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부터 근현대까지…울진 성류굴에 남은 명문 전수 조사한다
현재까지 70여 점 확인…문화재청, 공개 판독회도 개최 예정
경북 울진 성류굴 안에 새겨진 글자와 내용을 모두 파악하려는 조사가 시작된다.
문화재청은 "성류굴 내부의 명문(銘文·금속이나 돌 등에 새긴 글) 숫자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전수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울진 성류굴은 수많은 문자 자료를 간직한 '금석문의 보고'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석회암 동굴인 성류굴에는 종유석, 석순, 동굴산호 등이 다양하게 발달했으며 196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 중에는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이 560년에 다녀갔다는 내용도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에는 간지(干支)년, 화랑과 승려로 추정되는 사람 이름, 후대 당나라 '정원'(貞元785~805)' 등 연호 등이 새겨진 글자도 여럿 발견됐다.
신라는 진덕여왕의 연호 태화(太和)를 마지막으로 나당 연합의 결과 대략 650년부터는 당나라에서 연호를 받아 써야 했다. 당나라 연호 쓰기를 꺼려서 간지년을 쓴 경우로 가정한다면 대략 721년 신유년, 680년 혹은 740년 경진이 될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추정 가능한데, 약 618년부터 개국한 당나라 연호를 처음부터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라왕의 연호도 쓰지 않고 간지년으로 표기하였다가, 이후 당나라 연호 정원은 또 다른 연원으로 표기되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신라, 고려·조선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남긴 명문은 약 7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전수 조사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약 4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내년에는 현재 알려진 명문을 모두 조사해 사진 촬영, 3차원(3D) 스캔 등을 한다. 2025년에는 내부 지표조사와 함께 수중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명문도 조사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현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인 2026년 공개 판독회도 열 계획이다.
현장 조사, 판독회 논의 내용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2027년께 나온다.
문화재청은 전수조사에 앞서 이달 23일 오후 1시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현황과 앞으로 과제'를 주제로 한 학술 발표회를 연다.
발표회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명문 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조사·연구 계획을 논의한다.
또, 진흥왕의 행차 사실 등 주요 명문을 찾아 해독했던 심현용 울진군청 학예연구사가 2019년에 명문을 발견하게 된 경위와 조사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일규 연세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성류굴은 긴 세월에 걸쳐 옛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는 유적"이라며 "향후 새로운 명문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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