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그림자 전쟁', '진실의 약속' 수 백대 드론 노출된 tag 전술전...어짜피 죽어도 "노빠구"의 향방은?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4.14 12:40 | 최종 수정 2024.04.14 13:28 의견 0

드론·미사일 동원해 보복 단행…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세력도 동참

이스라일 "강력한 대응" 언급하며 반격 시사…'키사스'식 보복 악순환 우려

이란, 확전은 피하려 했나…민간인 대신 군 시설 표적, "드론 보내 격추 시간 벌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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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란의 보복 공습에 대응하는 이스라엘 방공망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벼르고 있던 보복 공격을 감행함에 따라 중동 확전 위기가 고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의 갭이 좁혀졌다는 발표가 있자 마자 벌어진 일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전면적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이라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실상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지속되었던 이란-이라크 종파 전쟁로 인하여 이란이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로 보일 지경이었다.

이란의 이 번 대대적 보복 공격의 감행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신호인지 거부하는 신호인지 둘 다 인지 가늠하기 힘든 확전 태도다. 트럼프 후보 및 공화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하여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한 뒤 이슬람혁명 전까지는 이란과 큰 부딪침은 없이 묵인과도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이란의 첫 대규모 공격으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실로 같은 이슬람이 다수인 튀르키예(터키)와 이란의 입장이 크게 다른 것만 봐도 각 국의 셈법은 단순히 이슬람 혁명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이란을 대리해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까지 이란의 보복에 속속 '참전'하고 있어 이란의 입장은 확실해 졌다. 이런 식으로는 세계사에서 잊혀졌던 십자군 개입 확전이라는 어디까지나 판타지가 실현에 옮겨질 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크라 전쟁으로 바쁜 NATO가 생활을 직폐하고 유대인 전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일이야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며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의 숙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전면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4차 전쟁 이후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처벌하겠다면서 이날 '진실의 약속'이라고 명명된 보복 공격에 나섰다. 게릴라전 무장세력들의 사기를 충전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이념이든 종교든 그들 적극적 '행위'의 촉진은 '신념'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을 제거한지 12일 만이다.

이란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인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을 나포하면서 보복 공언 후 첫 대응에 나선 뒤 이날 이스라엘 본토 타격을 목표로 무장 무인기(드론)를 대규모로 날리고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이 100여기의 드론이 이란에서 발사됐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언론은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400∼500개의 드론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드론 대부분은 이란에서 발사됐지만 일부는 이라크, 시리아, 남부 레바논, 예멘에서도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드론 전술 전쟁이 된 것은 이제 전략 차원보다 노출된 택(tag) 달린 전방위적 '수단'이다. 전 세계의 "석유를 생산 수출하는 국가들" 카르텔에 대적하여 "석유를 소비하는 국가들"이 과연 이 번 전쟁에 전면으로 나설 지는 미지수다. 미국 바이든 정부 및 민주당이 자국의 면을 세우기 위한다는 명목 아래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대이스라엘 지원 여력도 서서히 사그라들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드론을 대대적으로 띄워 올린 국가들은 위치적으로 이란보다 이스라엘에 훨씬 가깝게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무장 대리세력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주변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지역 내 전운이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고조로 높아졌다.

확전의 관건은 일단 이스라엘의 대응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강력한 재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은 다시 한번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보복을 천명한 점이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현지 언론에 이란 공습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며 재보복을 예고했고 이란 역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어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확전을 막는데는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 형제들의 전쟁은 흡사 그들 인구가 반으로 줄어 들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도 현 정국에서는 확전이 모범 답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소비될 예산을 호소하여 도출될 답은 더더욱 없다는 계산이다. 대선을 앞 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상황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좌불안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가 이번 공격에 대한 규탄 속에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키사스식 보복의 악순환시 후폭풍을 감안, 이란이 세밀하게 계산된 범위 내에서 공격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해왔다.

지난 몇 년간 자국 내에서 벌어진 핵시설 사보타주(파괴 공작), 핵 과학자 암살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직접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군사·외교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정면 대응은 자제했다.

이스라엘의 도발에 전면적으로 맞설 경우 이스라엘은 물론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감수해야 하고 그 결과로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판 오 분 전과 개판될 가능성은 역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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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소집된 이스라엘 전시내각 회의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번에도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습에 급하게 대응하지 않고 12일 만에 보복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등이 대비할 시간을 준 측면이 있다.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몇시간이나 걸리는 무인기를 이용하고 민간시설이나 종교시설이 아닌 군·정부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이란의 의중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A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의 군사, 정부시설만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란 정부가 선택한 무인기 샤헤드-136은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이 폭탄을 실은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슬람의 형제들 동맹의 체면치레는 갈림길에 섰을 뿐 항상 노빠꾸라는 것이다.

한편, 이 번 보복전 확전의 기로에 대하여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은 14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은 현재 사태 고조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하고, 관련 당사자가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국면이 더 고조되는 일을 피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번 형세의 고조는 가자 지구 충돌 파급 효과의 최신 현상"이라며 "급선무는 (가자 지구 즉각 휴전을 골자로 지난달 25일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2728호 결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조속히 가자 지구 충돌을 가라앉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 사회, 특히 영향력 있는 국가가 지역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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