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푸틴 축하계획 없어"…외무부 "취임 이후 상황 주시"
신냉전 확산은 확률낮은 (핵)게임인가 점치지 않아
...러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 러·미국 관계 재설정할 새로운 기회제공 기대 표명
11·5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었다는 평가와 같이 내년 1월 20일 제47대 대통령 취임식까지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통한 일종의 간접선거제를 택하고 있어 사실상 유권자들의 투표와 개표 이후에도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다.
연방총무청(GSA)은 곧바로 정·부통령 '잠정 당선인'에게 사무실 공간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권 인수를 위한 서비스인데, 대통령 잠정 당선인의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 GSA 주관 오리엔테이션이 이뤄지며, 국가안보 관련 기밀 정보 브리핑도 잠정 당선인에게 제공된다.
각 주에서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 12월 11일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수에 맞춰 선거인단 명부가 확정된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정당이 구성한다. 이 때문에 명확히 따지면 11월5일 대선에서 유권자는 대통령 후보가 아닌 정당이 구성한 선거인단에 투표하게 되는 셈이다.
각 주마다 할당된 선거인단의 수는 각 주에서 득표수가 많은 정당의 후보에게 모두 배정되는 승자독식제(Winner-Takes-All)다. 선거인단 할당은 인구 비례제로 주 마다 차이가 있으며, 사실 메인주 및 네브라스카주는 할당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선정된 선거인단의 투표는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 화요일에 이뤄진다. 즉 올해 대선의 경우 12월 17일인 셈이다. 이때 주별로 선거인단이 해당 주의 의회에 모여 투표를 한다.
선거인단 투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양측 후보의 소속 정당은 선거인단들의 '단속'을 해야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주에서는 선정된 선거인단이 유권자 투표의 결과가 소속 정당이든 어디든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없어서다.
만의 하나 경우로 선거인단 다수가 "내 맘이지"로 투표해 버린다면 이변이 발생할 경우의 수도 전혀 없지는 않은 것이다. 승자독식제란 사실상 나머지 표를 버리는 것이 되므로 득표수 차이를 이유로 삼는다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선거인단 투표의 결과는 12월 25일까지 연방 의회로 보내지고, 이듬해 1월 6일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개표 및 인증된다.
현직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개표를 주재하고 차기 대통령 및 부통령 당선인이 누구인지 그 때 선언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1월 20일 신임 정·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의 일반적인 절차다.
이번 경우에는 선거인단 확보수가 277명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은 셈으로 보여 큰 문제는 없지만,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인 270명으로부터 표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좀 복잡해진다.
초박빙 접전 양상이 꾸준히 이어진 이번 대선에서는 일찌감치 양측 후보가 269명씩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가 관심이었다.
어떤 후보도 과반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방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다만, 435명의 하원의원이 각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주(州) 단위로 투표하며 투표 방법은 개별 주에서 결정한다. 워싱턴DC의 경우 선거인단 3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원에 주 대표단이 없어 이 경우에는 투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해 러시아는 차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속단하지 않겠다면서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모든 것을 신중하게 분석하고 모든 것을 관찰한 뒤 구체적인 단어들과 조치들을 보고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갈등을 '하루 안'에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취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나 집무실에 입성한 이후에 어조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분쟁 종식이 하룻밤에 이뤄질 수는 없지만 미국은 외교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며 "이것이 일어날지, 어떻게 될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러시아 국영 로시야24 방송에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분쟁 종결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과 관련해서는 "러시아는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거듭 확인했지만 미국이 현재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선 승리를 축하할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비우호적인 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축하 인사가 없다면 트럼프 당선인의 기분이 상해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양국 관계가 이보다 더 악화할 수가 없다"며 "양국 관계는 역대 최저점이며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차기 미 정부에 달렸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 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쪽(트럼프 측)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누구의 내정에 간섭한 적도 없고 간섭하고 있지 않으며 간섭할 생각도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지 않는다"며 "미국의 지도층 정치 엘리트는 당적과 관계없이 반러시아 태도와 러시아를 억제하는 노선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승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결과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을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국익을 굳건히 지키고 특별군사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의 새 정부와 교류할 것"이라며 "우리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에 잘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과 외무부의 신중한 반응과 달리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뼛속까지 사업가'인 트럼프가 '군식구들'에게 돈 쓰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러시아에 유용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세이 체파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1부위원장은 러시아 매체 렌타에 트럼프의 승리로 우크라이나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전황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에 매우 어렵다. 탈영과 이민이 모두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도 분열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관망하는 태도로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치학자 말레크 두다코프는 현지 매체 뉴스.루에 협상 결과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각종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에 이란·중국과 협력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에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재설정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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