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석회암 성류굴에 남은 명문 전수 조사한다...간지(干支) 외, 신라 진흥왕, 화랑 승려 이름과 당나라 연호 정원도 발견

류임현 기자 승인 2023.11.21 21:24 의견 0

신라부터 근현대까지…울진 성류굴에 남은 명문 전수 조사한다

현재까지 70여 점 확인…문화재청, 공개 판독회도 개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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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성류굴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경북 울진 성류굴 안에 새겨진 글자와 내용을 모두 파악하려는 조사가 시작된다.

문화재청은 "성류굴 내부의 명문(銘文·금속이나 돌 등에 새긴 글) 숫자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전수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울진 성류굴은 수많은 문자 자료를 간직한 '금석문의 보고'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석회암 동굴인 성류굴에는 종유석, 석순, 동굴산호 등이 다양하게 발달했으며 196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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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성류굴에서 확인된 명문.

이 중에는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이 560년에 다녀갔다는 내용도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에는 간지(干支)년, 화랑과 승려로 추정되는 사람 이름, 후대 당나라 '정원'(貞元785~805)' 등 연호 등이 새겨진 글자도 여럿 발견됐다.

신라는 진덕여왕의 연호 태화(太和)를 마지막으로 나당 연합의 결과 대략 650년부터는 당나라에서 연호를 받아 써야 했다. 당나라 연호 쓰기를 꺼려서 간지년을 쓴 경우로 가정한다면 대략 721년 신유년, 680년 혹은 740년 경진이 될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추정 가능한데, 약 618년부터 개국한 당나라 연호를 처음부터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라왕의 연호도 쓰지 않고 간지년으로 표기하였다가, 이후 당나라 연호 정원은 또 다른 연원으로 표기되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신라, 고려·조선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남긴 명문은 약 7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전수 조사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약 4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내년에는 현재 알려진 명문을 모두 조사해 사진 촬영, 3차원(3D) 스캔 등을 한다. 2025년에는 내부 지표조사와 함께 수중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명문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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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성류굴의 명문 조사 모습 [울진군 제공]

연구소는 현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인 2026년 공개 판독회도 열 계획이다.

현장 조사, 판독회 논의 내용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2027년께 나온다.

문화재청은 전수조사에 앞서 이달 23일 오후 1시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현황과 앞으로 과제'를 주제로 한 학술 발표회를 연다.

발표회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명문 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조사·연구 계획을 논의한다.

또, 진흥왕의 행차 사실 등 주요 명문을 찾아 해독했던 심현용 울진군청 학예연구사가 2019년에 명문을 발견하게 된 경위와 조사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일규 연세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성류굴은 긴 세월에 걸쳐 옛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는 유적"이라며 "향후 새로운 명문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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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성류굴에 새겨진 '신유(辛酉)' 경진'(庚辰) 등 간지(干支)도 발견되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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