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마의 뜨거워지는 바다.

적란운으로 환골탈태를 앞 둔, 층적운으로 불리기 두려운 이무기 두루마리 구름.

류임현 기자 승인 2023.08.12 19:41 | 최종 수정 2023.08.12 19:47 의견 0

2023.08.07. 결코 층적운으로 불리기에는 두려운 카눈 전야.


기자는 지인 챤스로 2023년 8월7일 ~ 8월9일까지 경주시의 감포 바다 근처로 휴가를 다녀 온 참이다. (쑥쓰럽지만 기자의 양력 생일이 겹쳐 겸사 겸사 올 해도 여름 휴가 겸 성사된 일이다.) 실상 태풍 카눈이 올라 오는 것을 알고서도 결코 "공짜" 숙박권은 포기 못한 이유로 어쩌면 "대광경"을 보거나 혹은 겪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의 갈등 속에 출발한 휴가지였다.

짠 듯이 카눈의 속도는 점차 느려졌고, 기자가 도착한 날은 겉보기로는 미칠 듯이 덥고 또 맑았다. 호실에서 본 일명 뷰는 한 마디로, 모르면 속는다 수준.

그것은 결코 기자가 어린 시절에 알던 동해 바다가 아니었으며, 비록 군사 철망선들이 보였을 망정 유년기 열차를 타고 지나가던 온난하고 광활하며 그 생기 넘치던 동해 바다는 온데 간데도 없었다. 온난한 끌리마(clima)의 살랑거리던 바람과 수표면의 친근하기까지 보이던 얕은 파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터질 듯이 불어난, 곧 덮칠 듯이 들어찬 낯 선 바다만이 용부림 치고 있었다. 해가 다르다고 표현하면 될까? 낮 밤 없이 차오르고 있는 듯한 바다.

거대한 적란운으로 더 솟구쳐 오르지도 못하고 뿌려 내리지도 못하고 시야 전체의 모든 바다 위를 깔리듯이 덮고 있는 짙은 구름의 띠는 그 위의 하늘의 색깔과는 무색하게 무시 무시하게 일렁거리는 낯 선 바다만큼이나 출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구름은 바다를 비춘 바다만큼 넓고 크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곧 적란운의 한 종류인 태풍 구름들이 몰려 올라오며 뿌려대는 바람과 비 아래 놓일 흡사 이무기와도 같은 두루마리 구름이었으나, 이미 적란운으로 환골탈태를 앞 둔, 이미 그저 층적운으로 불리기에는 두려운 비 구름 바람의 한 장면 그 자연의 명화, 아니다, 블록 버스터 같았던 것이다.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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