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망령이, 미 경찰 아동성범죄 10명중 1명꼴...루이지애나는 '물리적 거세' 법안 통과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6.14 02:16 의견 0

워싱턴포스트, 17년 간 기소된 경찰관 집계…10명중 1명꼴 아동 성범죄

"채용 전 인사 검증 등 예방책 부실…솜방망이 처벌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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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에 주차된 경찰차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사는 15살 소녀 'R'의 부모는 딸이 고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끝에 가출을 하자 지역 경찰관 알렉 비치(24)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후 R의 장래 희망이 경찰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비치는 자신의 경찰차를 함께 타고 다니는 직업 체험(라이드 어롱·ride-along)을 제안했다.

그날 밤 비치는 근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R의 증언이 필요하다며 그를 경찰서로 불러냈고, 아무도 없는 경찰서 취조실에서 R을 성추행했다.

비치의 성추행 현장은 취조실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처럼 미국에서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이 지난 20여년간 최소 1천800여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경찰관의 범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기소된 경찰관 1만7천700여명 중 약 10%인 1천800여명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중 83%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동 성범죄로 기소된 경찰관 대부분은 근무 중에 만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 혐의에는 강간, 성추행 등이 포함됐으며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소지,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도 있었다.

WP는 이들이 피해자들을 만난 경로는 과속 단속이나 순찰, 가정 폭력이나 성폭행 범죄 조사 과정 등 다양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자신을 지켜줘야 할 순찰차와 경찰관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고 털어놨다고 WP는 전했다.

2022년 유죄 판결을 받은 네바다주 경찰 브라이언 한센은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16세 소녀를 자신의 순찰차와 경찰 사격장 등에서 추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동 성범죄로 기소된 경찰관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풀려난 경우가 많았다고 WP는 짚었다.

아동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검찰은 가해자들에게 관대한 형량 거래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많은 가해자들이 이를 받아들여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15세 소녀를 성추행해 기소된 아이오와주 경찰관 비치 역시 이러한 형량 거래를 통해 지역 구치소에서 단 2주만 수감된 뒤 풀려났다.

경찰 조사에서 미성년자와 성적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 경찰관이 검찰에 의해 성범죄가 아닌 단순 폭행이나 직권 남용 혐의로만 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WP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주로 협력하는 검사들이 자신들의 동료들에 대해 공격적으로 기소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난 17년간 아동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찰 중 39%가 지역 구치소 수감이나 보호 관찰, 벌금 또는 사회봉사 등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징역형을 면했다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찰관의 아동 성범죄가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WP는 학교나 교회 등 다른 기관들은 직원 채용 전 관련 범죄 이력을 조사하고, 직원들의 불필요한 미성년자 접촉을 제한하는 것과 달리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에는 이러한 아동 성범죄 예방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관 직무 규정에도 아동 성범죄를 직접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규정이 없어 범죄자들이 처벌을 의식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고 아동 학대 전문가들은 짚었다.

필립 스틴슨 볼링그린주립대 범죄학 교수는 WP에 "이런 일은 미국 전역 지역 사회에서 발생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며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경찰서 수장은 '당사자를 해고해 문제를 제거했으니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며 '꼬리 자르기'만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앙고라 교도소. AP연합뉴스


한편,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하여 물리적 거세를 허용하는 법안이 미국 최초로 제정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3일 루이지애나 주의회는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행, 성추행 등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된 사람에게 판사가 징역형과 더불어 외과적 수술을 통한 거세를 명령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 서 루이지애나를 포함한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이 성범죄자에게 성욕 감퇴를 위한 약물을 주입하는 화학적 거세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이처럼 물리적 거세를 허용하는 법안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단 한 번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하며 "지나치게 잔인한 처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으나, 법안은 판사가 거세 수술을 명령한 뒤 해당 범죄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그 '불응' 혐의로도 3∼5년의 추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통과되었다.

루이지애나 주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으며, 제프 랜드리 주지사 역시 공화당 소속이다. 하지만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더더욱 논란이 컸다.

제프리 엡스타인 (1953.01.20.~2019.08.10.) :

미국의 금융가로서 아동 성매매 및 알선등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 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그만두고 금융업에 뛰어들었고 베어스턴스사에서 일하며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액을 번 뒤 엡스타인은 엘리트 사회 내에서 일종의 클럽, 서클을 만들고 미성년자 여성들을 고용하여 성적으로 이용하고 타인에게 성접대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가 요크 공작 앤드루,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도널드 트럼프, 등 영미 정치권과 금융권의 수많은 저명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었음이 밝혀지며 더 큰 논란이 되었다.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돼 2019년 뉴욕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와 같이 사교계 유명인사로 아동 성매매 알선에 참여한 공범 질렌 맥스웰은 2021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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