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동기·병력 불분명…'소견서 부실 작성'은 사실무근"

김하늘양 합동분향소 마련된 초등학교

12일 오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피해자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돼있다. 2025.2.12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김하늘 양이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에게 무참히 살해된 사건 대책의 하나로 일명 '하늘이법' 초안이 마련되는 중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가 휴직하거나 복직할 때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법제화하고 심의위원회에 학생이 참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더불어민주당(교육위원회) 의원이 하늘이법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초안 작성을 마쳤고 조만간 의원 동의를 얻는 절차에 들어간다.

초안은 교육공무원 질병휴직위원회 구성 및 운영 예규를 상위법으로 제정해 강제조항으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교육부는 교사들이 질병으로 인해 휴직 또는 복직할 때 교육공무원 질병휴직위원회를 두고 휴직 필요성·정상 근무 가능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있다. 3명 이상을 위원으로 두고, 위원장 외 1명 이상은 진단서를 기초로 질병의 심각성, 적정 치료 방법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의료전문가(의사)를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교육부 예규로 권고 수준에 그쳤던 탓에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던 게 사실이다.

교육 현장에선 교사들이 질병 휴직·복직을 신청할 때 대부분 의사가 발급한 진단 소견서로 대체해 왔었다.

사실상 질병휴직위원회의 유명무실과도 같이 의사 1명의 소견 혹은 의견에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의 휴·복직까지 좌우됐던 셈이다.

김하늘 양을 살해한 교사도 작년 12월 6개월 질병 휴직을 했다가 불과 20여일 만에 복직할 때 모두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발급한 의사 진단서로 사실상 휴·복직이 결정됐었다.

이 번 사건 피의자에 대한 문제는 두 진단서의 내용이 판이하다는 점도 있다.

질병 휴직을 신청할 당시 명씨의 상태에 대해 "본 정신과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음.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해 현재까지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 안정 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와는 달리 휴직 20여일 후의 복직 신청 때 진단서엔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했고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이후 증상이 거의 사라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병원 측은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진단이라는 입장이지만, 그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늘이법 초안에는 위원회 구성을 최소 5∼7명으로 하고 심사 대상이 되는 교사의 주변 사람들이 참여토록 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김 의원은 심의위원회에 질병 심각성을 판단할 의사와 더불어 교사의 실생활·건강 상태 등을 자주 지켜봤던 학생, 동료 교사, 가족의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에도 보듯이 진단서 발급 과정에서 의사가 도덕성 또는 책임감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들고, 또 의사들이 환자의 실생활을 제대로 모를 수도 있다"며 "의사가 모든 실생활을 쫓아다니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지켜보는 학생과 동료 교사, 가족 등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공무원 질병휴직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예규를 상위법 강제조항으로 제정하고 동료 교사, 학생, 가족 등을 포함한다고 하여 교사, 즉 선생님에 대한 전문적 차원의 판단이 현행의 미흡하고 미온적 수준등에 대비하여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없을 수 없다.

차라리 결정의 과정에 예후에 대한 유예의 일정 (장)기간의 좀 더 객관적인 전문가의 조사나 수사 혹은 (사전 혹은 병행, 동행등) 치료의 절차등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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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초등교사의 복직중 학교 학생 하늘이 살해 사건에 대하여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울증을 원인으로 단정지으면 안 된다"고 13일 주장했다.

의협은 이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낸 입장문에서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질환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논리는 환자에 대한 반감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 낙인 효과로 이어지고, 치료를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가해 교사가 조기 복직 때 제출한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사 소견서 관련 논란에 "해당 소견서가 부실 작성됐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 진단·치료 시 신체적인 증상에 주변 환경이나 대인관계 등 외부적인 요소까지 고려해 매우 신중히 접근하며, 소견서 작성 시에도 증상과 경중을 매우 꼼꼼히 따져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과 의사가 미래의 폭력 행동에 대하여는 완전한 신뢰성을 가지는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범행 동기와 병력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우울증 환자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전문의가 소견서를 부실하게 작성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하늘양 합동분향소 마련된 초등학교

12일 오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피해자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돼있다. 2025.2.12