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언론인, 외신 통제 속 전쟁 증인 역할…"보호책 없어 두려워"

열악하고 불안정한 주거와 굶주림 가운데 죽음의 위협과 공포

이스라엘, 이집트 국경 차단

...구호 활동가, 이중국적자, 중증환자 혹은 부상자만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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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이 생전 사용했던 카메라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병원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팔레스타인 언론인 5명이 숨지면서 가자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이 감내하고 있는 험난한 취재 환경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병원 내 특정 장소를 15분 간격으로 두번 폭격하면서 20명이 사망했는데, 사망자 중에는 AP·로이터 통신, 알자지라 등 외신들과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던 언론인 5명도 있었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처럼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후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언론인은 247명이 넘는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많은 사망자 수가 말해주듯 가자지구의 취재 환경은 척박하다. 이스라엘군이 해외 언론사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은 현장 상황을 외부로 알리는 증인 역할을 해왔지만, 그들 역시 여느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굶주림과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팔레스타인 한 방송사 소속으로 일하는 사진기자 게바라 알파사디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두려움은 많고 보호책은 없다"며 "보도가 두려워지는 지경에 도달했다"고 털어놨다.

NYT는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과 더불어 전투에 관한 보도를 통제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자국군과 동행하는 언론인에 한해 가자지구의 출입을 허용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문제 삼고, 하마스 소속이라 주장하며 살해 공격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언론인들은 취재가 아니더라도 당장 생존부터 걱정이다. 다른 주민들처럼, 여러 차례 목숨을 걸고 피란을 떠나야 했고, 식량 부족과 기아가 계속되는 환경에서 가족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때로는 친구, 동료, 가족들의 죽음을 보도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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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병원에 떨어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조디 긴스버그 위원장은 "그들은 가자지구의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박탈을 겪고 있다"며 "끊임없이 옮겨 다니고, 극도로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전쟁 현장과 달리 가자지구에서 이들은 최전선을 떠나 휴식을 취할 수도, 회복 시간을 가질 수도 없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 차단에 구호 활동가, 이중국적자, 중증 환자나 부상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가자지구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종종 특정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겨냥,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 소속이라며 이들은 공격하고 살해하기도 한다.

그중 몇몇은 알자지라 방송사 소속으로, 알자지라 측은 해당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알자지라 소속 언론인들이 머물던 텐트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1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