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상승 영향 여전 화폐가치 높아 걱정 美, 고물가에 성장은 둔화…'스태그플레이션' 정답입니다.

류임현 기자 승인 2024.04.26 22:10 | 최종 수정 2024.04.26 22:19 의견 0

1분기 성장률 1.6%로 예상치 크게 하회…개인소비 덕분 성장세는 유지

연준 선호 물가 상승에 증시 일제 하락…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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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기름값이 오르자 원자재 가격 또한 같이 오르며 고물가 행진을 부추기는 가운데 우크라-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식량 공급에 구멍이 생기고 원조 예산 집행의 확대로 인한 경기 성장의 그늘 아래 반도체등 첨단 기술 영역에 대한 대중국 견제와 동반된 중국산 저가 상품들로 수급 조절이라는 이중정책 전반으로 맞물린 톱니바퀴들의 작동에 경고음들이 울리며 성장활동을 침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용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단행된다면 고물가, 저성장(경기침체), 고실업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교과서적 요건 셋이 모두 맞아 떨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물가 상태에서는 기업의 지갑도 소비자의 지갑도 닫히기 마련이다. 수요탄력도가 극히 낮은 '생필품' 위주의 소비마저 힘들어진다고 하여 저가의 생필품으로 '생산' 공급을 더 늘여줄 경제활동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요가 하락한 전기차에 대한 재고 떨이를 위하여 가격 인하와 같이 더 저렴한 트림의 전기차 생산을 발표한 테슬라의 주가가 그나마 다소 반등을 보인 것도 미국 제조업 내 가격탄력도가 낮은 생필품의 연장선으로 볼 만한 저가의 상품 공급으로 계산된 때문이다.

▶ 공급 및 수요의 탄력성; 가격변화에 대한 공급량 및, 구매자의 각 반응도.

공급 탄력성은 공급량의 변화율을 가격변화율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공급이 탄력적일수록 가격의 변화가 생산량의 증가에 더욱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가격의 변이에 따르지 않고 생산과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록 공급 탄력도는 낮은 것이다. 가격이 높아도 성장(개발)의지나 공급은 줄어들 수 있다.

수요의 탄력성은 가격변화에 대한 구매자의 반응도로서, 가격변화율에 대한 수요량의 변화율로 정의된다. 사치품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데 그 이유는 사치품이 필수품이 아니며, 또한 소비를 뒤로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화로 약 1000만원대 (일본) 소형 전기차.
각 국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결정시 다양한 요건충족을 내걸고 있다.
그 중에는 탄소 부담금량 계산을 위한 이동거리도 포함된다.
일본제철이 미국 내 US스틸을 인수하려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에는 '거리' 때문도 없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시장의 기대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금리 인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작년 4분기(3.4%)와 비교할 때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둔화한 것은 물론이며, 전문가들의 1분기 전망치(2.4%)보다 한참 낮았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0.6%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22년 3분기에 2.7% 성장으로 돌아선 뒤 그해 4분기 2.6%, 작년 1분기 2.2%, 작년 2분기 2.1%, 작년 3분기 4.9%, 작년 4분기 3.4% 등 6분기 연속으로 2%를 넘는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1분기에 1.6%로 위축됐다.

상무부는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보다 둔화한 이유로 개인 소비와 수출, 주(州) 정부와 지역 정부 지출 증가세가 감소했고, 연방정부의 지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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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의 주택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상무부 발표 이후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6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3대 지수 모두 1% 이상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이후 일부 낙폭을 줄였으나 완전 회복하지는 못했다.

성장률 둔화만 놓고 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4% 증가하면서 작년 4분기의 1.8%를 크게 상회했다.

작년 1분기의 4.2% 증가 이후 가장 큰 상승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1분기에 3.7%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3.4%보다 높았다.

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을 판단할 때 준거로 삼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작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증가율이 각각 2.0%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둔화를 꼭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고금리가 물가를 낮추지 못하고 경제활동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고금리가 고물가를 더 부추긴 셈이다. 뒤집어 본다면 고금리로 자산가들은 자산을 더 갖다 묶은 반면 자산가에서 탈락한 숫자가 더 늘어나면서 시중의 경제활동을 위한 돈은 더 말라버린 것이다. 판매가 부진하면 가격이 떨어져야 되지만, 가격의 하방경직성만이 아닌 다종의 이유들로 가격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다. 교과서적 원론상의 시장경제가 원활히 조절될 리가 없는 것. 생필품의 가격 수요 탄력도는 낮다는 것도 실재 경제활동의 아이러니로 작용하는 것이다.

경제분석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경제학자인 콘스턴스 헌터는 NYT 인터뷰에서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오는 26일에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PCE 가격지수를 고려하면 3월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거나 이미 발표한 1·2월 가격지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당초 올해 상반기로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최소 하반기로 미뤄지고,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WSJ은 "보통 기대 이하의 성장률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키운다"면서도 "하지만 계속되는 가격 압력이 그런 전망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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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슈퍼마켓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지금은 개인소비가 성장률을 떠받치고는 있지만, 기업 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소비마저 줄면 경제가 급격히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수 밖에 없다.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5%로 작년 4분기의 3.3%보다 낮았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1.68%포인트다.

의료와 금융, 보험 등 서비스 부문 소비가 증가한 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휘발유와 기타 에너지 제품 등 상품 소비가 줄었다. 필수 생필품의 카테고리 경계가 관련 품목에까지 차단되기 시작한 것이다. 높은 유가까지 더하여 경기의 침체는 미국에서조차 자동차 소비에 대하여 '필수' 자가 떼여지고 있는 것이다. 저렴한 전기차로 갈아타고 싶은 숫자가 얼마나 더 이동해 갈 것인가에 대하여는 아직은 미지수다.

민간투자 증가율은 3.2%로 작년 4분기의 0.7%보다 높았다.

특히 주택투자 증가율이 13.9%로 작년 4분기의 2.8%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다만 주택을 제외한 투자 증가율은 2.9%로 작년 4분기의 3.7%보다 낮았다.

1분기에 수출이 0.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입 증가율은 7.2%를 기록했다.

수입은 GDP 산정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데, 수입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0.96%포인트였다.

연방정부 지출은 0.2% 하락했는데 특히 국방 분야 지출이 줄었다.

금융그룹 ING의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소비자가 여전히 왕이고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매우 주저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성장동력이 매우 빨리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여전히 없지 않으며 상생적 틈새는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계산들도 가능할 수 있지만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정답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해 11월 대선을 앞 두고 그 해답이 어떻게 바뀔 지는 좀 더 지켜볼 만한 복잡한 '난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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