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예산 집행 올스톱…반도체공장·우크라지원 흔들

헌재, 올해·내년 정부예산 위헌 결정…1천억 유로 동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올해와 내년 회계연도의 정부 예산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신규 예산집행을 전면 중단했다.

독일 재무부는 전날 각 부처에 서한을 보내 신규 예산 집행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과 한델스블라트 등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헌재는 미집행된 팬데믹 기금을 녹색투자 및 산업기금으로 돌리는 것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2천억 유로(284조원) 규모의 경제안정기금(WSF)과 600억 유로(약 85조원) 규모의 기후변화대응기금(KTF)을 비롯한 주요 기금의 집행도 멈췄다.

이 여파로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40억유로(5조7천억원)에서 80억유로(11조4천억원)로 늘리기로 한 것부터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위헌 결정으로 묶이게 된 예산 규모는 1천억 유로(142조원) 이상이라고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집계했다.

사회민주당(SPD)의 숄츠 총리가 녹색당과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불안한 연정을 펼치고 있는 세 정당은 가능한 한 많은 지출 공약을 지키고 법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다각도 해결책을 위해 서두르고 있으나, 이미 흔들리고 있는 독일 경제 성장은 내년 이어 크게 둔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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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호등 연립정부 수장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WSF와 KTF 등의 기금 집행도 중단되면서 이들 기금을 통해 집행할 예정이었던 대형 사업들도 모두 흔들리게 됐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 설치한 WSF를 통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예정이었다. 내년에 에너지 가격 제동을 위해 135억 유로(19조2천억원), 전력망 요금에 45억유로(6조4천억원), 병원 전기요금 지원에 20억 유로(2조8천억원)가 책정돼 있었다.

이 기금에서는 이미 370억유로(52조5천억원)가 집행된 상황이다. 헌법에 어긋나는 예산이지만 회수는 불가능하다.

독일 정부는 또 KTF를 통해 독일 내 반도체산업을 대규모로 지원할 참이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31개 독일 반도체 기업 중 15개 기업은 이미 지원증서를 받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사업 추진이 가능할지 불투명해졌다.

독일 정부가 드레스덴과 마그데부르크에 각각 TSMC와 인텔이 반도체공장을 건설할 경우 지원하기로 합의한 지원금도 집행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영향력이 큰 자동차 산업군 및 공급업체들은 정부가 사업계획과 경쟁력을 위해 좀 더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기반을 가능한 한 촉급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 마음대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여당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예산안을 신속하되 신중히 논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고, 2024년 예산안이 연말까지 타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3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스스로 부과하는 부채 브레이크를 유예한 뒤 내년으로 복원하는 방안 등 다각도 선택지와 협상 등이 진행되고 있다.
티센크루프(TKAG.DE)사는 예산 삭감 소동이 숄츠 총리가 많은 희망을 걸고 강조한 신생산업 독일 수소 섹터에서 큰 반향이 있을 것임을 인정했다. 수소 공급업체와 대화를 통해 답을 얻을 필요가 있고, 2024년 초에는 수소가 언제쯤에는 원활히 공급 가능하게 될 지 알 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 예산으로 돌려 전용하기로 결정한 독일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안은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를 명목으로 한 국채 발행이 불가능해졌으며, 또한 연방헌법재판소는 이에 더해 각 연도 예산안에 대해 각각 연방의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