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회담 "3국 정상회의 준비 가속화"…연내 개최는 불발
박진 "정상회의 머지않은 시점 가시화 노력"…외교부 "여러 안 소통중"
왕이 '하나의 중국' 천명에 각 원론적 입장 재확인
"한반도 평화안정이 3국 공동이익…기후 등 국제사회 공동과제도 함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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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누리마루 인근을 산책하는 한중일 외교장관 (서울=연합뉴스) 한중일 외교장관이 26일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 인근에서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2023.11.26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중일 3국이 26일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의장국인 한국이 희망했던 연내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분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 장관은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중일은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SOM)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번 3국 외교장관 간 합의는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상회의 개최에 더욱 속도를 붙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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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3개월여 만에 열린'…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다만 박 장관은 3국 정상회의 상세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준비를 가속하자는 합의에 따라 중국과 원활하게 협의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하여는 앞으로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의 논의에 임하는 태도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방향성에 관해서는 중국도 같은 입장"이라고만 답했다.
이날 3국 외교장관들은 향후 3국 협력의 추진 방향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측은 정체된 정부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해 3국 협력 제도화를 공고히 하고, 3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협력을 발굴하며,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박 외교장관은 실질협력과 관련 미래세대 교류 사업을 중점협력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제의했고, 중국, 일본도 원론적으로 동의했다.
3국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우크라이나·중동사태 등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고 기후환경, 보건 등 국제사회 공동과제 대응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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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장으로 (부산=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장관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안내하고 있다. 2023.11.26 [공동취재]
특히 한반도 평화안정이 3국과 세계의 공동 이익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각 급에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핵개발이 역내 평화 안정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3국 입장엔 차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발언했고 일본도 입장을 같이한 반면 중국은 자신들의 기본적 입장을 간략하게 언급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각 당사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하며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었다.
왕 위원은 박 장관이 탈북민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 데 대해서도 국내법·국제법·인도주의에 따라 적절히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서 반응을 보였다.
앞 서 윤석열 대통령이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함께 22일(현지시간) 발표한 '다우닝가 합의'에서 대만과 동중국해·남중국해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중국은 "언행에 신중하라"며 반발한 바 있었다.
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 역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 일체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우리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명시된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하여 국제법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한 것에 대하여,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분이며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 내정에 속하므로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이든 영국이든 모두 당사자가 아니고, 소위 '항행과 비행의 자유'는 본래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회의 석상 및 오찬 등에서 박 장관은 "3국 협력이 부산 세계박람회와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며 2030 부산 엑스포 지지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졋다.
이번 회의 이후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함께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