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명의 성명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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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테헤란의 건물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테헤란 시내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Photo by ATTA KENARE / AFP) 2025.6.13.

이스라엘이 13일 새벽(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 등에 가한 선제공격에 대해 각국 정부의 반응은 엇갈렸다.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들에서도 반응이 통일되지 않았다. 상당수 국가는 이스라엘을 규탄했으나 친미성향 중동 국가 중 일부는 직접적 책임 소재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를 촉구하는 데 그쳤다.

나토와 유럽 등 서방권에서는 이번 공격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자제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형제국인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노골적인 이스라엘의 침략행위를 규탄하고 비난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고 명백히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협상을 중재해온 오만은 왕명으로 설립된 관영 '오만통신사'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만은 이번 행동을 위험하고 무모한 긴장 고조 행위로 간주하며,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본다"고 정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만은 "이러한 공격적이고 끈질긴 행동방식은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친다"며 "오만 술탄국은 이스라엘이 이번 긴장 고조 행위와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위험한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확고하고 명확한 입장을 취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외무부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 목표로 삼은 것을 가장 강력히 규탄하며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위험을 완화하고 충돌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최고의 자제력과 판단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카타르 정부는 관영 카타르통신을 통해 낸 공식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이란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것이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해결에 이르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공격적 정책 패턴의 일환으로 위험하게 확전을 부추기는 행동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면서 "극도로 위험한 지역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요르단은 중동 국가들 중 드물게도 이스라엘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추궁하지 않고 자국의 안전을 침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으며, 이는 1979년 이집트에 이어 아랍 국가 중 두번째였다.

요르단은 관영 페트라 통신을 통해 배포된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요르단 왕국은 어떠한 분쟁에서건 전쟁터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며, 국가 안보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슬람권 국가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갖고 있는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은 X 게시물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부당한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란 정부와 국민과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지역 전체와 그 너머의 평화, 안보,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으며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UAE와 비슷한 표현과 내용으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외무부 성명을 냈다.

서방 측에서는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공동기자회견 중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 조치는 분명히 이스라엘의 단독(unilateral) 행동이므로 미국을 포함한 많은 동맹들이 긴장 완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크리스테르손 총리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에 따라 긴장이 격화할 수도, 약화할 수도 있다"며 "이미 여러 방식으로 갈등이 심화된 지역이라 더이상은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모든 당사자들이 뒤로 물러나 시급하게 긴장을 완화하도록 촉구한다. 긴장 고조는 이 지역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자제, 평온, 그리고 외교로의 복귀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오전 공격 전에 이스라엘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았다며 "양측에 긴장 고조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독일 내 이스라엘 시설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X 게시물에서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자제하고 역내 안정을 해칠 어떤 긴장 고조도 피할 것을 촉구한다"며 다만 "우리는 이스라엘이 어떤 공격에 대해서도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중동에서 매우 달갑지 않은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오판의 위험이 높다"며 이 지역은 군사행동과 그에 따른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이란의 핵 계획과 탄도미사일 계획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는 점을 우리는 모두 이해하고 있으며, 당사국들에게 대화와 외교를 우선으로 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기 위한 미국과 이란의 대화 등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군사력의 사용이 이뤄져 깊이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명의 성명에서 "사무총장은 중동에서의 어떠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이든 규탄한다"며 "이란 핵 계획의 지위에 대해 이란과 미국이 대화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핵 시설물을 공격한 사실에 특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은 양측이 최대한의 자제력을 보여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충돌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은 막도록 요청한다"며 만약 이 지역의 분쟁이 더 심해진다면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