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찌" 그 절세에 대하여 좀 아실까요?...'600도의 법칙' 깨져 일본 벚꽃 나들이객들 발만 동동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3.31 01:20 | 최종 수정 2024.03.31 01:21 의견 0

벚꽃은 본래 한국이 원산지에 더 가깝다. 히말라야 지역이 원산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현재는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네팔, 이란, 미국 등 북반구의 온대지역 전역에 번져 있다.

일본 명칭 사쿠라는 그야 말로 사쿠라.

벚꽃은 벚나무의 꽃으로, 장미과의 벚나무속(Prunus) 벚나무아속(subg. Japanese cherry) 벚나무절(sect. Cerasus) 식물의 꽃이다. 특히 동아시아의 벚나무 종의 나무에서 피는 꽃을 말한다.

실상 벚꽃 개화 시기를 두고 한국과 일본 사람만큼 난리 법썩이 드문 것도 이해가 될 만한 일이다. 눈 꽃 속에 피는 매화의 절세와는 또 다른 벚꽃 cherry blossom의 만개한 꽃 길은 봄 바람보다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 꽃 바람 속에 묻혀도 좋을 것 같은 희고 화사하고 핑크 핑크한 저 세상의 살고 싶은 유혹이다.

버찌.
벚나무 열매를 통칭하는 순우리말 버찌. 영어로는 prunus plum, cherry, 중국어로는 잉타오(櫻桃), 일본어로는 사쿠란보(さくらんぼ).
각 국 이름만 봐도 그 절색(?)을 짐작할 만 하다. 동백꽃 까메야(camelia)와도 비교를 잘 않는다.

열매는 prunus 버찌 열매로 검게 익는다. 북미 동북 해안의 장미과(科) 벚나무 속(屬)의 관목 prunus maritima 열매 beach plum도 식용 가능하다고 한다. 실상 왕벚나무의 열매가 버찌이며, 체리로 불리는 열매는 좀 크고 더 다르다.

왕벚나무는 한라산의 고도 500 m 정도 및 해남에 드물게 나타난다고 하며, 현재 일본에서는 왕벚나무를 즐겨 심지만 그 자생하는 곳이 발견된 적은 없다.

대체로 한반도 전역으로는 산으로 산벚나무, 벚나무, 잔털벚나무, 올벚나무, 처진벚나무, 개벚나무 등 수십 종류의 벚나무가 자라며, 울릉도에는 고유종으로 섬벚나무가 자생한다.

팔만대장경의 절반 이상, 아니 60% 이상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을 만큼 목질이 치밀하고 탄력이 있어 가구 및 건축물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활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기록도 있으며, 한방에서는 벚나무 껍질을 앵피 또는 화피라고 하며 약용한다. 여담이지만, 중국은 한국, 일본만큼 절색으로 여기지는 않으나 영화 제목으로 쓰인 예도 있을 만큼 역시 도화색에 비하며 매혹적으로 여기는 듯.

산벚나무 목판의 팔만대장경.

벚꽃이 피면 꽃 나들이에 애착 하는 것으로는 역시 일본인들을 따를 수 없을 만큼이다. 벚꽃만큼이나 화사하게 꽃분칠을 하고 그 봄바람 결 아래로 벚꽃 놀이를 나가는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에야 생긴 유행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조선의 선조들은 복숭아꽃과 살구꽃 매화꽃 놀이를 더 즐겼다며 벚꽃 개화를 폄훼 아닌 폄훼 하기 시작한 것이야 추정컨대 조선조부터인 듯.

그렇거나 저렇거나 일본인들의 벚꽃 애정은 팔만대장경을 일본에 넘겨 달라고 졸라대던 집착(?)만큼이나 절실(?)하다고.

벚꽃 떨어지는 속도를 계산하거나, 벚꽃 개화에 필요한 기온을 계산하는 곳이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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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 스틸컷 [에이원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의 벚꽃도 연상되는 그림보다 일본의 벚꽃은 좀 더 짙은 분홍색에 가깝다.

◇ 초속 5㎝…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초속 5㎝'는 운명의 상대를 만났지만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가슴에 담고 사는 남성의 이야기라고 한다.

중국에 <화피(The Beauty Skin 혹은 Painted Skin)>라는 영화가 있다면, 일본에는 <초속 5cm>라는 영화가 있는 것.

초속 5㎝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한다.

초속 5㎝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0.18㎞이다.

긴 듯 하지만, 짧은 순간. 이 첫 사랑을 붙들어 놓고 싶은 것이 모든 연인의 바람이었을 것처럼 흩날리는 벚꽃은 지나간 설렘들의 꿈만큼이나 황홀하고 또 화사하고 따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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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동호회 벚꽃 관련 글들[네일동 캡쳐]

◇ 그런데, 깨져버린 '600도의 법칙'

일본에서는 현재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기준이 되던 '600도의 법칙'이 깨졌다고 야단도 아니라고 한다.

600도의 법칙은, 매해 2월 1일부터 일별 최고 기온을 합산한 것이 600도가 되면 벚꽃이 핀다는 일본인들의 "법칙"이었다.

지난해 개화 때는 이 온도가 593도, 재작년엔 627도였다고.

그런데 올해는 이 온도가 700도를 넘어갔다.

그런데 벚꽃이 피지 않은 것이다.

지금 그래서 일본 도쿄나 교토에 있는 여행자들은 난리가 난리가 아니란다.

일본 여행 동호회 게시판마다 마다 '대체 어디 가면 벚꽃이 피었는지'를 묻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진다고.

일찌감치 벚꽃 구경을 나섰다 낭패감을 겪고 있는 것은 여행 마니아들이라고 한다.

올해 벚꽃 개화는 더 앞당겨질 것으로 판단하고 더 서둘러 벚꽃 나들이에 나섰지만 예상치도 못한 일을 겪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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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 개화 시기 앞두고 '호들갑'

일본과 국내 언론들은 올해 유난히 벚꽃이 빨리 필 것이라고 예측 했었다.

지난 겨울이 따스했으니 꽃들이 일찍 겨울잠에서 깰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것.

'흑매'로 유명한 전남 구례의 화엄사도 고심을 거듭하다 축제 기간을 앞당겼었다.

그러나 양국 모두 개화 예측에 실패하고 말았다.

화엄사 흑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3월 중순에 만개했고, 일본과 국내 벚꽃은 이제야 피려고 하고 있다며 호들갑으로 서두른 마니아들을 달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속초시가 최근 올린 '죽을죄를 졌습니다' 포스터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속초시는 30일부터 이틀간 영랑호수 일대에서 개최하는 '2024 영랑호 벚꽃축제'를 내달 6일과 7일에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축제를 두 차례 여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나 축제의 꽃인 벚꽃이 피지를 않았으니 "벚꽃이 필 때까지" 기다릴 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봄나들이를 빼앗겼던 기억을 뒤로 하고 꽃을 열망하는 상춘객들의 염원들을 한 몸에 받으며, 왜 벚꽃은 더디 피고 있을까?

도쿄의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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