찾는 정확도와 민감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 기존보다 최대 1,000배 더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1 fM(펨토몰, 1천조 분의 1몰 수준의 극미량) 수준까지 탐지가 가능했다.
극미량 바이러스까지 찾아낼 수 있는 성능이 확인된 뒤, 이러한 기술이 실제 감염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검증이 이어졌다.
먼저 다양한 코로나19 변이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알파·델타·오미크론 등 26종의 변이를 모두 정확히 검출했으며,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독감·MERS 등 다른 바이러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 목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높은 선택성이 확인되었다.
이어 실제 병원에서 확보한 245건의 환자 검체를 분석한 결과, PCR 검사와 민감도·특이도 100%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였고, 40건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모든 시료를 정확히 판별해 임상 현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이 기술은 RNA를 따로 추출하는 번거로운 과정까지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단순한 열처리와 용액 처리를 거치면 바로 검사가 가능해져 공항·항만, 학교, 군부대 등 빠른 판단이 필요한 현장에 특히 유용하다. 휴대용 장비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 현장형 감염병 진단 기술로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
왼쪽부터 연구책임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 박광현 박사, 우의전 박사.
연구책임자 강태준 박사는 “유전자 증폭 없이도 바이러스 RNA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의 의미가 크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독감·RSV·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으로 기술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Nucleic Acids Research (IF 13.1)에 11월 24일 온라인 게재되었으며, (논문명 : CRISPR/Cas12a2 enables ultra-sensitive amplification-free RNA detection / 교신저자 : 우의전(생명연), 박광현(생명연), 강태준(생명연) / 제1 저자 : 장효원, 강주은)
과기정통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사업, 생명연 주요 사업 지원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