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석좌교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공방에 뉴라이트 논란 증폭…여·야도 광복절 제각각 '반쪽' 행사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8.15 00:30 | 최종 수정 2024.08.15 00:38 의견 0

與 "국론분열 안돼, 광복회장이 음모론 확성기"…친한계 신중기류

野 "정신적 내선일체, 최악 친일 정권"…정부 행사 불참·별도 행사

축사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이종찬 광복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 독립유공자 후손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4.08.12

이종찬 광복회장은 12일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하는 서신을 3차례나 보냈지만, 전자결재로 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YTN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신율의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편지는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전자결재로 임명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제가 더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이야기를 제가 왜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김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위기로 판단했다면서 "위기라고 제가 계속 경고했는데도 얘기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내가 (윤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인데, 모욕감을 받았다"고 분개했다.

이 회장은 김 교수를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하면서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해왔다.

올드라이트가 반공보수를 지칭한다면 뉴라이트는 그에 대하여 시장보수라는 인상이 키워져 있다. 다만 엄밀한 의미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 만큼 우파 자유지상주의와도 구별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은 하되 친대기업적 관치경제로 '대기업을 살리고 이들의 기득권을 굳혀 주기 위하는 경제'만 옹호하는 왜곡된 경제적 자유주의로 정의되고는 한다.

올드라이트는 빨갱이 타령 등 색깔론이 가미된 냉전적인 반공주의를 추구해 왔던 반면, 뉴라이트의 소위 뉴라이트 사관으로 불리는 수정주의적 사관은 '식민지 근대화론', '1948년 건국론', 등에 때로는 뜬금 없이 '이승만 재평가 시도' 등을 껴넣기도 한다.

한국 뉴라이트 주요 인사들은 실상 과거 행적이 20세기 북한 주체사상 신봉의 주사파 출신들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숭배 대상만 "물잔론" "물진론"으로 갈아치운 셈. 좀 더 정확히는 구 서울대 출신 주사파들이 그런 편에 많다.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에 이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이론적 구심점이 방사하자 상당수 운동권 그룹들이 활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민중당의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진보정당에서 선거에서 빛을 보지를 못하자 결국 주류 정당에 줄을 대며 틈입된 케이스들도 있었다. 우익 전향 인물 중 윤석열 정부 정무수석을 맡은 한오섭, 임해규, 박형준, 신지호, 차명진 전 의원 등이 그런 경우로 꼽히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는 신민국당과의 협정을 꾀하다 YS의 군부 세력 견제책에 밀리자 김대중 야당 세력으로 세칭 갈아탔던 이종찬 광복회장 등은 YS 세력보다 김형석등 일장 뉴라이트 세력들과는 더더욱 등진 셈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이 프란체스카 여사였고, YS 및 DJ 전 대통령을 캐톨릭 성당 미사에서 볼 수 있었다면, 김형석등은 실상 해방신학을 포섭하려던 개신교도 세력들을 앞 세우려 한 셈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형석이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을 부정하는 친일 인사로 자유당과도 다르며 "1948년 8월 15일 나라가 세워지며 대한민국이 시작된 것"이라고 발언하거나 홍범도 흉상의 철거를 주장하는 등 뉴라이트(新우파)적 관점을 가진 인물이기에 독립기념관장에 알맞지 않다고 지적했으나, 국가보훈부는 "뉴라이트는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는데, 김 관장은 그렇지는 않다"는 이유를 들어 김형석이 뉴라이트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관장은 취임 이전부터 작곡가 안익태를 두고 "항일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고 평하거나, 일제가 만주 및 간도토벌대 공훈자로 치켜 세운 백선엽 장군에 대해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사실만으로 진실을 오해", "친일파라는 불명예를 쓰고 별세했다" 등의 친일전범 행각 인멸 주장으로 옹호하는 등 기존에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인물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 올드라이트/뉴라이트 구분이 되지 않는 행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올드라이트/뉴라이트 복합이랄까.

지난 8일 김 교수가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하자,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로 광복절 행사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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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김형석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4일 오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8.14.

한편, 여야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을 두고 첨예한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 관장을 향해 제기된 친일 논란을 방어하며 야권이 정쟁을 부추긴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친일 정권' 프레임으로 맞서며 김 관장 임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여야의 날카로운 공방 속에 15일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는 여당만 참석하고 야당은 불참할 예정이어서 경축 행사는 결국 '반쪽'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효창공원 독립운동가 묘역 참배 등 별도 기념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건국절 추진 논란을 일축하고 야권의 김 관장 임명 철회 요구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자 이에 보조를 맞췄다.

곽규택 수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통합과 경축의 장을 국론분열과 반목의 무대로 변질시켜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이종찬 광복회장을 겨눠 "공법단체의 수장이 비현실적 의혹을 남발하며 음모론의 발신자이자 확성기가 됐다"며 "누구보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광복회장이 오히려 이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내 친한(친한동훈)계는 김 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인화성이 높은 소재라는 점에서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드러난 팩트만으로 과연 국민들이 이분은 '정말 안 되겠다, 인사 검증에 있어서 심각한 흠결이 있었다'고 보고 있는지는 저는 아직은 좀 세모, 물음표"라고 말했다.

한 지도부는 통화에서 "만약에 실제로 일본이나 일제 강점기를 찬양한 발언이 나온다든가 하면 곤란해지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도 윤석열 정권을 거듭 '친일 정권'으로 몰아붙이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정신적인 내선일체(內鮮一體) 단계에 접어든 역사상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대통령이 오늘 중으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고 역사 쿠데타 음모에 대해 직접 사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고위 직후에는 야권 및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정권을 맹비난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일제를 칭송하거나 헌법성을 부인해야 고위직에 오른다"며 "해방된 지 79년이 지난 오늘 어쩌다 이런 규탄대회를 열어야 하는지 참담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5일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는 대신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한 다음 정권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친일 인사는 독립기념관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김준혁 의원과 박용갑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하는 등 입법 공세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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