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옥보다 무디게 칠보팔색보다 숭고하고 엄중한 구름넝쿨…일본서 돌아온 고려 나전국화렁쿨무늬 상자 공개

류임현 기자 승인 2023.12.07 20:44 | 최종 수정 2023.12.07 20:47 의견 0

섬세하게 빚어낸 영롱한 빛과 꿈…일본서 돌아온 고려 나전 상자 공개

국립고궁박물관, 내년 1월 7일까지 '세밀가귀의 방'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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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빛' 담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지난 9월 언론 공개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칠보 팔색 영롱한 빛을 내며 고려시대의 섬세한 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귀한 나전 상자가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올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국화넝쿨무늬 상자'를 공개하는 특별전 '세밀가귀(細密可貴)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7일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나전칠기는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 소라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자개로 문양을 만들어 붙여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을 뜻한다.

흰색의 무궁무진의 구름 사이로 걸리는 오색 무지개보다 칠보 팔색조의 팔색보다 찬란한 보우의 금기와 감동은, 경상도투 말을 쓰는 인류의 선조이자 말과 소통의 사회방식을 널리 전파한 조상들이 집단으로 단체로 쌓아 올렸을 그 햇살을 받아 빛을 발사하던 패총의 무지와 갑골의 선각으로부터 오는 것인냥 필자를 더더욱 전율로 떨게 한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경전 등을 보관하기 위하여 경함(經函), 상자 등을 나전 공예로 만들었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유물이 20여 점 정도로 매우 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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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공개 지난 9월 언론 공개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123년 고려를 방문한 북송(北宋)의 사신 서긍(1091∼1153)은 고려의 나전 공예에 대해 "나전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하는 나전 상자는 정교한 장식이 돋보이는 유물이다.

고려 나전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 넝쿨무늬, 모란 넝쿨무늬 등이 고루 쓰였으며, 뚜껑과 몸체는 약 770개의 국화 넝쿨무늬 자개가 감싸 영롱한 빛을 낸다.

고려 나전칠기 경합류(經函類)보다 작고 뚜껑이 분리되는 '나전 국화렁쿨무늬상자'에는 전체로 전복이나 소라껍데기 등을 섬세하게 가공한 자개(따개) 장식으로 맺히듯 이루어져 있으며, 옻칠로 완성되어 있다. 뚜껑 윗면의 가장자리에는 모란렁쿨무늬를 빈틈없이 반복적으로 배치한 것도 한 특징이다.

바깥쪽에는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한 연주(連珠) 무늬 약 1천670개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다. 상자에 사용된 자개는 약 4만5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환수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매입 전에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 재료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밝혀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X선 촬영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정밀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법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상 필자의 감격은 자개와 금속선을 사용하여 상자 전체의 무늬를 이루고 있는 것에서 절정에 이르렀으며, 비, 구름, 바람까지의 감응을 구복하던 인류의 삶에 담겨 있는 강력한 생의 의지들만큼 찬연한 자연의 힘 앞에 경신(敬神)하고 경건하였을 더 앞선 선각들의 모습을 마주한 듯 숙연함 또한 감출 수가 없었다.

작게 오려낸 자개 조각에 음각선으로 세부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금속선을 사용하여 일종의 구름과 나뭇잎, 물방울 등의 표상인 페이-듈기(넝쿨 무늬)를 만드는 것은, 오래고 오랜 긴 선각과 사회적 경신과 소통의 내력까지가 고려의 나전에서 절정의 또 다른 한 양태로도 자리매김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는 물론 영국 등지로까지 전래되어 있는 페이즐리(paisley) 문양에서도 같은 연원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독특한 둥근 "곡옥" 모양의 무늬인 페이즐리의 연원 또한, 구석기 시대 동물의 이빨과 연마한 돌에서 연원한 곡옥이 이후 신석기시대 사회의 찬란히 가공된 옥돌의 곡옥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페이즐리는 현재 스코틀랜드의 이름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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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빛 담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환수 언론공개회'에서 공개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2023.9.6

이 번 전시에서는 직접 나전 상자 실물과 3차원(3D) 자료, X선 사진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나무로 만든 틀에 모시, 베와 같은 직물을 붙이고 자개를 장식하는 방식인 목심저피법(木心紵皮法) 등 세부 제작 기법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박물관은 내년 1월 초에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고려 나전공예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특강을 열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고려 나전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직접 감상하면서 환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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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지난 9월 공개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류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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