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이면 지도자로 복귀시켰다... 트리플 적응전 두뇌 플레이어 류현진 더 힘들다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4.06 03:12 | 최종 수정 2024.04.06 03:15 의견 0

예상된 고전 류현진, 키움전 9실점…한 경기 최다 실점

4-0으로 앞선 5회말 7연속 피안타…다시 날아간 복귀 첫 승

갑자기 떨어진 제구력…견제 키움 '초구 타격 작전'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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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표정 짓는 류현진 (서울=연합뉴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5회말 5실점을 허용한 한화 선발 류현진이 키움 최주환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4.5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류현진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했으나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9자책점)으로 부진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9실점한 건 사실상 그가 프로 데뷔한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최다 실점 및 자책점 기록은 2012년 7월 1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온 8점이었다.

류현진은 4회까지는 무실점 역투했으나 체력이 떨어지면서 5회에는 무려 7연속 피안타를 기록하며 무너진 것이다.

최악의 투구 내용으로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 첫 승과 개인 통산 99번째 승리는 모두 날아가 버렸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무려 8.36으로 치솟았다.

그는 이날 81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 최저 구속은 140㎞를 찍었다.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삼진, 병살 유도, 뜬 공, 무실점, 삼자범퇴, 한화 타선의 폭발,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문제는 5회말 수비. 4회까지 59구의 공을 던진 류현진이 체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아니,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제구가 흔들렸다.

모두 140㎞대 빠른 공이었는데, 스트라이크 존을 외면했고, 심지어 가운데로 정직하게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키움 선수들이 안타 치라고 누군가 몰아다 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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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류현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한화 선발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2024.4.5 ondol@yna.co.kr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 리그, 캐나다 리그를 거쳐 한국으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상대편 선수들에 대한 분석적 연구는 없지 않았으나 아직 실전적 적용과 기술적 적응 기간도 없었던 셈이다.

스포츠 경기의 두뇌 플레이는 단순히 분석적 학습 차원의 두뇌 플레이가 아니다. 반복되는 실전적 피지컬 플레이가 분석적 두뇌 플레이의 지시 대(對) 순종이 아닌, 그야말로 두뇌 플레이가 피지컬 플레이, 피지컬 플레이가 두뇌 플레이화 되는 말 그대로 한 몸의 두뇌 플레이화의 반복되는 (훈련) 과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아직 채 분석 노트의 잉크도 마르기 전 상태의 류현진의 제구 문제에 키움의 '초구 타격 작전'이 맞물리면서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진 것도 맞다. 4-0의 스코어는 순식간에 4-7이 됐다.

두뇌 플레이에 다른 선수들보다 두 배, 세 배 더한 피로가 몰렸을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스포츠 플레이의 두뇌 플레이가 단순히 피지컬(?)의 피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한 번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류현진의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는 실상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뒤늦게야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던 한화 벤치도 삼국의 다른 환경도 더 달라진 한국 야구의 판도 그는 모두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었던 탓이다.

야구몰이, 흥행, 티켓팅, 글로벌 스타 류현진의 복귀는 훌륭한 일부 '소재'일 수는 있었다.

그러나, 트리플 삼국을 적응하며 이겨내 왔던 중견 류현진도 인간 류현진이 아닐 수는 없다면, 초인적 재적응의 두뇌 플레이어로 복귀하려는 그의 도중은 은퇴해도 좋은 클라이막스의 내리막길에 이미 서 있다는 뜻이다. 2부는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혹사"라는 용어을 남기며 나이 33세에 은퇴한 무쇠팔 최동원 투수의 전례는 그의 중년,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실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은퇴한 나이는 현재 류현진의 나이보다 더 어리다. 글로벌 삼국전을 치루고 귀국한 그에 대하여 "경력"으로 보는가, "혹사"로 보는가에 대한 정답은 실상 까져 있었던 답안지였는지도 모른다.

운동이 무병장수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아니, 통상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평균 수명이 더 짧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될 "충고"다. 류현진을 내 동생으로 여겼다면, 화려한 복귀 무대에 세우기 보다 삼국을 적응해 왔던 훌륭한 지도자로 복귀시켰을 것이다.

혹여 류현진이 앞으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두뇌 플레이어로서의 몸과 마음과 브레인 삼위일체의 전성기 시절로 초인적 재적응을 이뤄낸다고 해도 35세가 넘는 중년 "남성"의 피지컬은 또한 그리 멀지 않아 그의 화려한 재적응의 플레이는 사실상은 "혹사"로 넘어 가는 도중이었음을 또한 "더욱" 드러낼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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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7실점, 투수 교체 (서울=연합뉴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5회말 한화 선발 류현진이 7실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2024.4.5 ondol@yna.co.kr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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