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전공의 대표 '비토' 움직임…"尹정부와 다르지 않아" 비판

사직 전공의 30여명 "간담회 개최·계획 공유 없으면 개별 행동"

경찰, '전공의 집단행동 방조' 의협 간부 등 7명 송치

'의료계 블랙리스트' 해외 퍼뜨린 사직 전공의, 1심 징역 3년

방조 전공의도 유죄…"피해자에 악의적 공격하고 협박해 심각한 고통"

서울시의사 "과도한 처벌 유감…불공정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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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사 하는 박단 비대위원장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젊은의사포럼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5.17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전공의 대표에 대해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 '비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의사소통 구조가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다며 간담회 개최 등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개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인 김찬규 씨를 포함한 전공의 30여명은 이날 대전협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성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간 전공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날치기 의정 합의'가 없도록 노력해오셨을 비대위원장님의 노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지금 대전협의 의사소통 구조는 누군가가 보기에는, 우리가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내부 소통에서 평(平) 전공의들의 의견 전달 창구는 분절적이었다"며 "협상을 위한 거버넌스가 존재하는지 여부조차 알지 못했고, 어떤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끝내 자기 만족적인 메타포(은유)와 제한된 소통만을 고수하며 희생을 늘려간다면 다음이 있을 수 있을까"라며 "와해는 패배보다 더 해롭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박 위원장에게 ▲ 6월 30일 내 총회 혹은 비대위 간담회 개최 ▲ 비대위의 활동 이력 및 향후 계획 공유 ▲ 비대위 회의록의 투명한 공개 및 일반 전공의들의 의견 개진 창구 개설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요구 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대전협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해 개인의 선택에 따른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찬규 씨는 "한 번의 대화로 기적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며 "정책의 창이 열렸을 때 던져넣을 대안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박 위원장을 향해 대응을 촉구했다.

최근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분위기와 '9월 복귀'를 희망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 200여명은 최근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뜻을 모은 후 이런 메시지를 서울시의사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 200여명 전공의는 "지난 5월 추가 모집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의정 간 새로운 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다'라는 박단 위원장의 공지 때문에 미복귀를 선택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한의사협회와 대전협은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채팅방을 통해서는 '사직 전공의가 대전협에 요구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공유돼 박 위원장의 실책을 지탄했다.

이 글 작성자는 "그는 자존심만 내세우느라 정치권과 건설적인 논의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직 전공의 개개인의 뜻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그저 의대생과 사직 전공의를 인질 삼아 본인에게 유리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재차 등장했다.

이 설문에서는 전공의 모집이 재개될 경우 복귀 의향이 있는지,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한편 필요시 대전협 대표단 교체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지에 관해서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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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설문 갈무리]

한편, 지난 31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등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의협 김택우 회장과 주수호·임현택 전 회장, 박명하 상근부회장 등 7명을 의료법 위반 방조,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보건복지부가 의협 관계자들을 고발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김 회장 등은 전공의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방조한 혐의, 이로 인해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 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다만 경찰은 노환규 전 의협 회장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 김 회장 등 의협 관계자 5명을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을 추가로 입건했다.

또,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해외 사이트에 퍼뜨린 사직 전공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12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직 전공의 류모(3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전공의 정모(32)씨에게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원색적 비난을 하며 악의적 공격을 하고 협박했다"며 "피해자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 가족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과 대인기피증, 공황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류씨는 지난해 8∼9월 21차례에 걸쳐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근무 중인 의사·의대생 등 2천974명의 명단을 '페이스트빈', '아카이브' 등 해외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날 선고에 서울시의사회는 "법리를 무시한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처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률대응팀을 꾸려 항소심에 필요한 모든 자료와 자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대응을 예고했다.

또 "해당 명단 공개 배경에는 의료 농단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개인의 악의적 공격이 아니라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대한의사협회·전국 의사회와 연대해 의료농단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링크

http://sharimanzu.today/View.aspx?No=368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