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강풍" 의성 산불 왜 안꺼지나…진화대원마저 일시 대피

사흘째 진화 더뎌…강풍에 '발목', 안동까지 확산 장기화 우려

산림 당국 "바람 초속 6m로 불면 산불 확산속도 26배 빨라"

초속 10m 이상 강한 바람에 낮 기온 25.5도…

강한 바람·건조한 날씨 등 악조건 더딘 진화에 피해 눈덩이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도 연소, 의성·안동 주민 대피…청송군도 긴장

"내원암은 괜찮을까요"…울주 산불, 신라시대 천년고찰도 위협문화유산자료 산성인 '운화리성지'도 피해 추정

물 뿌리고, 유물 긴급 이송까지…산불에 문화유산 안전 '비상'

산불 현장 인근 수목원·휴양림 등 주요 시설물도 방호 비상

21일 이후 누적 피해 총 5건…울산서는 천연기념물 상록수림 일부 불 타

'의성 산불' 강풍에 불씨 옮겨붙은 마을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 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 강변에 불씨가 옮겨붙어 불이 나고 있다. 2025.3.24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서 연일 확산하는 대형 산불이 발생 사흘째인 24일 강풍을 타고 이웃한 안동까지 번지면서 산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최대 초속 10m를 넘는 강풍이 수시로 불어닥치고 낮 최고기온이 25도를 넘는 등 산불 진화에 불리한 여건마저 이어지는 탓에 진화 작업에도 오히려 진화율은 떨어지고 있어 자칫 의성 산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림청은 이날 진화 헬기 60대와 진화 인력 2천728명, 진화 장비 425대를 투입해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에서 주불 진화에 힘을 쏟았다.

특히 변전소, 요양시설, 문화 유산시설 등에 지상진화대원과 공중진화대를 우선 투입해 방화선 구축하는 등 작업도 벌였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등 기상 악조건이 겹친 탓에 진화 작업에도 불씨는 동·북쪽 방면으로 20여㎞ 떨어진 의성·점곡·옥산면 등으로 계속해서 번졌다.

당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산불 속도를 늦추기 위해 민가 등이 있는 산지에 산불 지연제(리타던트)도 대거 투하했지만, 확산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산불진화대원 5명이 30분간 고립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급기야 이날 오후 4시 10분께 의성 산불은 도로를 경계로 두고 마주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으로까지 번졌고, 이 과정에서 두 도시 사이에 있는 간이휴게소인 점곡휴게소(영덕 방면) 건물에 불이 붙는 일도 발생했다.

의성군 점곡면 입암리 주민 김정철(60)씨는 "바람에 불씨가 타고 날아다니더라"며 "산에서 산으로 점프하듯이 불길이 번지던데 우리 집까지 옮겨붙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흡사 '도깨비불'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산불이 도시 경계를 넘어 확산하자 의성군은 옥산면, 점곡면 등 주민뿐만 아니라 산속에서 불을 끄고 있던 진화대원들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도 길안면, 남선면, 임하면 등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길안사거리∼의성 옥산삼거리 914호선 지방도 양방향을 통제했다.

또 불이 급격하게 번질 것에 대비해 길안면사무소에 산불 현장 통합지휘 본부를 꾸렸다.

안동시 길안면과 접한 청송군도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경계를 넘어올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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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통제된 고속도로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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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확산하는 산불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2025.3.24

지난 22일 산불이 발생한 의성에서는 이날까지 강한 바람과 높은 낮 기온 등 산불 확산에 유리한 기상 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탓에 당국이 주불 진화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날 오후 6시 기준 의성 산불 진화율은 낮 12시 기준 71%보다 떨어진 60%로 집계됐다.

산불영향구역은 8천490㏊까지 늘었으며, 전체 화선 164㎞ 가운데 66.4㎞에서 여전히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날 오후 산불이 발화지에서도 재확산한 탓에 산림청은 안전을 고려해 당초 안평면에 차렸던 산불현장지휘본부를 의성읍에 있는 의성군임시청사로 옮겼다.

민가 삼킨 산불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옥산면 전흥리에서 강풍을 타고 번진 산불이 민가를 덮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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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기와 불길에 휩싸인 마을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 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 민가에 불씨가 옮겨붙으며 불이 나고 있다. 2025.3.24

이처럼 당국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불 발생지인 의성군에서는 각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태양광 모듈 5천500개 등을 갖춘 점곡면 한 태양광발전 시설은 이번 대형 산불로 변압기 등 각종 설비가 들어간 전기실이 녹아내리는 등 피해가 나 작동이 멈춘 상태였다.

이곳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봄부터가 성수기라 시설 정비도 마쳤는데 하루아침에 다 잃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의성읍에 있는 농산물유통 업체는 건물 3동과 사과 300t 등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의성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번 대형 산불로 전소된 건축물은 92채로 집계됐다.

또 이번 산불로 의성군 주민 909명은 안동도립요양병원, 의성읍 실내체육관 등에서 사흘째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곽윤숙(70)씨는 "새로 짓던 주택 공사가 3개월 뒤면 끝나는데 다 타버렸다"며 "사과나 마늘 농사를 지은 돈을 모아서 마련한 비용이었다"고 망연자실했다.

의성군은 대형 산불로 문화재 안전을 위협받자 옥련사에 있던 유물 3점을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겼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진화 헬기와 진화인력 등 가용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 주불 진화 및 인명·민가 피해 방지 등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성 산불에 옮겨지는 문화유산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산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불상, 불화 등 문화유산을 옮기는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문화유산자료인 '운화리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이 잇따르면서 국가유산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의성 산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의성 사촌리 가로숲' 등에 물을 뿌리고, 불에 타지 않는 소방용 천인 방염포를 의성군에 전달했다.

의성군 고운사에 있던 불화, 불상, 도서 등도 옮겼다.

다만, 보물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아직 옮기지 않았다. 불상의 전체 높이가 2m가 넘는 만큼 국가유산청과 사찰 측은 추후 상황을 보면서 유물 이동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은 "어제부터 영주 부석사박물관 등으로 문화유산을 옮기는 중"이라며 "산불 확산 경로 등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 피해 조사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 피해 상황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국가유산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총 5건이다.

전날 같은 시간과 비교하면 2건 더 늘었다.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은 전체 면적 1만5천여㎡ 가운데 1천㎡ 면적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주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인 목도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곰솔, 사철나무,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벚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우리나라 동해안 쪽에 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생물학적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울주군청, 소방 당국 등과 함께 조사한 결과 초본류와 관목 위주로 피해가 발생했고 상록수림 보존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목도는 상록수림을 보호하기 위해 관리나 학술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국가유산청장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화재 당시 열기와 연기 등으로 간접 피해를 본 나무는 상태를 확인한 뒤, 생육 상태를 비교해 추후 회복 치료에 나설 예정이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문화유산자료인 '운화리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이 잇따르면서 국가유산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의성 산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의성 사촌리 가로숲' 등에 물을 뿌리고, 불에 타지 않는 소방용 천인 방염포를 의성군에 전달했다.

울산 문화유산자료 '운화리성지' 피해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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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arimanzu.today/View.aspx?No=3584109

http://sharimanzu.today/View.aspx?No=3583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