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에 카카오 등에 '칼날 세운' 국민연금…표적편향 의혹해소 없을시 관선눈치 갑질관행 우려도
尹대통령, 카카오·은행 강도높게 비판하자 카카오·BNK 투자목적 일반투자 상향조정
'KT 사례'처럼 적극적 주주권 행사 관측…공단 측은 과도 해석 경게
SM엔터 인수 조사편향판도 향방 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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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조종' 혐의 카카오·카카오엔터 검찰송치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와 은행의 횡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날 국민연금이 카카오와 BNK금융지주 등에 대한 '투자 목적'을 상향 조정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 측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지만, 국민연금이 이들 회사에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전날 카카오, 카카오페이,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현대로템, CJ대한통운 등의 지분 보유(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경우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중 하나로 보고해야 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단순 의결권만 행사하지만,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참여'가 되면 회사 임원 선·해임 등으로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이 고의로 투자 손해를 입기 위한 목적으로 상향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거래상 "지배적"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양날"의 목적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이득을 본다는 것은 윈윈의 경우도 전적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 어떤 식으로든 그 '상대측'은 이득을 볼 수 없거나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는 양 음 그래프의 쌍방 날개짓의 방향성 좌표 또한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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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연금이 카카오 등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꿈에 따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을 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쉽게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 중인 국내 주식 종목 1천175개 중 보유 목적이 일반투자인 것은 100여개 수준으로 보고 되고 있다.
대체로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로 투자목적을 상향하는 경우는 각종 사건·사고가 불거진 곳들을 포괄하는데,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시세조종 의혹에 휩싸였고, BNK금융지주는 거액의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했으며, 키움증권은 올해만 두 차례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상향 조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와 은행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과 같은 날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에 대해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에 대해서도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카카오 택시 가맹 택시들이 수수료율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과는 좀 다른 측면이나 독과점에 대한 거론은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기존 운수업체나 다른 고급 택시 사업에 대한 갈등이나 징계 수준에 비하여, 카카오 택시에 대한 주목은 수수료율 징수나 환급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불궈졌으나 독과점에 대한 주장에도 좀 더 근거조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SM 인수 과정에 각종 잇권을 챙긴 하이브측에 대비 카카오에 대한 평향적 조사나 기소 과정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정치 셈법 아래 대표자 "사법적 리스크"로 보일 경우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로서 기업 경쟁판도에도 불공정한 영향을 미친다.
일 예로 네이버·카카오는 각 콘텐츠 사업 호조 덕에 역대 최대 매출 기록 경신했고, 카카오 또한 콘텐츠 부문 내 뮤직(음악) 매출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등 영향으로 105% 급증했다. 그러나 대표자 "사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주가에서도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 설립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은 SM엔터 인수 자체를 반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의혹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경쟁 시장 주장에도 모순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이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이들 기업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하는 관측이 제기된 것 만으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무리수들이 중구난방 거래상 지위로 난도회전하게 될 지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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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민연금 제공]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 보유 목적 등에 대한 공시를 한 만큼 과도한 해석"이라며 "방침상 개별 투자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내부 지침의 기준에 맞춰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유목적은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다.
예를 들어 문제가 생겨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하기 위해 서한을 발송하는 경우에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조정해야 하는데,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다시 '단순투자'로 단계가 낮아지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번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카카오, BNK금융지주 등과 관련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연임 추진과 관련해 작년 말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경선이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는 "KT, 포스코 등 소유구조가 여러 주주로 분산된 기업들이 CEO 선임에 있어 '셀프·황제 연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SM 인수전이 마무리 되지 않고 사법적 수순에 올려진 카카오의 경우 홍은택 대표이사가 핵심인사를 배제하지 않는 수준에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카카오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어 여전히 날선 귀추의 향방이 더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류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