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지점 60∼80m 구간 불더미 집중…붕괴 우려로 장비·인력 모두 철수
천장 파괴해 직수 방식 검토 중…과거 한국타이어 진압 고려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 제2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잔불 진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큰 불길은 잡았지만, 타이어 재료를 불쏘시개 삼은 불더미 200여개가 되살아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9일 광주 광산소방서에 따르면 공장 내 잔불은 36개 구획으로 나눠진 3층짜리 공장 건물 내부 곳곳에 도깨비불처럼 산재해 있다.
어림잡아 200개 이상의 불더미가 최초 발화지점(공장 2층 구석)에서 60∼80m 구간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금호타이어의 핵심 거점인 광주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산은 전면 중단됐다. 피해 복구와 생산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타이어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금호 타이어의 광주 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 생산 기지로 하루 평균 3만 3,000개, 연간 1,6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했고, 미쓰이 상사등 일본 전범 기업과의 적극적 동반전략이라는 비난 가운데에도 기업합작 비율을 늘리는등 전략이 먹혀들며 국내 생산량의 약 60%, 글로벌 생산량 및 해외 판매량의 약 20% 수준을 차지해 왔었다.
다만 현재 복원까지는 반년 가량 더 소요되며 생산 차질로 인한 금전적 피해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불이 90% 이상 잡혔다는 소식 이후로 안도할 새를 주지 않고 잔불이 지속되며 사실상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인명 피해는 없는 가운데 공장 직원 수백 명이 무급휴직 상태에 돌입했으며 하루 단위 납품 체계를 운영하던 협력 중소 업체들도 줄줄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금호 타이어는 화재 발생 당시 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태였으나 피해액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화재로 인한 피해보다 보험에 대하여 촉각이 더 곤두세워진 것도 사실이다.
금호타이어는 6개 보험사(DB손보·현대해상·삼성화재·한화손보·메리츠화재·KB손보)에 재산종합보험을 가입했다고 19일 공시했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최대 5000억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장의 재산 피해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재산 피해와 보상액 산정은 불이 꺼진 뒤 집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화재로 인한 분진 등 주민 피해 보상은 이와 별도의 다른 보험 항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잔불은 실처럼 얇은 천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재료 더미를 연료로 삼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료는 불에 타더라도 재가 되거나 부피가 줄지 않고 석탄 또는 용암처럼 변해 열을 머금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발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이 재료 더미가 조금이라도 쌓여 있으면 서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재발화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더미를 해체해 진화하기로 하고 굴삭기와 소방대원을 공장 내부로 투입하기도 했다.
굴삭기가 더미를 해체하면 소방호스를 들고 간 소방대원이 불을 끄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2∼3층 바닥과 천장이 아래로 꺼지고 측변이 기우는 등 전형적인 붕괴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모든 장비와 인력은 철수했다.
당국은 안전상 내부로 진입하는 진화 방식은 어렵다고 보고 공장 외부에서 물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진화 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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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화재현장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소방차가 화재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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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연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불이 난 2공장에서 연기가 나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물줄기를 쏘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5.18
다만 현재 외부에서 분사하는 물이 잔불이 있는 위치까지 도달하지 못하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되며 다른 진화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방 당국은 공장 천장을 파괴해 그곳으로 물을 직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한국타이어 화재 진압 작전에 투입된 대원에게 직접 노하우를 듣기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소방 당국은 불을 모두 끄는 대로 유관기관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과 국과수는 이날 화재 현장에서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께 소방 당국에 신고됐다.
공장 내 2개 구획 중 서쪽 공장(2공장) 정련 공정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 오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2공장의 50∼60%를 태우고 31시간 40분 만인 전날 오후 2시 50분께 주불이 진화됐으나 이틀째 잔불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시내 멀리 익명의 시민이 찍은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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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화재현장 조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국과수, 경찰, 소방 등 관계자가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5.5.19
금호타이어의 주가는 19일까지 장 초반 10% 넘게 급락할 정도로 대형 악재로 인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증권가들도 잇따라 주가 하락은 물론 실적 부진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금호타이어의 올해 영업익을 기존 대비 40%, 내년 영업익도 15% 낮춰 추산했고, 목표 주가도 7,000원에서 6,000원으로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화재로 인한 단기적 생산과 판매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00% 공장 가동률로 최대 매출 성과를 달성하자 올해 설비 증설을 하고 매출 목표를 5조 원으로 잡았으나 당장 이번 2분기 실적부터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지난 1분기 기준 수주 잔고도 역대 최대치로 계산되며, 생산 차질로 납기가 지연되면 완성차 업체와의 신뢰가 깨질 수 있고 손해 배상도 해야한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빅5와 북미, 유럽 완성차 업체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는 "현재 비상 체제를 가동 중으로 광주 공장 생산품을 타 공장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