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인정, '후보매수' 무죄…조국·임종석 재수사 변수

檢 "범행 가담 강한 의심"이라고 적고 불기소…서울고검, 국힘 항고사건 검토 중

'울산시장 선거개입' 송철호·황운하 1심 각 징역 3년 실형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29일 서울중앙지법 선고공판에 출석한 송철호 전 울산시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공소 제기 후 3년 10개월 만에 '청와대 하명에 따른 수사를 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재판부 판단이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른바 '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도 총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도 총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송 전 부시장과 백 전 비서관은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고 봐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수사를 청탁한 점이 인정된다"며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고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사유가 매우 크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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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조국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에 대해 약 4년 만에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앞서 기소를 피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여부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쟁 후보자 매수 의혹'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이 임종석(57)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58)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52)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사건을 검토 중이다.

이들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더불어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로 단독 공천받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송 전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일본 고베 총영사나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하는 등 당내 경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전 울산경찰청장), 한병도 의원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임 전 실장 등은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다음 해 4월까지 청와대 차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추가 수사했지만,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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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선거개입' 선고공판 (서울=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핵심이다. 2023.11.29.

검찰은 다만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에 "강한 의심이 든다"며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임동호 전 최고위원이 임 전 실장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한다고 여러 차례 말한 점, 송 전 시장의 선거를 준비했던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등장하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적었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김기현에 관한 첩보를 보고 받고 이를 백원우(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이 첩보가 경찰에 하달된 직후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이 관련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있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없는 죄도 만드는 검찰이 언제부터 범죄에 눈을 감았나"라고 비판하며 의혹의 '윗선'으로 꼽히는 임 전 실장 등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당대표)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시장이 전달한 김 전 시장의 비위 정보를 문 전 행정관이 범죄첩보서로 작성했고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을 거쳐 황 의원에게 전달됨으로써 '하명 수사'가 이뤄졌다는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됐다.

황 의원이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 조처한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은 2017년 10월 이 전 비서관과 장 전 선임행정관에게 재선에 도전하던 김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인 산업재해모(母)병원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연기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도 받았지만 재판부는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자들이 공모해 예타 조사 탈락 발표 시점을 조정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진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병도 의원은 2018년 2월 송 전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를 대가로 공기업 사장 등 공직을 제안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역시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고베 총영사) 제안을 받았다는 당사자인 임동호 전 최고위원의 진술이 검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두 의혹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만큼, 서울고검은 이런 선고 결과를 분석해 혐의 및 당사자별로 재기수사 명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1심 선고 결과와 공판에서 확보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돼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돼 직을 잃어야 하지만, 임기를 채워 퇴임한 상태다.

황 의원은 국회법 등에 규정된 의원직 상실형(금고 이상)이 선고됐지만, 임기 만료인 내년 5월까지는 확정판결이 날 가능성이 작아 역시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이 크다.

주요 피고인과 검찰은 이날 선고 뒤 판결에 불복해 사실상 항소할 뜻을 밝혔다.

황 의원과 송 전 시장은 기소 자체가 잘못됐는데도 재판부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반발하며 "법원의 오판을 잘 분석해 항소심에서 소명하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심각성을 봤을 때 법정 구속도 가능한 사안이었지만 황 의원이 회기 중에 구속되지 않는 현역 의원이다 보니 다른 실형 피고인도 구속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부분 등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항소 여부를 포함한 제반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